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섣달 그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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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26] 섣달 그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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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만 해도 구름이 오가는 변덕날씨에 바람마져 사납더니……, 오늘은 미동도 하지 않는 엷은 레이스의 창문 커텐이 답답할 정도로 무덥다. 볕은 따가워도 그늘에만 들면 서늘한 이 나라 여름이 아니던가. 밖에서 운동하느라 흠씬 흘린 땀도 집안에만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식어 버리더니 오늘은 그냥 앉아 있는데도 땀이 솟아 한국의 여름만큼이나 무섭게 찐다. 별로 써본적 없는 부채를 꺼내 살랑살랑 부쳐보지만 시원치가 않아 콧등이 시릴만큼 매콤하고 싸한 고국의 겨울바람이 그리워진다. 정말로 더워서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이 섣달그믐날이다. 그 특별한 분위기 때문에 체감으로 느끼는 더위보다 감정에서 오는 아쉬움에 더더욱 덥다는 느낌을 갖는 것같다. 음력으로 마지막 남은 하루 섣달 그믐날. 하얀 눈밭에 손을 호호불며 추위에 웅숭거릴 날씨가 왜 이리 더운가. 계절 다른 여기보다 내 명절은 벌써 서울에 가 있다. 언니는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조상 모실 설음식 장만하느라 힘든 몸을 끌고 수도 없이 서성거리시겠지.“이제 힘들어서 아무 것도 못하겠어.” 제 일 만들어 밖으로만 나도는 며느리 대신으로 맡은 살림이며 손주들 뒷바라지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도 사시더니 이젠 도저히 몸이 따라 주질 않아 못하겠다고 몇 년전부터 안타까움을 호소하면서도 여전히 그걸 벗어날 수가 없다. 아마 언니 세상 뜨는 날이 해방되는 날일테지. 그 분의 인생이 그런 것을…, 충주에 계신 오빠네는? 그 집도 한창 바쁠 것이다. 시간을 쪼개어 사는 서울 동서들 편하게 오도록 넉넉하게 여유주고 혼자서 동동거리며 음식 장만하는 맏동서다운 우리올케. 쥐방울처럼 몸도 재고 일도 잘하고 음식도 잘하니 오빠는 느긋해서 잔심부름이나 하시나. 집집마다의 바쁜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동생들은 한시간이면 보통 갈 수 있는 거리를 너 덧시간씩 거북이 걸음으로 움직이는 장사진 차들 틈새에 끼어 부대끼고 있겠지.
  바람에 출렁이는 을씨년스런 검은 나무들과 쓸쓸하게 비어 있는 논밭들. 하얀 페인트 칠속에 풍덩 빠져 있는 마을의 집들. 획일적인 도시의 답답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회색으로 변한 산들과 헐벗은 자연과의 만남이지만 나는 늘 좋았다. 섣달 그믐날 그 길을 갈때마다….

  서울서 나고 자란 토박이 오빠가 노후를 맡긴 새로운 시골이 고향처럼 흙냄새를 맡게 해줘서 친정 나드리가 정서로 만족하곤 했다. 각박한 도시의 마음을 부드럽게 순화시켜주는 자연과의 속삭임. 마냥 건조해진 머리 속으로 한가닥 상큼한 솔바람이 일어 흐트러진 자신을 추스르는데 더없이 좋았다.

  우람한 산을 병풍삼아 단 두 집이 전부다. 그 산을 오르는 길목에 폐허가 된 집이 거추장스럽게 버티고 서 있다. 그 집 앞마당엔 고목으로 자란 나무가 돌보는이 없어도 지천으로 살구를 열고 익혀 땅에 떨군다. 사촌 동생댁이 눈이 황홀해서 치마폭에 줏어 담아 온 것으로 술을 담았다며 자랑하던 신비스런 눈빛이 지금도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복사 꽃피는 계절이면 핑크빛으로 물드는 과수원 자락. 그 핑크빛 황홀한 세상을 둘이만 즐기기엔 너무 아쉬워 우리들을 빨리 내려 오라고 불러내는 오빠. 그 꽃에 취한 사람처럼 들떠 있는 목소리가 소년처럼 생기 발랄했다. 창문을 열어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꽃가지들. 바람에 날아드는 꽃잎이 식탁 위에 사뿐 내려앉아 함께 하자고 보채는 듯하다. 집 곁으로 산에서 흐르는 실개천이 있고 까만 버들치가 숨었다간 나타나 꼬리를 흔든다. 집 앞 큰 개울에서 낚시로 건져 올린 물고기들을 보를 만든 작은 개울에 모았다가 가끔씩 서울 친구들을 불러 천렵을 하신다나. 그래서 늙어가는 친구들 틈에 더욱 인기가 있는 가보다.

  새벽 뒷산을 오르며 철따라 돌아 난 나물들을 한줌씩 들고 내려와 파아랗게 데쳐서 냉동고에 넣었다가 우리가 내려가면 겨울에도 그 상큼한 햇나물에 뿅가는 식단을 마련해준다. 시끌벅적한 가족모임. 설다운 풍경속에 거기 나도 끼어 있다. 게걸스럽게 그런 회상들 속에서 허우적댔더니 어느새 그 짜증스럽게 무덥던 내 여름이 조금 시원해진다. 구정 명절은 추울 때라야 역시 실감이 나는 우리의 정서. 여기서 먹는 떡국은 별 의미가 없는 것만 같다. 추위에 따뜻하게 속을 녹여 주는, 그리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덕담과 더불어 먹는 떡국을 먹어야 설다운 설이잖은가.

  아~ 이 유치한 상상력으로 귀소본능을 달래는 내 치기는 언제쯤이나 끝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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