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의 전문이다. 보통 행복추구권이라 불리는 조항인데, 대한민국 변호사가 아닌 뉴질랜드 변호사인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헌법 조항이다.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이를 국가가 보장한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말 만으로도 설레는데, 거기다가 이를 국가가 보장한다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뉴질랜드는 딱히 헌법이라 부를만한 성문화된 ‘헌법’이 없다. 권리 장전으로 불리는 New Zealand Bill of Rights Act 1990도 인권법이라 불리는 Human Rights Act 1993도 헌법으로 지칭하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법령 사이에서도 서열이 존재할만도 하건만, 뉴질랜드에서는 여타 법안 보다 지위가 높은 법령도 없다. 성문화 된 헌법이란 것이 없으니, 행복추구권 같은 매혹적인 권리도 없겠지 싶다. 필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헌법을 통해 보장하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 두 국가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행복추구권을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봉사라는 것에 대해 잠시 논해볼까 한다. 봉사는 남을 위해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쓰는 것을 말한다. 특히 대가 없이 하는 일들을 봉사라 하는데, 그럼 봉사를 하는 사람은 왜 봉사를 하는 것일까? 봉사가 하고 싶어서? 거룩하기 때문에? 성경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딱히 자랑할만한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인 듯 하다.
봉사를 하는 사람을 두고 주위 사람들은 존경을 한다며 칭송을 하고, 국가 기관에서는 표창을 하기도 한다. 그럼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려고 또는 표창을 받으려고 봉사를 하는 것일까? 우연히 온라인에서 읽게 된 한국의 한 정부 기관지에는 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기억에 남는 것들만 두서 없이 적어보면, 봉사를 통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을 강화하며, 사회 경험과 안목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여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해 느끼는 보람과 기쁨의 반응은 도파민과 앤돌핀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하여 건강하게 장수 할 수 있다고 한다. 글쎄… 이런 것들 때문에 봉사를 하는 것일까?
필자가 보는 봉사란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봉사를 함으로서 얻는 기쁨이나 보람도 결국 자신의 행복이요, 종교적인 교리에 따라 하는 봉사도 종교의 교리를 실천함으로써 얻는 자신의 만족이자 행복일 것이며,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기보단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대에 충족하고자 하는 봉사 역시,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명성의 유지를 위한 것으로 결국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닐까.
궤변이라 생각되시는가? 봉사 하는 분들을 폄하하고자 쓴 글이 아니다. 다만 봉사는 봉사자의 행위로서 끝나야 함을 강조하고 싶은 필자의 역설이자 항변이다. 봉사는 다른 사람에게 칭송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봉사의 대상이 거부하는 봉사가 되어서는 안됨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필자가 대가 없이 쓰는 이 칼럼 역시, 봉사일지 모르지만 필자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필자의 행복을 위해 하는 일 일 것이다.
대가 없는 봉사직인 한인회장 선거로 인해 요즘 오클랜드 교민사회가 너무 과열 되어 있지 않나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하게 된다. 봉사로 인해 얻는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훌륭한 교민 분들이 적지 않음에 감사하며, 서로 상처 주지 않는 범위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교민사회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