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악!
아들놈이 달려오며 ‘똥, 똥’하고 외치길래 뭔가 싶어 돌아보니 헉… 왠 똥 덩어리 하나가 덩그러니 마루 위에 놓여져 있는 게 아닌가. 밥 준비하다 말고 난데없이 당한 똥 테러에 기분이 팍 상하지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돌도 됐으니 이제 슬슬 기저귀를 떼볼까 싶어 짧은 반바지만 입혀 놨더니 생긴 참사인 것을.. 이럴 때 화라도 내거나 다그치기라도 하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훗날 강박증이 발현될 수 있다는 프로이드 선생님의 이론을 배운 지식인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우리 아들은 똥이 왜 이리 무를까 하고 늘 걱정 반이었는데 이제 보니 늘 똥을 싸고는 기저귀에 뭉개서 물러 보였나 보다. 이렇게도 실한 똥 덩어리를 투척한 것을 보니 말이다.
옛날 어른들은 애들은 낳아 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큰다고들 하시던데, 이건 뭐 때 되면 항상 치러야 할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정말이지 산 넘어 산이다.
이 나라에서는 병원에서 아이를 놓자마자 엄마 품에 던져 준 채 엄마가 다 알아서 하도록 맡겨 놓으니 애가 태어나서 기쁜지 어떤지를 느낄 새도 없이 바로 젖 물리기를 마스터하고 기저귀를 가는 실전에 돌입해야 하더라.
이건 뭐 사용 설명서도 없는 것이 가르쳐 주는 사람에 따라 말이 다 틀리니 내가 직접 우리 애와 손발 맞춰가며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나가는 수 밖에. 이제 좀 손발 맞나 싶어 한숨 돌릴라치니 어느새 백일. 요즘은 엄마표 백일상이 대세라니 명색이 삼대독자 그냥 넘길 수도 없고. 애 재우고 틈틈이 공부하고 준비해 백일상을 차려주고 한시름 덜었나 했더니 이제는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라네. 준비물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덕분에 고3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열심히 메모하고 공부해 하나 둘 먹여보고. 이놈의 이유식이라는 게 또 단계가 있어서 적응할 만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하니 밥하다 세월이 다 가더라. 그냥 어른 밥에 물 좀 타서 먹이면 안되나 싶었건만 이유식 시기에 다양한 식감을 맛봐야 크면서 편식하지 않는 습관이 길러진다네. 어른들 국에 말아주는 건 나트륨 섭취가 많아질 수 있어 좋지 않다네. 이거 원 아는 게 많은 게 죄라더니.
삼 단계 이유식으로 밥하며 시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첫 돌이 눈 앞에 다가와 있더라. 요즘 한국에서 한다 하는 엄마들은 6개월 전부터도 준비한다는데 이거 뭐 별거 아니게 하려는 데도 나름 생각할게 많고 준비할 것도 많더라. 정신 없이 돌잔치 손님치레 하고 숨 좀 돌리나 싶더니 때마침 애가 한번 앓아 누워주신다. 남들은 돌 발진도 겪는다는데 그나마 우리 아들은 이앓이를 동반한 가벼운 편도선염으로 끝나줘서 감사하다. 물론 가볍다 해도 이틀 밤을 꼬박 잠 못 자고 안절부절 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애가 자주 아픈 엄마들은 애 병치레 하다 정신 차려보면 날짜가 훌쩍 지나가 있더란다. 달력에서 일, 이주가 덩그러니 빠져버린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제 정신 차리고 평화로운 시간을 좀 보내나 싶더니 어느새 젖을 끊을 시기라네. 이놈의 모유라는 게 처음에 시작할 때도 그렇게 힘들더니 뗄 떼는 백만 배 더 스트레스고 힘들단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작업 탓인지 그래도 우리 아들은 그나마 쉽게 떼줘서 좀 맥 빠지긴 했지만 엄마는 젖 말리느라 한동안은 고생했다는…
애가 자라는 만큼 시기별로 해야 할 일들이 자꾸만 주어지니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들! 앞으로도 우리 함께 이야기 나누고 머리를 맞대면 그 동안처럼 잘 해낼 수 있겠지? 사춘기라고, 이젠 다 컸다고 엄마를 상대 안 하려고 하면 너무 슬프겠지? 함께 고생했던 어린 시절을 부디 잊지 말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