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0 개 2,682 코리아타임즈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진 밤 농장이 목적지.
  가죽시트 편안한 벤츠차에 앉으니 천리만리라도 갈 것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네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했다는게 더 솔직한 맛이겠지. 낮게 내려앉은 하늘, 구름이 해를 가리워 뜨겁지도 않아서 더욱 다행이라는 금상첨화론까지……. 새하얀 은발을 바람에 휘날리며 무리진 갈대의 군무가 화려하다 못해 황홀하다.
  검은 장막같은 구름사이로 가늘게 쏟아져 내리는 금빛 부채살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찬란하다. 허지만 이슬비같은 작은 빗방울이 소리없이 차장에 내려 앉는다. 변덕날씨에 익숙해진 우리가 까짓것 걱정될리 없지. 아니나 다를까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님이 방긋 웃어준다. 앞쪽 먼 하늘 진회색 구름을 배경으로 이번에는 초연히 무지개가 나타난다. 일곱색깔 고운 하모니가 들뜬 여행객의 눈길을 마냥 사로잡는다.“참,
아름답다”이럴땐 내가 뉴질랜드에 처음 온 사람처럼 새롭고 생소해서 신음같은 찬사가 절로 나온다.
  초행길에 목적지를 잘 몰라 차를 세우고 길에 나서보니 사람하나 볼 수 없는 드넚은 초원뿐. 사방을 둘러봐도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들과 여유롭게 노는 우공들 뿐이다. 여기가 광야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손을 들어 달리는 차를 세워봐도 핑핑 무응답으로 달아나고….
  밤을 싸게 사야 하니까…, 경제성을 따지는 장난끼 어린 친구. 까짓거 밤이 문제야 나왔으니까 그냥 하루 즐기는 거지. 내 괴변이 엇갈리는 찰나다 그러나 곧 반가운 이정표가 눈에 들어 왔다.
  밤동산을 연상했던 예상이 빗나가고 그야말로 평지에 밤 밭이 없다. 사람들이 엎디어 밤을 줍는데 모두가 한국인들 뿐이다. 여기가 한국 어디쯤일까? 처음으로 와 본 밤 농장. 바닥이 온통 밤송이로 깔려있어 정신없이 줏어 담는데 그것은 썩은 것일테니 알아서 잘 고르란다. 밤을 줍는게 아니고 낭만을 줍는 것이니 내겐 상관없는 잔소리인 것을.
  까시가 매서운 밤송이를 어쩌려고 장갑도 없는 맨손의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 까시에 찔려 피도 흘리고 엄청 아퍼서 사전준비가 꼭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꽁꽁 몸을 사리고 수줍은 듯 붙어 앉은 의좋은 삼형제. 자라고 익어서 스스로 알밤이 되어 홀로 땅에 떨어진것들. 무에서 창조해낸 무한한 열매. 이 가을을 영글게 만들어준 계절의 선물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잠시 숙연해지기로 하면서 문득 어머님 얼굴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만 거의 사시던 분이 모처럼 시골에 가셨을 때의 이야기다. 아침 일찍 앞동산에 올랐더니 밤새 사납게 불던 바람으로 발갛게 익은 알밤이 우수수 떨어져 있어 급한 김에 치마폭에 가득 줏어 왔다는 부풋한 이야기를 옛날이야기처럼 신기하게 들었었다. 지금의 내 기분이 바로 그런 것일까? 길에 쏟아진 콩을 줍듯 마구 줏어 담았으니 아마 내것은 썩은게 반이나 될터, 나는 원래 앙그러진 이재와는 먼 사람이니까 실속이 없을 건 뻔하다. 그러나 계절 깊음 속으로 풍덩 빠져 나른한 마음을 흠뻑 적신 다는게 얼마나 멋진가.
  어느새 짧은 해가 서녁으로 기울어 있다. 생나무 담장 그늘에 자리를 만들고 가져온 먹거리를 준비한다. 삼겹살을 굽고 코펠에 밥이 되고 된장찌개가 끓는다. 수확의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으로 따끈한 들밥을 챙겨먹는 재미. 질펀히 깔린 갈색의 뜰을 뒤로하고 돌아 오는데 차창 밖으로 오클랜드의 하늘이 쌔까맣다. 복바치는 설움을 쏟아 내듯  기어이 소낙비가 한바탕 하는 모양이다. 올 가을엔 오늘의 추억이 담긴 낭만의 밤을 씹으며 쓸쓸함을 달랠 수 있을는지?  

