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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time

4 3,126 김영나


엊그제, 안개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공원에서 누가 부르는 듯 했다. 손을 허공에 내밀어보았다. 내리는 둥 마는 둥 간질간질하다. 나는 목에 스카프를 둘렀다. 방풍 점퍼도 입었다. 말이 공원이지 끝이 가물가물한 벌판이다. 막히지 않은 곳에서 바람은 무법자처럼 까불거려서, 먼 길 떠나는 사람처럼 이런저런 채비가 필요하다.

공원은 흐린 기억의 어느 날처럼 뿌옇다. 낮잠을 자다 일어나보니 아무도 없어 할머니를 찾아 헤매던 시골 벌판 같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앞으로 앞으로만 걷던 미사리 어디쯤인 듯도 했다. 나무도 새도 구름도 모두 침묵했고, 산책 나오던 사람도 개도 모두 숨어버렸다. 

“이런 날은 엄마, 감기 걸리기 쉬운데--- 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감기를 달고 사는 내게 산책 파트너인 아들(우리는 산책 중,다리로는 걷고 입으로는 끝없이 얘기한다. 그러면 하루에 1시간 30분은 대화할 수 있다. 우린 벼라별 얘길 다한다)이 걱정스레 말했다.

“근데---, 누가 날 부르는 거 같아서---.”

얼마 전, 산책하다가 아들이 돌아가신 할머니 얘기를 했다. 내겐 시어머니다. 그 분의 속 깊은 사랑, 아이처럼 천진한 면면들, 가끔은 엉뚱하시기도 했던 추억들을 얘기하면서 우린 웃다가 목이 메이곤 했다. 그때, 어디선가 하얀 나비가 날아와서 우리를 어루만지 듯 맴돌다가, 또 서둘러 어디론가 멀리 날아갔다.

“할머닌가봐!”

난 확신에 차서 말했다. 아들도, 하필 그때 날아온 흰 나비에 대해 오래 궁리하는 듯 했다. 그래서 아들은, 누가 부르는 것 같다던 나의 텔레파시도 궁리할 수 밖에 없었다. 

공원을 반 바퀴쯤 걸었을까. 마침내, 나를 부르던 실체가 나타났다. 공원에서 매일 보던 새들이 아니었다. 낯설고 하얀 새였다. 새는 잔디를 뜯고 있었다, 절박하게 미친 듯이!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새는 고개를 쭉 내밀고 피리부는 소리처럼 가냘픈 울음을 울었다. 배고프니 먹을 것 좀 달라는 소리였다. 새의 말을 알아듣다니!  

“날개가 클립핑된 거로 봐서 야생은 아닌 것 같아요.”

“집에 가서 빵이라도 가져오자!”



새는 풀을 뜯다가, 우리를 쫓아오다가 덤불 가에 핀 꽃도 뜯다가 또 우리를 쫓아왔다. 그러면서 배탈난 것처럼 똥을 싸대곤 했는데, 풀만 먹어서인지 잔디색 똥을 쌌다.

아들과 나는 집으로 와서 식빵과 물과 카메라 등을 챙겨 서둘러 새에게 갔다. 새는 두툼한 식빵 두 쪽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목이 메일까봐 물을 따라주자 스키 타듯이 부리를 물 속에 쑥 미끄러뜨려 물을 떠먹었다. 그러더니 한시름놨는지 방석처럼 동그랗게 앉아 털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들은 SPCA에 연락한다고 했다. 

“만약, SPCA로 갔다가 누군가에게 입양되었는데 잡아 먹으면 어떡하니? 여기서 자유롭게 지내는 것 보다 못하잖아.”

“근데, 얘는 야생이 아니어서 여기서 살 수 없어요. 일단 우리 몫은 얘를 SPCA까지 보내는 거라고 생각돼요.”

새가 상무 돌리듯 목을 돌리며 털을 고르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며, 아들은 SPCA에 전화를 했다. 20분쯤 지나서 행동대원이 우리에게 전화를 해왔다.

“지금 다섯 군데를 돌아서 동물들을 구출하고 너희에게 가야 하니,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그 새를 집으로 데려가서 보호하고 있으면 안되겠니?”

아들이 새를 안고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구사일생, 사지(死地)에서 돌아온 흰 새는 다행히 아들 품에서 안온했다. 다만 길 옆으로 차가 지나가면 놀라곤 해서 아들이 등을 차도로 두고 게 걸음으로 집까지 왔다. 굶었다가 갑자기 많이 먹으면 안좋은데 나는 자꾸 주고 싶었다. 새는 식빵 두 쪽을 더 먹고 물도 마시고 우리가 마련해 준 보금자리에서 졸았다. 그리고---, 두 시간쯤 후에 SPCA 차에 실려 떠났다. 어린 거위라고 했다.

아들은 두고두고 얘기한다. 새를 안았을 때, 너무 따뜻했고 부드러웠다고. 새가 쉼 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했다고.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나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어느 여름날, 아름다운 목선과 순연한 눈매의 흰 새가 나를 따라왔고 나를 믿었고, 편히 쉬다 갔음을.

Summer time, and the living is easy
여름날, 우리들의 삶은 안락했지
Fish are jumping, and the cotton is high  
연못의 물고기는 튀어오르고 목화는 만발했지
Oh, your daddys rich, and your mom is good looking
그대 아빠는 돈 잘벌고 엄마는 어여쁘지
So hush, little baby, dont you cry
쉬이- 아가야 울지 말아라
One of these mornings, youre gonna rise up singing
어느날 아침 너는 콧노래를 부르며 일어나게 될 거야
Then youll spread your wings, and youll take the sky
그리고 너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저 푸른 하늘을 네 품에 품을 거야
But till that morning, there is nothing can harm you
그날 아침까지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With Daddy and Mommy standing by
아빠 엄마가 네 곁을 지키고 있을 테니까.   
          "Summer Time--- Porgy & Bess 중에서"

쌔엠
우리의 뉴질랜드 이민사를 쓰신것 같군요.
SPCA가 우호적이면 좋을텐데..
오랫만입니다.
 
ygna7
안녕하세요?
한참만이시네요.
서머타임 노랫말처럼 안락한 삶을 사시길---
쌔엠
그래요 ..
감사 하구요, ..
안락한 삶에 대한 축복 또한 감사합니다.

SPCA가 정말로 사람을(?) 살렸으면 넘 좋겠습니다.
함께 산다는게 늘 불편하지만.
또 그 선을 넘으면 다른게 있지 않나요??
그런걸 영나님과 함께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넘 행복합니다.

youngluv
와~ 좋은일 하셨네요... 우리나라도 좀더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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