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대학입학 시험을 준비하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뉴질랜드에서 대학입학 시험을 준비하며

0 개 3,440 코리아포스트
이제 막 Cambridge 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사실상 긴 여름 방학에 들어 가고 있고 NCEA를 통해 뉴질랜드의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아직 시험이 과목 별로 진행되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모든 시험에 대한 준비가 되어진 학생들과 시험 볼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점이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며칠 전 어려서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 와서 뉴질 랜드에서 초등학교(Primary)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College)를 마치고 오클랜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집으로 찾아 왔다. 고등학교시절 필자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던 그 학생은, 대학을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가졌다며 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필자에게 해주었다.

대학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는 그 학생은,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고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여겨지는 자신이 만난, 같은 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을 보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거의 일년 동안 잠 자는 시간 이외에는 공부만 하다시피 했다는 그 학생은, '이정도 잠을 자고 공부하면 자신이 가장 열심히 공부한 학생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른 그룹의 학생들이 하루에 2시간씩만 잠을 자면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같은 과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한국 학생들은 자기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과에 그 정도로 공부하는 그룹의 학생들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 학생과 함께 과연 어느 정도 공부해야 그들을 따라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뉴질랜드에서나 한국에서나 똑같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목표와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목표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영어로 쓰는 에세이에서 excellence를 받지 못하면 내 에세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다음 번에는 더 좋은 에세이를 써 보려고 그야말로 안간힘을 쓴다.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면 다시 고치고 다시 고친 에세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다시 묻고, 자신이 왜 그런 오류를 범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요구한다. 가르치는 필자는 그 학생이 지적 받은 것을 수정해서 보내고, 또 보내는 에세이를 10번까지도 다시 받아 보고 잘못된 것을 지적해 주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언젠가는 “선생님 제 에세이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없이 혼자 쓴 에세이에서 ‘strong excellence’를 받아 들고 자랑스럽게 필자에게로 온다.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학생들이다.

또 다른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위해 에세이를 미리 써 보자고 하면 겨우 한 두 개 써본다. 그리고 거의 준비하지 않는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 본인 만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듣기로는 어떤 학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상한 학생인 것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모두가 놀고 있는데 혼자만 하려니 의욕도 나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인지에 대해 감도 잡을 수도 없다. 이렇게 쓴 에세이가 excellence까지 받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필자가 보기에는 너무 많은 오류가 있는 에세이지만 그 이상 더 잘 쓴 에세이가 없는 학교에서는 그 에세이로 excellence를 받게 된다. 그러면 그 학생은 자신이 가장 공부를 잘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더 이상 노력을 들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 "공부를 하는 과정 중에 배울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것은 '하기 싫은 것 그러나 해야만 하는 일'을 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미래의 성공된 삶을 위해서 지금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일을 피해가려고 한다. 그러나 힘든 공부를 묵묵히 해낸 사람이라면 살면서 만나게 되는 하기 싫고 귀찮은 일들을 피하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는 반드시 힘든 날들(rainy days)이 있다. 인생의 깊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지날 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도 던져 버리고 주변의 가족을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자신을 망가뜨리며 좌절의 나날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한 번쯤 하기 싫은 일을 묵묵히 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깊은 좌절의 골짜기에서도 말없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옆의 사람이 던져 버린 짐까지 지고 갈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은 먹장 구름 뒤에 숨겨져 있는 햇빛에 대한 소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구름은 은빛 테두리를 갖고 있다.(Every cloud has its silver lining.)'는 격언이 있다. 끝까지 소망 가운데 노력하는 자에게만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