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밤 줏으러 갔다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왕 밤 줏으러 갔다네

0 개 3,399 코리아포스트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해서일까? 그 누구도 침범 못하게 단란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의좋게 달라붙어 꼭꼭 숨은 삼형제일까 삼자매일까? 윤끼 자르르한 갈색으로 매끈하지만 딱딱한 껍질 속에 또 한겹 떫은 속옷으로 몸을 감싼 모습이야말로 굳건히 순결을 지키려는 옛 처녀들의 수줍음이 묻어나 그들은 형제가 아니라 자매임이 틀림없을것만 같다. 알을 깨고 방금 나온 햇병아리들처럼 세상 구경에 나선 알밤 삼자매 자매들.... 그들을 만나러 떠나 보련다.

부지런하고 수고하지 않으면 함부로 먹을 수 없는 햇밤.

도둑고양이 매 맞듯이 옛이나 지금이나 늦잠복 하나는 타고난 탓으로 모처럼의 이른 기상이 걱정이었다. 새벽밥을 짓는 "정옥"씨의 다섯시 반 기상 시간에 나도 깨워 달라고 부탁을 하는 수 밖에....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영 잠이 오지 않는다. 소풍가기 전날 들떴던 어린애 마음으로 돌아간걸까?(늙으면 애 된다더니-) 깊은잠이 들지 않았던 탓일께다. 신호가 오기도전에 또 잠이 깨었다. 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네시 반, 이제 다시 잠들면 어렵다는 걸 아니 아예 일어나 버리는데 문득 어젯밤 꿈이 생각났다.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꿈이었으니 주먹만한 왕밤이나 하나 줏으려나? 그러나 혼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런 행운을 얻어 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밖이 어렴풋이 밝아오자 미리 열어 놓은 현관문 밖에 무거운 발자욱소리, 보나마나 가시박힌 밤을 무자비하게 까뭉기려고 두툼한 등산화를 신고 나타났음을 짐작으로 알만한 동행할 친구였다.

"그런데 틀렸네요 비가 오네요" 그의 첫마디 말이었다.(웬 김빠지는 소리?) 밖을 내다보니 착 갈아 앉은 하늘에서 촉촉하게 봄비같은 실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깨에 힘이 빠지고 준비하는 마음이 시들해졌다. 작년에도 시티까지 나갔다가 헛걸음을 하고 되돌아와야만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질 않은가. 비 때문에.... 이른 시간 직장에 나가는 "정옥"씨 자제분 차에 픽업을 약속한 터라 우선 친구의 집까지 뽀얀 빗속을 달리는데 오늘 틀렸다고 계속 군시렁대는 친구를 어찌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비가 이 지경으로 계속 내릴것만 같은데, 혹시나 개어 줄 것인지? 가는데까지 가보자)

그러나 정옥씨 내외와 만난 우리 네 사람은 케쎄라쎄라를 부르면서 편안한 배짱으로 8시에 약속장소인 "스카이 시티"에 도착했다.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어서 까페에 들어가 모닝커피 한잔씩을 즐기는 여유까지 한껏 맛을 냈으니 이만하면 밤 농장에 못 가도 그리 억울한 날은 아니잖은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비가 멈추어 주었다.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조금씩 파아랗게 열려 왔다.

언제 비 걱정을 했느냐는 듯 모여드는 얼굴, 얼굴들이 한결같이 화사하고 들떠 있었다. 버스가 꽉차는 동안 오랜만 에 만나는 얼굴들과 만나면서 반가운 분위기로 차안이 화끈하게 달아 올랐다.

노오랗게 물들어 가는 나무들과 깃털처럼 나부끼는 갈대들의 군무를 차창으로 내다보면서 여물어가는 뉴질랜드의 가을을 여과없이 받아 드린다. 감을 익히고 알밤을 떨구는 그런 골 깊은 가을을....

예정된 도착시간 훨씬 전에 목적지에 이르렀다. "재뉴 한국 여성회 왕밤 컨테스트" 우리말 플랜카드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먼저 와 계신 참전 용사 가족들과 인원이 넘쳐서 작은 차까지 동원되어 모셔진 분들로 벌써 와 있어 잔치집처럼 사람들로 넘쳐 나는 밤 밭 너른 마당. 큼직한 차일 밑에 봉사자들 일손들이 바쁘다.

