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서울 일기

0 개 3,253 코리아포스트
9월 00일

"여보시요 안녕하슈?" "누구?" 어_엉 내가 먼저 하려던 참인데 ...어쩌구.." 그녀 특유의 멘트가 길다. "긴 얘긴 만나서 하자구 이여자야" "어머머어 오셨구려" 깜짝쇼를 하고 싶어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왔기에 놀래는 친구가 과연 재미있다.

약속된 장소는 서울 대공원 앞. 이년 반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해후가 눈물겹게 정겹다. 긴 포옹과 함께 아이들처럼 낄낄거리면서 만나는 모습을 누가 보면 얼마나 유치했을지? 따뜻하게 전해오는 서로의 건강한 체온을 느끼며 눈물나게 감사했다.

지상으로 나가니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 나왔고 초가을의 한낮 볕이 제법 따가워 나무 그늘이 반갑다. "쉼터였던가?" 나무에 걸린 허름한 간판을 보면서 둥근 탁자가 몇 개 놓여진 그늘막에 우리는 앉았다. 허름한 숲속 식당이었다. 둘러보니 두어군데 테이블에선 남자들이 보글보글 잘 끓는 냄비를 둘러앉아 기분 좋게 술잔을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주문을 받는다 내가 그리도 먹고 싶었던 것은 별것 아닌 평범한 일반식이었기에 거침없이 백반을 시켰다. 큼직한 대접에 질퍽하게 끓인 고등어 조림에 꿀꺽 침이 넘어간다. 콩나물 무침. 조개젓. 감자볶음. 강된장에 호박잎 쌈. 거칠게 솜씨없이 부친 계란 지짐이 한 접시.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두툼하게 썰은 두부에 동태찌개가 한대접. 푸짐했다. 양념냄새가 싱싱한 겉절이가 입맛을 살린다. 아- 맛있다 이것저것 전부 내 입맛에 딱이다 정말 맛있다 메뉴판을 보니 5000원. 너무나 신기하고 감동스러웠다. "아줌마 오래간만에 우리 엄마가 해 준 것 같은 밥 정말 잘 먹고 가네요" 저절로 그런 말이 튀어 나왔다, (바로 이런걸 먹고 싶었던거야)

10월 0일

옛날에 내가 갔던 인천 송도는 말 그대로 솔숲에 뭍인 작은섬, 해변이 보이는 소풍장소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다. 그 송도가 새로이 국제도시로 태어나려는 꿈틀거림을 보면서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80일간의 미래 도시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걸고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놀라웠다. 먼 바다를 지키는 등대이듯 151층의 높은 타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솟는다면 4년 4개월간의 고된 공정을 마친 세계에서 여섯번째를 자랑한다는 21.38km의 긴 다리 인천 대교가 인천 앞바다를 가로질러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면서 고무줄처럼 길게 길게 선을 긋고 아득하기 만하다.

미래의 도시 투모로우 시티가 멋진 국제도시로 송도를 빛내 줄 것임을 타임 머신을 타고 미리 체험하는 그런 뜻깊은 하루였다. 200개라던가 1m 50의 간격으로 이어진 연이 아득하게 걸린 높 푸른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미래의 국제도시 송도의 기개 같아 경이스로웠다,

10월 00일

황금들판. 얼마나 오랫만에 만나 보는 반가운 경치던가! 노오랗게 익은 벼포기가 기분좋게 바람에 출렁인다. 고층 아파트가 성벽처럼 둘러쳐진 도시 가운데 변함없는 농촌의 가을 들녘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림처럼 아름답다. 금년은 태풍이 없어서 가을걷이 모두가 대풍이란다. 우리땅에서 수확한 과일들이 울긋불긋 꽃처럼 아름답고 풍요롭다 내가 즐기던 조국의 먹거리로 보기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청명한 가을 하늘. 바람냄새가 싱그럽고 땅 냄새가 정겹다 어디서든 우리말만 하는 같은 사람들 박하사탕을 입에 물은 듯 가슴이 후련하다, 굴러다니는 낙엽도 귀엽고 차창을 스치는 길가의 풀 포기들, 앙증맞은 들꽃들이 사랑스러워 절로 미소가 어린다,

