띵호아! 사랑의 도시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띵호아! 사랑의 도시락

0 개 4,056 NZ코리아포스트
그들이 알고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중국인들은 대개 칙칙하고 깔끔스럽지가 않다고 생각 해 왔다. 그러기에 화사하고 밝은 인상의 남자를 분명 한국인이라고 단정짓고 “안녕하세요?” 반가워 했는데 no! 나는 차이니즈라고 점잖게 웃으며 말해 주어 머쓱해져 버렸다. “I’m sorry” 그는 괜찮다고 하면서 오히려 손을 내밀었다. 참 깔끔한 중국인도 있었네! 라고 생각하며 시건방진 내 편견을 나무람 해야했다.

우리집 근처를 깃점으로 스페셜 버스가 있어서 시간 약속 지키기가 편해 그 차를 자주 이용한다. 뒷골목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듯 딱 정시에 차를 대는 기사도 있고. 어느 때는 버스가 미리 와 있어서 시간 전이건만 괜스레 마음을 바쁘게도 한다. 그 중국인 기사는 차를 먼저 대 놓고 부스 안 대기 의자에 손님처럼 앉아 있어서 느긋하게 길을 건너가도록 마음이 놓였고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해서 기분이 좋다.

사람의 마음처럼 간사한게 없어서 아침 첫번째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인상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하기에 그 기사를 만나는 날은 틀림없이 기분좋은 하루가 될 것 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어느 날 인가. 맨 앞 좌석에 앉아서 밖을 내다볼 때 급하게 이 쪽으로 오는 여인이 있었다. 필시 이 버스를 놓칠세라 서두르는 모습같아 차에 시동이 걸릴까봐 은근히 불안해졌다. 바쁜 걸음으로 다가 온 여인은 야무지게 생긴 오십대쯤의 동양 아줌마였다. 걸맞지않게 포니 스타일의 머리며 외출 차림이 좀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운전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그 기사가 벌떡 일어나기에 무슨 일인가 했는데 여인은 번개처럼 무엇인가를 그의 손에 건네고 차 밖에 머물러 섰다. 사는 집이 이 근처였나보구나 무얼 전해 주려고 온 기사님 와이프였나?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한 눈길로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모습이 왜 그리도 다정해 보이던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무언의 표정들이 너무나 진지하고 정감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간절한 눈빛은 “무사히 잘 다녀 오세요”라는 암시일테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뒤돌아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넋나간듯 지켜보는 남편의 애잔함은 “걱정말아요 조심해서 다녀오리다” 마음속으로 말하는게 틀림없을 것이다. 마치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50대 부부 사랑의 한 컷을 스크린을 통해 보듯 감미롭고 감동스러웠다. 만나면 호떡집에 불난듯 시끄럽고 떠들썩한 사람들이 중국인들인데 민망한듯 꾸러미를 운전석 뒤에 얌전히 놓으며 런치 ... 어쩌구 했다. “당신은 행복한 남편이군요” 생각대로 말해 주었더니 갑자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크게 웃더니 묘한 모션까지 취하는게 아닌가. 그는 성실한 가장이 틀림없을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 전부 챙겨 내보내고 서둘러 남편의 점심을 준비했을 아내의 바쁜 일상이 눈 앞에 훤히 비쳤다. 그게 바로 우리가 살아 온 모습이었기에... 정성으로 꾸린 도시락을 일하는 남편에게 전해주고 돌아서는 젊지않은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연민같은 나른한 행복감을 엿보게 되는 것은 무슨 뜻일까?

아내는 가족들 먹거리 장만하며 살림하느라 안에서 바쁘고 남편은 자기일에 충실하며 가정을 이끌어 가면 그게 바로 행복인줄 알던 옛날 우리들의 정서가 아닌가.

어느 휴일에는 엄마만큼 다 큰 딸애가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정말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이 시대의 특별한 가족임을 알게했다.

조용함 속에서 잔잔히 스며나오는 동양인 특유의 옛 사랑이 아름다운 향기로 묻어나는 가정.