현지 "와이카토" 한인 회장과 그곳 유지분들이 함께 오늘의 수고를 맡으셨나 보다. 푸른 들판에 고운 빛깔 한복이 돋보이는 "한국학교" 교장인 "고정미" 선생님의 사회로 대회는 시작되었고 성질 급한 몇몇 분들은 벌써 밤나무 밑에 흩어져 밤 줍기가 바쁘다. 자연이 내리신 선물. 알차게 여문 밤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꿈자리도 좋았으니 어디 왕밤이나 찾아나서 볼까?

이역의 땅. 외진 시골 농장. 나무들 사이로 흩어져 들려 오는 사물놀이의 징. 장구소리에 가슴을 울렁이며 밤을 줏어 담는다.(왕밤 나와라 오바) 외우는 주문을 들었을까? 와 얼마나 살이 쪘는지 껍질을 터뜨리고 살집을 드러낸 제법 큰 밤을 찾아냈다. 자신있게 본부석에 접수를 해 보았지만 일. 이등은 놓치고 "앗차"하고 떨어져서 앗차 상인가. 그래도 꿈 값은 되는 모양이다.

오늘 점심은 유난히 맛이 있었다. 많이 주었다고 투정을 하던 분들도 말끔히 그릇을 비웠다. 봉사하시는 분들의 성의가 값진 양념으로 더해진 까닭을 모를리 없어 고맙고 보람된 하루였다. 들바람에 치마자락 흣날리며 부채춤을 추는 여학생들, 따가운 햇살아래 정겹고 아름다운 이색적인 한폭의 풍경화였다. 느린 걸음걸이 구부정한 몸매, 얼굴 곱게 화장을 하고 여인이기를 고집했어도 어쩔 수 없는 우리. 그러기에 오늘같이 대우받는 날도 있는 모양이다.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재뉴 한국 여성회의 발전을 빌면서-----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시드니를 흔들다!(Ⅱ)

댓글 0 | 조회 4,126 | 2015.11.25
마치 죽음처럼 깊이 잠 들었던 호텔에서의 첫 밤이었다. 눈을 떠 보니 새벽 네 시. 옆 사람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욕조에 더운 물을 한가득. 그 안에서 며칠… 더보기

띵호아! 사랑의 도시락

댓글 0 | 조회 4,051 | 2010.11.24
그들이 알고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중국인들은 대개 칙칙하고 깔끔스럽지가 않다고 생각 해 왔다. 그러기에 화사하고 밝은 인상의 남자를 분명 한국인이라고 단정짓고 “안… 더보기

[331] “여자”를 잃어가는 여성들

댓글 0 | 조회 3,882 | 2006.04.24
“아이 좋아라” 병원에서 그리 환하게 웃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진료실 문을 나서며 밝게 웃고 나오는 친구. 마치 아이같은 모습에 밖에서 기다리던 나를 의… 더보기

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댓글 0 | 조회 3,857 | 2012.05.22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 더보기

메밀묵 사려∼∼

댓글 0 | 조회 3,730 | 2009.08.25
동지가 지나 열흘쯤 되면 그 짧던 해도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다. 엊그제 입춘도 지난 모양이니 낮이 제법 길어지고 계절은 벌써 봄으로 접어든 것 같다. 하지만… 더보기

“A”시에서

댓글 0 | 조회 3,664 | 2009.11.25
내가 살던 A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였던가 새삼 놀랜다. 시 중심부인 중앙동에서 바라 보이는 시청 양옆 너른 보도엔 중년에 이른 나무들이 갈색 고운 빛으로 질서… 더보기

여기는 지금 해 질 무렵의 오클랜드 시티

댓글 0 | 조회 3,629 | 2010.04.27
무공해 초록 나라에 사는 내가 부러워 배 아파 죽겠다는 친구, 당신에게 또 충격을 드려 미안합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동을 혼자 하기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 더보기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댓글 1 | 조회 3,589 | 2011.01.26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정확히 70년대의 아주 옛날 노래를 요즈음 새삼스럽게 웅얼거리는 입버릇이 된 것은 어쩐 일일까? 별로… 더보기

어둠속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3,584 | 2009.02.24
길을 걸어가는데 열살안쪽 검은 애들 서너명이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 애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빼롱--" 하고 혀를 쏙 내밀며 놀리질… 더보기

빛 바랜 도화지에 행복 그리기

댓글 0 | 조회 3,540 | 2010.01.27
새 카렌다를 바꿔 걸었으니 어김없이 나이 하나를 더 먹은게 틀림없다.음식은 먹으면 줄어 드는게 이치에 맞는데 떡국을 먹으면 보태지는게 나이가 아닌가. 나이는 숫자… 더보기