투표하러 가던 날

댓글 0 | 조회 2,721 | 2009.07.28
오늘은 아침부터 참 기분이 좋다. 어린애처럼 마음이 둥둥떠서 괜스레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사뿐사뿐 몸도 가볍다. "투표하러 가는 날". 이 나라에 와서 처음도 아닌… 더보기

사람 구경

댓글 0 | 조회 3,114 | 2009.06.23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합창의 향연이 한바탕 끝난 한나절, 유리창에 부디치는 소슬한 바람소리뿐. 인적없는 절간같이 고요만이 남는다. 이럴때 아늑하고 마냥 … 더보기

꿈나무 동산

댓글 0 | 조회 2,910 | 2009.05.26
거기는 활기차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 꿈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아름다운 꽃동산이었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맘껏 소리치고 노해라고 공부하면서 조국의 문화를 익… 더보기

왕 밤 줏으러 갔다네

댓글 0 | 조회 3,404 | 2009.04.28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해서일까? 그 누구도 침범 못하게 단란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의좋게 달라붙어 꼭꼭 숨은 삼형제일까 삼자매일까? 윤끼 자르르한 갈색으로 매끈하지… 더보기

희망을 주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3,055 | 2009.03.24
이른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이름모를 진보라색 작은 꽃무더기, 그 보라색 꽃을 보면서 문득 가을이 느껴졌다. 그지없이 센치하고 공허해지는 가을을.... 그리고보니 피… 더보기

어둠속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3,590 | 2009.02.24
길을 걸어가는데 열살안쪽 검은 애들 서너명이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 애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빼롱--" 하고 혀를 쏙 내밀며 놀리질… 더보기

검은 진주 가족의 아름다운 삶

댓글 0 | 조회 3,109 | 2009.01.28
딸 다섯에 막내로 아들 하나, 그 아들을 얻으려고 줄줄이 딸을 낳았을까? 여덟식구 대 가족이 한줄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는 … 더보기

나의 기쁨조 사람들

댓글 0 | 조회 3,148 | 2008.12.23
이 해도 마지막 달,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살다보면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기복의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지만 될… 더보기

양귀비꽃 하루

댓글 0 | 조회 2,761 | 2008.11.26
찌프린 하늘이 회색으로 어둡다. 그 침침함 속에 문득 시야를 밝혀 오는 화사한 다홍색 물결, 두리번거리는 낯선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잘 정돈된 넓직한 파크였다… 더보기

쌀밥에 뉘

댓글 0 | 조회 2,985 | 2008.10.30
주차장 옆, 시커먼 고목나무 팔 벌린 가쟁이에 장난치듯 길다란 밧줄을 던지고 있는 노인,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위치에 여러 차례 던져 보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 더보기

봄이 오는 소리

댓글 1 | 조회 3,179 | 2008.09.24
연일 쏟아지는 비속에서 그토록 안달하며 재촉을 했던가? 연두빛 봄이 찢긴 햇살사이를 비집고 성큼 성큼 한달음으로 다가들고 있다. 양지녘에 앉은뱅이 보랏빛 작은꽃이… 더보기

나나니 춤

댓글 0 | 조회 3,389 | 2008.08.27
삼십년만의 큰 태풍이란다. 홍수에 집이 잠기고 고목이 뿌리째 뽑혀 벌렁 누운 모습도 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겨울이다. 이 나라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갇혀 버… 더보기

