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지금 해 질 무렵의 오클랜드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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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지금 해 질 무렵의 오클랜드 시티

0 개 3,612 NZ코리아포스트
무공해 초록 나라에 사는 내가 부러워 배 아파 죽겠다는 친구, 당신에게 또 충격을 드려 미안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동을 혼자 하기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당신을 초대 한다는 것 아실테지요. 넉넉한 사고력과 고운 정서로 여행 코드가 멋지게 잘 맞는 당신이기에 말입니다.

참 오랫만에 북쪽에서 하버 브릿지를 건너 귀가를 서두르던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당신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다는. 짙푸른 하늘에 백옥 구름꽃의 요술 무대로 그토록 황홀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현란한 노을 빛에 현기증이 납니다. 오늘같이 특별한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거든요.

빈틈 없이 서녘 하늘 가아득 드리운 진홍의 장막이 기막히게 장관이었습니다. 넋을 빼앗긴 잠시 그 한 가운데가 칼로 자른 듯 세로로 깔끔하게 찢겨지더니 뒤에 갇혔던 흰 구름으로 라인을 만들더군요. 바로 거기에 활활 타는 듯한 불꽃 기둥이 길게 길게 연기처럼 하늘로 치올라 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커다란 용광로에서 뿜어 나오는 강한 불꽃 바로 그거였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어느 예술가가 인위적으로 솜씨를 보인 특별한 작품 같았지만. 그것은 오직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품이었기에. 어찌 보잘 것 없는 이 미물의 필설로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죠, 하루 종일 비추던 빛의 여력을 한 곳에 모아 피를 토하듯 마지막을 고하는. 찰나의 장엄함을 보면서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나도 모르게 끈적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하루를 거의 다 보내고 노을 무렵에 사는 내 인생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빛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 다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편 도심의 키 큰 빌딩들이 그 황혼 빛에 물이 들어 유리창마다 술에 취한 홍안이 되어 비틀거리는 듯 합니다. 선창가에 하나 둘씩 떠오르는 불빛이 바닷물에 겹쳐서 별처럼 반짝이구요. 서쪽에 살면서 하버를 건너 타카푸나에 오피스를 가지고 있던 딸 애가 퇴근 시간을 이런 시간대에 맞추면서 하던 말이 실감났습니다. "붐비는 차들을 피하는 것도 좋지만 시티를 바라보는 멋도 늘 괜찮거든요."

바야흐로 회색으로 빨려 들어가는 도심 속 여기저기 피어나는 불꽃들이 갖 봉우리를 튼 새빨강 샐비어처럼 예쁘고 다사롭습니다. 정지선 신호등 앞에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 미등의 빨강 물결도 오늘은 색다르게 곱구요. 문득 낯선 홍등가에 들어선 착각을 하는 것도 진한 노을 빛에 취한 때문이 아닐까요?. 차츰 밤 바람이 차가워 등은 허전해 오는데 뜨거운 가슴엔 파랑 신호등을 켜고 씽씽 잘도 달려갑니다.

"우리 속물 되지 말고 멋지게 늙어 갑시다." 라고 구호처럼 외쳤던 옛날이 생각나는데 그렇게 지금 늙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우리 나이에 서울 살면서 그 흔한 명품 하나쯤은 가질만도한데 그만한 돈 생기면 훌쩍 세계 곳곳 오지를 찾아 다니며 진짜 사람 사는 방법을 아는 멋쟁이, 딸이 좋다거나 말거나 귀여운 손녀에게 입혀 보려고 예쁜 원피스를 손수 박아 만들어 보았다는, 자칭 촌티 내는 할머니지만. 만나면 가진 것 자랑. 손주들 자랑이나 늘어놓는 부질없는 수다판 동창 모임도 싫다고 집 안에서 미싱 돌리고 누룽지 눌려 여기까지 나눠 먹으며. 가슴 답답할 때는 글도 쓰고 독서광으로 살아가는. 당신은 정말 잘 늙고 있어 부럽습니다,

내가 있어 여기가 그립고. 그대가 있어 서울 나드리가 즐거운 우리들, 반딧불만큼이나 작은 빛이지만 사회 한 모퉁이 등불이 되고져 자원 봉사자로 만난 인연이 벌써 30여년 전입니다. 안 보고 살면 정도 멀어진다는데 우리는 한결같은 우정으로 여기까지 잘도 버티어 왔습니다.

민다리에 부츠를 신고. 앞가슴이 깊게 파인 탑 스타일의 아가씨들 발걸음이 경쾌하군요.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던가요?. 얼어붙은 눈길에 얇은 스타킹 하나로도 까짓 추위쯤 거뜬하게 멋을 냈던 시절도 있었으니 억울할 것도 없지요. 사실 이런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지친 모습들이기도 해서 세상살이 버거운 나이에 고난이 쌓인 얼굴을 감추기에도 사뭇 자신이 생깁니다.

도시 가운데 이끼 잔뜩 낀 시커먼 비석들만이 웅크려 모여있는 묘지만이 어둠 속에 묻혀 있습니다. 허지만 죽은자도 함께 하는 이 도시가 정겹기만 하네요. 그들 영혼들은 외롭지 않을테니까요.

무(無)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동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게 인생이라지요. 오늘 지는 해는 내일 다시 뜨지만. 이 세상에 오늘은 단지 하루뿐. 그러기에 우리에게 또다시 주어지는 내일은 크나큰 축복이고 대단한 행운입니다. 내일 또 내일....

어디쯤 달이 떠 있을 것도 같은데 하늘에는 노을이 남긴 파편들일까? 새털 구름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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