딸이 좋아

댓글 0 | 조회 3,532 | 2009.09.22
딸하나, 또하나! 이 딸딸이 엄마를 한없이 부러워하는 고국의 친구들. 딸 덕에 자연 좋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내가 배 아프게 부럽단다. 허기사 내 힘으로는 죽었… 더보기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Ⅲ)

댓글 0 | 조회 3,530 | 2010.07.28
조(鳥)도를 구경하고 다시 ‘진도’로 돌아왔을 때. ‘진도’의 자랑꺼리로 너무도 유명한 토속주 ‘홍주’를 한병 샀다. 조선시대 ‘지초주(芝草酒)’라 하여 최고 진… 더보기

부자(富子)가 싫다는 사람도 있네

댓글 0 | 조회 3,495 | 2010.03.23
"돈은 역 효과를 낳는다. 행복이 오는 것을 막는다." 부(富)가 불행의 근원이라며 억만장자 전 재산을 기부한 사람이 있다. 마흔 일곱 살의 오스트리아 남자, 죽… 더보기

[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댓글 0 | 조회 3,474 | 2008.03.26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 더보기

고목에 피운 무지개꽃을 아시나요?

댓글 0 | 조회 3,429 | 2010.08.25
“푸 -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고국의 향수를 물씬 자아내는 멋드러진 화음에 찐한 감동과 함께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이 온다. 곱고 화사한 한… 더보기

젊음이 흘리고 간 낭만을 줍다

댓글 0 | 조회 3,412 | 2010.09.29
감색 양복에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단추와 띠 장식이며. 거기에 검은차양에 흰 모자까지.... 그 날은 퀸스트리트 거리가. 그들의 멋진 정복의 물결로 그 어느 때 보… 더보기

현재 왕 밤 줏으러 갔다네

댓글 0 | 조회 3,400 | 2009.04.28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해서일까? 그 누구도 침범 못하게 단란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의좋게 달라붙어 꼭꼭 숨은 삼형제일까 삼자매일까? 윤끼 자르르한 갈색으로 매끈하지… 더보기

설 명절에 웬 송편을....

댓글 0 | 조회 3,384 | 2011.02.22
‘젊은이는 희망으로 살고 늙은이는 추억으로 산다던가’ 구정을 맞아 귀성길이 막힌다느니 원활하다느니 수만리 밖에서 나와 무관한 사정을 듣고 보며. 그러나 그 곳에 … 더보기

나나니 춤

댓글 0 | 조회 3,384 | 2008.08.27
삼십년만의 큰 태풍이란다. 홍수에 집이 잠기고 고목이 뿌리째 뽑혀 벌렁 누운 모습도 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겨울이다. 이 나라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갇혀 버… 더보기

호평동에서 온 편지

댓글 0 | 조회 3,383 | 2011.03.23
어린 강아지풀과 노오란 민들레꽃이 얌전하게 말려져 진홍의 카드지 안에서 환하게 나를 반긴다.훌쩍 해를 넘긴 작년. 봄의 소식을 알리며 고국의 땅 한 모퉁이 호평동… 더보기

고국의 가을 속으로 달리다(Ⅰ)

댓글 1 | 조회 3,361 | 2010.05.25
낙엽 구르는 바람 소리에 잠을 잃은밤, 고국은 지금 꽃 잔치로 한창 법석을 떠는 계절이잖은가, 하지만 이 밤. 나는 지난 가을 그 곳에서 보낸 시간들 속에서 특별… 더보기

아름다운 고별

댓글 1 | 조회 3,354 | 2011.09.27
옆집 할머니 ‘엘리자벳’이 갑자기 돌아가셨다."일년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들의 추석날. 명절다운 분위기로 조촐하게 잔치가 벌어진 작은… 더보기

실수야 떠나라

댓글 0 | 조회 3,342 | 2009.12.22
12월 마지막 달, 싫어도 또 하나 나이를 보태야 한다. 세월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게 두렵다. 이제 기억력도 전같지 않은데 곧잘 건망증까지, 몇년전에 … 더보기

감사합니다

댓글 0 | 조회 3,320 | 2010.10.28
“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나이무게가 더해지면서 마치 죽음에서 깨어나듯 다시 시작되는 아침이 늘 새롭고 고마워 저절로 나오는 감사… 더보기

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댓글 0 | 조회 3,307 | 2020.04.28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