"DOULOS"의 사람들

댓글 0 | 조회 3,122 | 2008.08.13
그 날은 왜 그리도 비바람이 사나웠는지? 춥고 음산했다. 그 폭풍우 속을 해상에 나간다는게 잠시지만 고생을 각오해야겠기에 두툼한 옷으로 무장을 했다. 이 년이라는… 더보기

[383] 일탈(逸脫)의 쾌감

댓글 0 | 조회 2,900 | 2008.06.25
길고 긴 여름 가뭄에 늦더위가 기승이더니 모처럼 귀한 비가 밤새 제법 많이 내린 어느 날이다. 메말랐던 세상이 한껏 물끼를 머금고 생동감으로 넘치는데 그쳤는가 했… 더보기

[381] 멋쟁이 멋쟁이! (황혼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어라)

댓글 0 | 조회 2,829 | 2008.05.28
요즈음같이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밝은 빛으로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훈훈한 감동을 심어준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지난 4월 어느날, 아침 방송 뉴스시간에 … 더보기

[379] 이 가을에는.....

댓글 0 | 조회 2,988 | 2008.04.23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 세월에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고국의 친구들, "지금 꽃철이 한참인데 놀러 오지 않고 거기서 뭘 하느냐?"는 화사한 유혹이 번거롭다 … 더보기

[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댓글 0 | 조회 3,479 | 2008.03.26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 더보기

[375] 짧은 만남, 긴 행복

댓글 0 | 조회 3,023 | 2008.02.26
금년(2008년) 설에 내 가족모임은 멋지게 끝이 났다. 이제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 본래의 일상으로 살아간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 참 멀고도 먼 길… 더보기

[373] 그 나무님!

댓글 0 | 조회 2,844 | 2008.01.30
티티랑이 언덕길 위에 우뚝 서 있는 기품있게 잘 생긴 한 그루의 고목. 아무리 나무가 잘 자라주는 이 나라라고 해도 백 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위용을 갖추어 지체 … 더보기

[371] 예술처럼 늙고 싶다

댓글 0 | 조회 2,861 | 2007.12.20
"이제 늙고 볼품없어 제대로 보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옷인들 신경 써서 입으면 뭘하나 츄리닝이나 걸치고 헐렁하게 살아야지" 그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충실해서 한결같… 더보기

[369] 나누며 사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574 | 2007.11.28
생각보다 무겁고 두툼한 그것을 건네 받으며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뭣이 이리도 많을꼬?" 금방 자를 것을 깜박하고 이른 아침에 흠뻑 물을 주어 젖어서 무거… 더보기

[367] 무지개를 따라서

댓글 0 | 조회 2,748 | 2007.10.24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못했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느 중년의 여인. 아쉬움 속에 마지막 라운딩을 우리와 함께 하던 날이었다. 십칠홀을 끝내고 라스트 … 더보기

[365] 오빠와 취나물

댓글 0 | 조회 2,841 | 2007.09.26
이 나이에도 친정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아이로 돌아 가는 게 그리 좋다. 언니가 보고싶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며 전화를 주실 때, 외국생활 힘들지 않느… 더보기

[363] 제니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2,773 | 2007.08.28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살다가 두 발로 서고 나중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 이름이 뭐게?" 어렸을때 수수께끼로 재미있어 했던 놀이였다. 허지만 철없던 시절 사람이… 더보기

[361] 바보가 되어가는 이야기 하나

댓글 0 | 조회 2,564 | 2007.07.23
"여기 우산 떨어졌는데요" 등 뒤에서 들려 오는 말에 흘낏 돌아보니 어떤 젊은이가 내 우산을 집어서 작은 돌담에 얌전히 걸쳐 놓고 간다.(어머나 큰일 날 뻔 했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