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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죄와 벌 첫 장을 펼치는데
첫사랑을 우연히 만난듯 설렌다
교과서 사이에 넣고 다닌
책가방속 삼중당 문고
그때도 오늘도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한 법대생이고
전당포 노파는 자기 일에 고집스러운데
나의 50년은 삭제된 채
궁색함 없는 학생이 되어 있다
가방 검사에 걸려 지시봉으로
담배가 나온 친구와 함께
머리 한 대 맞던 기억도 유쾌하게 책장으로 넘겨진다
압수한다고 가져가시고는 종례시간에 돌려줄 때
내 손끝에 닿은 선생님 손은 따뜻했다
이 나이에 책 오래 읽으면 눈 나빠진다고
감기로 콜록대는
아내의 걱정스런 따뜻함이어도
첫사랑 같은 마음을 멈추고 싶지 않다
오늘 밤은 국어책 앞에
문고판 작은 소설책을 몰래 세우고
선생님 눈치 보는
다시 나쁜 학생이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