패스트 푸드가 거리거리에 넘쳐나고 대중식당들이 즐비하게 주부들의 손길을 편하게 하는 세상에 점심 한 때 쯤은 거기 맡겨도 되련만 고집스럽게 도시락을 챙기는 그녀는 중국인 특유의 짠순이 기질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특별한 가족 사랑에서 시작된 아내의 솔선수범이라는 것을 믿고 싶었다. 그 남자의 해맑은 미소가. 온유한 성품이. 그리고 그 큰 몸체의 버스에 다소 왜소한 체구이지만 넘치는 에너지가 그 풋풋한 가정 안에서 싻튼 것임을 짐작케했다.

팽팽한 긴장속에서 스트레스를 끼고 사는 요즈음 세상에 따뜻한 정서로 살아가는 그들이 옛날 우리네 정서와 너무나도 닮아서 문득 꿈속에서 보는듯한 어떤 영상 하나가 떠 올랐다. 밤 늦도록 대학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다가 돌아오는 딸의 안전을 위하여 매일같이 캄캄한 밤거리를 서성거리던 버스 정류장에서의 여인.

아내는 남편을 챙기고 어미는 자식을 챙긴다. 그런 정서가 그립기도하다. 내일은 어떤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까? 그녀는 고단한 잠속에서 이 밤도 행복을 꿈꾸겠지. 오늘밤 나도 옛날을 회상하며 그녀를 닮은 꿈을 꾸어 보리라.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댓글 0 | 조회 4,130 | 2015.11.25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 더보기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Ⅰ)

댓글 0 | 조회 2,081 | 2015.10.29
대체로 좋은 꿈은 빨리 깨어나서 아쉽다. 그리도 기다렸던 3박 4일간의 ‘시드니’ 일정이 어느새 하룻밤의 꿈처럼 아련하게 지나가 버렸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 더보기

혼자 걷는 밤길은 지금도 무섭다

댓글 0 | 조회 1,841 | 2015.09.23
아홉 살 어린 나이 때, 아버지께서 퇴근 해 집에 오시자마자 부르는 이름. “영아~ 저 아래 내려가서 남가네 막걸리 좀 받아오렴” 아버지는 저녁 반주를 늘 남가네… 더보기

강력한 no! no!.--그리고 sorry!

댓글 0 | 조회 2,210 | 2015.08.27
지금 내 처지에 ‘공’까지 잘 맞기를 바란다면 그건 분명히 지나친 과욕이다. ‘십팔 홀’을 거뜬히 걷기만 해도 그것으로 만족. 감사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골프… 더보기

나의 7월, 생각이 머무는 그 곳에...

댓글 0 | 조회 1,946 | 2015.07.28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혀지지가 않는 그 곳. 아니 점점 더 선명하게 떠 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정확하게 55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각하고 … 더보기

그녀가 떠났다

댓글 0 | 조회 1,686 | 2015.06.24
어느 날. 문득 그 집 쪽으로 시선이 멎었을 때다. 무언가 전과 다른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묘한 느낌은 .... 정적이 감돈다고나 할까. 창마다 얌전… 더보기

그 카페

댓글 0 | 조회 1,683 | 2015.05.26
예전에는 혼자서만 쓸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참 많이도 아쉬었다. 이젠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데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가 없으니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건가… 더보기

‘세익스피어 파크’에서

댓글 0 | 조회 2,408 | 2015.04.30
이민 보따리를 풀고 한참 지나서 처음 나드리 가 본 곳이 ‘쉑스피어 팍’이었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났지만 처음 느낀 인상 때문인지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내가 … 더보기

감동의 메아리

댓글 0 | 조회 2,023 | 2015.03.25
가끔씩 나른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어 기쁘다. 아주 오래된 일임에도 그 찐한 감동은 조금도 변함없이 가슴을 파고들어 찌든 삶에 새로운 윤활… 더보기

‘오클랜드’ 구정 명절이 행복하다

댓글 0 | 조회 2,129 | 2015.02.25
고국에선 설 명절 연휴에 무려 78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가 차례보다는 해외여행이 우선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인파로 ‘인천공항’이 귀성길 못잖… 더보기

겉모습이 달라도 마음은 하나

댓글 0 | 조회 1,849 | 2015.01.28
어떤 사진이든. 사진은 그 나름대로의 특별함을 담은 하나하나의 영상들이기에 모두가 지나간 추억이 묻어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더욱 특색있는 인상으로 자주 드려다…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1,570 | 2014.12.23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끝자락에 서서. 지나 온 나날들을 뒤돌아 봅니다. 내게 주어진 일년동안의 과제를 마치고, 추수를 끝낸 느긋한 농부의 마음으로 새해 맞… 더보기

