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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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 Boy

1 2,451 코리아포스트
봄인데 전혀 봄날 같지 않은 날씨군요. 식구들이 온돌 매트에 등 바닥을 붙이고 좀처럼 일어나지를 않네요. 따끈한 생강차에 꿀을 한 술씩 타 먹인 후 등 떠밀어서 내보냈지요. 그리고 나는 온돌 매트를 온통 차지하고(아 참 행복합니다) 이 편지를 띄웁니다.

한국 친구들에게서 전화나 이메일이 왔었습니다. 이십 년 지기인 친구는 남편의 안식년을 맞아 샌디에고에서 일년 동안 머물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족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휴가를 즐긴다니 부럽지 않습니까? 가끔은 숨통이 트이는 맛이 있어야 살아갈 힘도 얻는 거지요. 또 한 친구는 예전에 사 놓은 땅에다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지어놓은 집을 산 게 아니라 손수 지었다니 멋지지 않습니까? 그 친구가 애라도 낳은 것처럼 신통방통해서 빨리 가서 보고 싶네요. 이층으로 올려서 아랫층은 세 놨다고 하니 더 궁금해졌어요. 어떤 친구는 몇 년만에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들이 S 공대에 입학 했다며 좋아했어요.

얼마 후에 또 다른 연락들이 왔어요. 샌디에고에 간 친구는 지루해서 죽겠다며,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자기는 ‘밥순이’ 노릇만 한다고 푸념하더군요. 집을 지은 친구는 대지가 백여 평밖에 안돼서 정원이 좁다며 투덜댑니다. S 공대에 아들을 입학 시켰던 친구는 끝내 아들을 휴학시키고 다시 시험을 치게 해서 J대 의대로 재입학을 시켰다고 합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지요. 욕망의 고리는 어디쯤 가서야 끊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언젠가 정호승 시인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인은 탄광촌엘 갔습니다. 광부들과 함께 수백 미터 땅 아래 막장까지 들어가서 그들의 삶을 체험하던 중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인은 광부가 싸온 도시락을 함께 나눠 먹습니다. 광부의 아내는 오늘도 도시락에 다섯 주걱의 밥을 담습니다. 세 주걱은 너무 적고 네 주걱은 죽을 사(死)를 떠올리기 때문에 금기입니다. 반찬은 석탄처럼 까만 콩자반에 김치가 전부입니다. 아 참,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석탄 가루가 양념처럼 밥과 함께 비벼지지요. 시인은 광부에게 소망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땅 위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아, 나는 뒷머리에서 등줄기로 찌릿한 전기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땅 위에서 햇빛과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물을 마시며 살고 있어요. 코발트 색 하늘을 보면서도 우울하고 불행한 날, 나는 땅 밑 막장을 떠올립니다. 지열(地熱)이 뜨거워서 온 몸에는 사우나를 하 듯 땀이 줄줄 흘러 내립니다. ‘살고 싶다!’ 희망의 메시지를 가져오는 신선한 바람 한 줄기 없습니다. 몸에 매단 장비는 무겁기만 합니다. 곡괭이로 한 번씩 내리찍을 때마다 막장은 진동합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천형(天刑)처럼 곡괭이질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욕심과 욕망으로 마음이 타 들어 갈 때 막장 속 광부를 떠올려 보세요.

밤톨처럼 야무지게 생긴 Allex라는 아이도 소개하겠습니다. 집 앞 공원을 ‘마음을 내려놓고 (下心)’ 걷고 있을 때였어요. 운동장에서는 축구 연습이 한참이었지요. 나는 공원 가장자리를 돌면서 도랑물 위에 융단처럼 깔려 있는 개구리밥을 들여다 보았죠. 혹시 귀여운 올챙이나 개구리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지요. 그 때 공이 풍덩 도랑으로 날아와 빠졌어요. 볼보이가 잠자리 망처럼 생긴 뜰채를 들고 와서 공을 떴어요. 그런데 좀 작은 볼보이가 선배 볼보이에게 매달리며 뭐라뭐라 사정을 하는 거예요. 제발 제발, 발 굴러가며 간절히 원하는 내용이 뭘까요? 다음에 도랑으로 볼이 빠지면 자기가 ‘딱 한 번만 건지게 해 달라’는 애원인 거죠. 난 또 전기가 찌리릿 지나 갔답니다. 어른들은 골대에 골을 넣기 위해 숨을 헉헉거리며 온갖 묘기를 부리고 있었어요. 나는 다음 공이 도랑에 빠질 때까지 기다렸어요. 이상한 축구 관람이었어요. 골대와 운동장을 뒤로 하고 도랑에 공 빠지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으니까요. 드디어 공이 데구르르 굴러 도랑에 쳐 박혔어요. 반가워하면서 (?) 볼보이들이 달려왔어요. 약속대로 Allex는 뜰 채로 공을 건졌고 나는 박수를 쳤어요. Allex의 모습이 너무 의기양양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그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입가에 웃음이 맴돈답니다. 나는 그 아이 이름을 물어 보았지요. Allex! Allex였답니다! 나는 마침 앵무새를 찍기 위해 들고 나갔던 카메라로 Allex의 골인(?) 장면을 담았답니다. 소박한 욕망의 볼보이 Allex를 만나다니 운 좋은 날이었지요.

안정환 선수도 중학교 때 동대문 운동장 볼보이였답니다.데이비드 베컴도 당연히 볼보이 시절이 있었죠. 볼보이들은 선수들 발길이 닿은 공 한 번 만져 보는 것이 소원이었겠지요.그러다가 선수로 발탁이 되고 시합에 나가서 운동장을 야생마처럼 질주합니다. 관객의 환호와 갈채가 채찍이 됩니다. 그들은 신출귀몰하게 공을 다루고 골대에 집어 넣습니다. 넣고 또 넣어도 양이 안찹니다. 선수와 관객의 욕망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끝도 없이 질주합니다. 시합에서 이겨도 불만족 사항이 계속 제기됩니다. 이러저러 했으면 더 큰 차이로 상대방을 콱 눌러 버릴 수 있었을 텐데---. 놓친 골이 아쉬워서 슬로우 비디오로 계속 보여 줍니다.

이제 좀 쉬고 싶지 않습니까?

아, 또 전화벨이 울리네요. 뭐 십중팔구는 칡넝쿨처럼 서리서리 얽혀 버린 욕망에 관한 푸념들이겠죠. 물론 저도 함께 설켜서 맞장구치기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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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엠
저탄장을 들어 보셨나요.

애들 학교 보내고 엄마들이 날품 파는곳입니다.

버려진 돌 속에서 (연)탄을 찾아내는 작업인데

저녁쯤 되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 밟힘 없이는

엄마가 살수 없는 곳도 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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