전에 새우나 먹으러 다니던 "대부도"에는 하 -내 -테 -마 -파 -크가 있었다. 하늘아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쉼터라나 풍경이 있는 야생화와 조형정원이 예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테마별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각종 공예관이며 석박물관 곤충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았다,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자연림이 울창한 해안에 접해 있는 대자연의 에너지가 풍부한 곳이어서 즐겁고 상쾌했다. 1년 내내 월별로 벌어지는 축제가 있어 학생들 산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지친 몸의 피로를 풀어 주는 따뜻한 소금족탕이 나이 먹은 고객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문득 로토루아에서 즐겼던 족탕이 생각나서 잠시 혼란을 겪었다. 아- 따뜻해 가슴까지 훈훈해지고 정신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려는데 더 높은 곳에 조형정원이 너무 아름답다며 빨라 올라오라는 전갈을 받는다. 좋은 하루였다, 내려오는 길에 수도 없이 늘어선 조랑박 터널을 빠져 나오는데 탄탄하게 굳은 박덩이들이 사납게 머리를 때린다. 깊은 인상을 주려는 듯.....

                                                                 서울에서 오 소 영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댓글 0 | 조회 4,126 | 2015.11.25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 더보기

띵호아! 사랑의 도시락

댓글 0 | 조회 4,051 | 2010.11.24
그들이 알고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중국인들은 대개 칙칙하고 깔끔스럽지가 않다고 생각 해 왔다. 그러기에 화사하고 밝은 인상의 남자를 분명 한국인이라고 단정짓고 “안… 더보기

[331] “여자”를 잃어가는 여성들

댓글 0 | 조회 3,883 | 2006.04.24
“아이 좋아라” 병원에서 그리 환하게 웃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진료실 문을 나서며 밝게 웃고 나오는 친구. 마치 아이같은 모습에 밖에서 기다리던 나를 의… 더보기

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댓글 0 | 조회 3,859 | 2012.05.22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 더보기

메밀묵 사려∼∼

댓글 0 | 조회 3,730 | 2009.08.25
동지가 지나 열흘쯤 되면 그 짧던 해도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다. 엊그제 입춘도 지난 모양이니 낮이 제법 길어지고 계절은 벌써 봄으로 접어든 것 같다. 하지만… 더보기

“A”시에서

댓글 0 | 조회 3,665 | 2009.11.25
내가 살던 A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던가 새삼 놀랜다. 시 중심부인 중앙동에서 바라 보이는 시청 양옆 너른 보도엔 중년에 이른 나무들이 갈색 고운 빛으로 질서… 더보기

여기는 지금 해 질 무렵의 오클랜드 시티

댓글 0 | 조회 3,629 | 2010.04.27
무공해 초록 나라에 사는 내가 부러워 배 아파 죽겠다는 친구, 당신에게 또 충격을 드려 미안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동을 혼자 하기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 더보기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댓글 1 | 조회 3,589 | 2011.01.26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정확히 70년대의 아주 옛날 노래를 요즈음 새삼스럽게 웅얼거리는 입버릇이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별로… 더보기

어둠속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3,585 | 2009.02.24
길을 걸어가는데 열살안쪽 검은 애들 서너명이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 애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빼롱--" 하고 혀를 쏙 내밀며 놀리질… 더보기

빛 바랜 도화지에 행복 그리기

댓글 0 | 조회 3,541 | 2010.01.27
새 카렌다를 바꿔 걸었으니 어김없이 나이 하나를 더 먹은게 틀림없다.음식은 먹으면 줄어 드는게 이치에 맞는데 떡국을 먹으면 보태지는게 나이가 아닌가. 나이는 숫자… 더보기