(꽁트)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댓글 0 | 조회 2,079 | 2014.11.25
태어나서 육십여년 긴 세월을 살았던 땅. 조상의 뼈가묻힌 조국을 뒤로하고 신천지 뉴질랜드에 온 것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 살고싶은. 그들 자… 더보기

라일락꽃 향기 속에서

댓글 0 | 조회 2,069 | 2014.10.30
아! 그렇지 ‘라일락꽃’ 향기. 너무 반갑다. 잊고 사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제 철을 알리는 그 향기를 어찌 기억 못할까? 높다란 철제 휀스위에 탐스럽게 매달린 연… 더보기

추억속의 아버지 그리고 갈대와 나

댓글 0 | 조회 1,559 | 2014.09.23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집을 나설 때의 일탈감은 늘 새로워 설레이게 마련이다. 안 가겠다고 버티던 고집은 어디에다 숨겨 버렸을까?.. 그 곳을 지날 때는 항상 반겨… 더보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댓글 0 | 조회 1,478 | 2014.08.27
오늘은 예순 아홉번 째로 맞는 ‘광복절(光復節)’ 입니다. 여기는 지금 한겨울, 팔월의 칼바람속을 산뜻하게 때묻지 않은 새 ‘태극기’가 하늘을 향해 팔랑거리며 올… 더보기

오늘

댓글 0 | 조회 2,244 | 2014.07.22
‘오늘’이란 날은 당일을 말 함이지만 삶의 여생(餘生)중에 가장 젊은 날 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일을 바라보는 미래의 시발점으로 첫 걸음을 하는 날이기에 어제… 더보기

노(老)제자와 여(女)스승

댓글 0 | 조회 1,639 | 2014.06.25
잔인한 달. 사 월은 갔지만 끝없이 어둡고 답답한 오월의 나날들도 속절없이 흘러 흘러가고 있다. 상큼하게 가슴 뻥 뚫리는 그 무슨일은 없을까? 고국은 물론이지만 … 더보기

추모사

댓글 0 | 조회 1,639 | 2014.05.13
그들은 이제 겨우 열 일곱살. 싱싱한 나무에 곱게 부풀은 꽃봉오리었습니다. 하지만 그 꽃봉오리들은 활짝 피워 보지도 못한채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즐거이… 더보기

주부(主婦) 실종시대

댓글 0 | 조회 2,872 | 2014.04.24
정신없이 흐려지는 시각을 거역이라도 하듯. 사물을 보고 느끼는 진정성은 더더욱 뚜렷해 지고 있으니 이것이 늙어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늘상 보던 주변의 물… 더보기

꽁트 한마당(공선생의 하루)

댓글 0 | 조회 2,395 | 2014.03.26
베란다에 들어오는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밝고 화창한 날이었다. 할 일 없는 ‘공명수’씨는 흔들 의자에 기대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공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셔요 … 더보기

기쁜 우리 날 ‘경로잔치’

댓글 0 | 조회 2,054 | 2014.02.25
여느 날과 다를바 없는 이웃들은 마냥 조용하기만 한데 혼자서만 들떠서 설레는 자신이 철부지 아이같아 웃습다. 오늘은 우리 세속 명절. ‘설날 경로 잔치’가 있는 … 더보기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1,393 | 2014.01.30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옆에 동행하던 누군가 가 분명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혼자가 되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같이했던 사람은 누구이며… 더보기

피붙이의 힘

댓글 0 | 조회 2,568 | 2013.12.24
불을 끄고 마악 첫잠이 들려는 찰나. 어둠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무섭게 울려댄다. (이 밤에 누구야 오늘밤 잠은 다 틀렸네) 보통의 상식을 깬 이런… 더보기

그렇게 산다. 우리는 지금...

댓글 0 | 조회 1,984 | 2013.11.26
옆집의 ‘베티’ 할머니가 휠체어로 외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세상을 넓게만 살려는 듯 마냥 뚱보가 될 때부터 불안했다. 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