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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A”시에서

0 개 3,664 코리아포스트
내가 살던 A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던가 새삼 놀랜다. 시 중심부인 중앙동에서 바라 보이는 시청 양옆 너른 보도엔 중년에 이른 나무들이 갈색 고운 빛으로 질서있게 늘어서 있다. 코트 깃을 세우고 정답게 팔짱을 낀 여유롭게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가을 동화 속 그림처럼 멋지다. 내가 이 곳에 올 때만 해도 특정 아파트 단지 하나만 달랑 지어져 있을 뿐 허허지 벌판에 삭막하기 이를데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 때가 벌써 이십년이 훌쩍 넘은 옛날 일이었으니 전혀 새로운 곳의 낯설움으로 또 다른 이방인의 기분이 드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인생 중반기에 접어든 싯점에서., 태어나 살던 서울을 떠나 읍정도의 별볼일 없던 시골에 내려 왔었는데 위성도시 수도권으로 편입이 되어 금방 시로 승격이 되고 오늘날과 같은 놀라운 발전을 하게 되었다, 시를 가로지르는 큰 개울에는 수도 없이 깔끔한 다리가 놓여 지고 개울가 양 옆에 심어진 나무들이 정서와 낭만을 불러 일으켜 하염없이 서 있으니 바람에 흣 날리는 낙엽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아는체를 하듯 짖꿎게 장난치며 어디론가 날아간다. 수북이 쌓인 노~란 은행잎 가로수 길은 황금 카펫처럼 푹신해서 그 길을 마냥 걸어보며 과연 이 가을에 오기를 잘했구나 라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먼 곳으로 영영 떠나 버린 그 사람과 이별을 했던 그 때도 아마 이런 계절이었을텐데 이젠 그 때의 슬픔같은 것은 잊은 채 그져 담담하게 이 가을의 정취에 빠져 들 뿐이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라고 외로움을 떨쳐 내기 힘들어 몸부림쳤던 그 어느 때도 있었건만 모처럼 만난 고국의 가을이 마냥 나를 행복하게 해 주니 그것은 마음의 사치였음을 깨닫게 했다.

"배도령 사과낭자"니 "땄다 붓다"라는 맥주집 심지어 "세수대야 냉면집"까지 재미있고 특이한 아이디어 상호를 내건 상점들과 먹거리가 유난히 풍성한 A시 변두리엔 아직도 옛날집 터전이 그대로 붉은 감을 무겁게 겹겹이 달고있는 고목나무도 그냥 있어 잘 지은 이웃의 빌라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딩똥~" 누군가 벨을 누르기에 나가 보니 윗층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라며 떡 접시를 들고 서 있었다. "어머나 요즈음도 이사 떡을 돌려요?" 따끈따끈한 떡 접시를 받으며 달라진 것은 일회용 그릇뿐인 이 곳 인심에 너그러운 미소가 절로 번져 나온다. 그러고 보니 아래층에 사는 젊은 애기 엄마가 시댁인 남쪽끝 어느 섬에서 시어머님이 보내 준 것이라며 냉동으로 보내 온 귀한 전복을 나눠 가져 온 일도 며칠전에 있었다. 인정이 도타운 이웃들과 함께 하며 오는정 가는정 속에 사람냄새 제대로 피우며 사는 동네가 여기 A시이니 얼마나 좋은가 조금 외지긴 해도 푸르름이 많아 이쪽으로 옮겼다는 아이 말처럼 공기도 쌈박하지만 질박한 인심 속에 구수한 사람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디로 들어오는 것일까? 찬바람이 불어도 모기가 아직 남아 밤잠을 설치게 하니 그거나 탈을 잡을까? "방충문이 모기들한테는 남대문이래요" 아이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정 붙이고 잘 살아 주니 고맙기 만하다.

이민 떠나는 아이들 가족을 보내 놓고 질펀히 앉아 울던 이 곳. 나 떠나 올 때 송별회 해주며 다시 만나자던 형부는 세상 뜨시고 회갑잔치 한다고 들썩였던 곳도 이 곳 A시였지 않은가 겹겹이 많이도 쌓인 추억을 한가득 안고 살다가 떠난 이곳에 이제 아이가 자리잡아 오래오래 잘 살고 있으니 정녕 A시는 내 두번째 고향임에 틀림이 없다.

도로변에 시원스런 인공폭포도 있어 여름이면 시원함을 더해주며 시민들의 안식을 위한 아름다운 공원도 여기저기 꽤나 많아 휴식하기에도 좋은 곳임을 알 수가 있다. 도시를 에워싸듯 포근히 감싸고 있는 작고 아담한 산에는 산책로가 말끔히 닦여 있고 언덕 밑 인근에는 개나리가 휘어지도록 노랑 세상을 만드는 봄철도 맘에 든다.

계획도시라던가 반듯반듯한 구획정리며 높낮이가 정해진 아파트며 주거단지가 질서가 있는가 하면 저~쪽으로 공업단지에서는 국내 유수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과연 이 도시는 BRAVO 도시답게 건강하고 비젼이 밝다. 어디에든 걸려 있는 "BRAVO" 플래카드가 유난히 돋보인다 언제까지나 살기 좋은 일등도시로 번영하기를 속으로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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