딸이 좋아

댓글 0 | 조회 3,533 | 2009.09.22
딸하나, 또하나! 이 딸딸이 엄마를 한없이 부러워하는 고국의 친구들. 딸 덕에 자연 좋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내가 배 아프게 부럽단다. 허기사 내 힘으로는 죽었… 더보기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Ⅲ)

댓글 0 | 조회 3,530 | 2010.07.28
조(鳥)도를 구경하고 다시 ‘진도’로 돌아왔을 때. ‘진도’의 자랑꺼리로 너무도 유명한 토속주 ‘홍주’를 한병 샀다. 조선시대 ‘지초주(芝草酒)’라 하여 최고 진… 더보기

부자(富子)가 싫다는 사람도 있네

댓글 0 | 조회 3,495 | 2010.03.23
"돈은 역 효과를 낳는다. 행복이 오는 것을 막는다." 부(富)가 불행의 근원이라며 억만장자 전 재산을 기부한 사람이 있다. 마흔 일곱 살의 오스트리아 남자, 죽… 더보기

[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댓글 0 | 조회 3,476 | 2008.03.26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 더보기

고목에 피운 무지개꽃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430 | 2010.08.25
“푸 -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고국의 향수를 물씬 자아내는 멋드러진 화음에 찐한 감동과 함께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이 온다. 곱고 화사한 한… 더보기

젊음이 흘리고 간 낭만을 줍다

댓글 0 | 조회 3,412 | 2010.09.29
감색 양복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단추와 띠 장식이며. 거기에 검은차양에 흰 모자까지.... 그 날은 퀸스트리트 거리가. 그들의 멋진 정복의 물결로 그 어느 때 보… 더보기

왕 밤 줏으러 갔다네

댓글 0 | 조회 3,402 | 2009.04.28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해서일까? 그 누구도 침범 못하게 단란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의좋게 달라붙어 꼭꼭 숨은 삼형제일까 삼자매일까? 윤끼 자르르한 갈색으로 매끈하지… 더보기

설 명절에 웬 송편을....

댓글 0 | 조회 3,384 | 2011.02.22
‘젊은이는 희망으로 살고 늙은이는 추억으로 산다던가’ 구정을 맞아 귀성길이 막힌다느니 원활하다느니 수만리 밖에서 나와 무관한 사정을 듣고 보며. 그러나 그 곳에 … 더보기

호평동에서 온 편지

댓글 0 | 조회 3,384 | 2011.03.23
어린 강아지풀과 노오란 민들레꽃이 얌전하게 말려져 진홍의 카드지 안에서 환하게 나를 반긴다.훌쩍 해를 넘긴 작년. 봄의 소식을 알리며 고국의 땅 한 모퉁이 호평동… 더보기

나나니 춤

댓글 0 | 조회 3,384 | 2008.08.27
삼십년만의 큰 태풍이란다. 홍수에 집이 잠기고 고목이 뿌리째 뽑혀 벌렁 누운 모습도 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겨울이다. 이 나라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갇혀 버… 더보기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Ⅰ)

댓글 1 | 조회 3,362 | 2010.05.25
낙엽 구르는 바람 소리에 잠을 잃은밤, 고국은 지금 꽃 잔치로 한창 법석을 떠는 계절이잖은가, 하지만 이 밤. 나는 지난 가을 그 곳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서 특별… 더보기

아름다운 고별

댓글 1 | 조회 3,354 | 2011.09.27
옆집 할머니 ‘엘리자벳’이 갑자기 돌아가셨다."일년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들의 추석날. 명절다운 분위기로 조촐하게 잔치가 벌어진 작은… 더보기

실수야 떠나라

댓글 0 | 조회 3,342 | 2009.12.22
12월 마지막 달, 싫어도 또 하나 나이를 보태야 한다. 세월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게 두렵다. 이제 기억력도 전같지 않은데 곧잘 건망증까지, 몇년전에 …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3,320 | 2010.10.28
“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나이무게가 더해지면서 마치 죽음에서 깨어나듯 다시 시작되는 아침이 늘 새롭고 고마워 저절로 나오는 감사… 더보기

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댓글 0 | 조회 3,307 | 2020.04.28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