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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심의 Eco-village

0 개 2,075 조병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기를 좋아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 환경에 어울려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손바닥 정원에 과일나무를 심고, 상추를 가꾸며, 장미꽃을 심어 본다. 좀 더 열성적인 사람은 음식물 쓰레기로 지렁이를 길러 퇴비로 써 보기도 한다. 한 발 더 나가 우리의 주거공간마저 환경에 어울리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내 집이야 내가 지을 수도 있으니 그리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옆집에서 그런 데 관심이 없다면 더 이상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리라. 그렇다면 마을 전체를 주변 환경에 어울리도록 설계해서 개발한다면 어떠할까?

오클랜드 서부지역 라누이(Ranui)에 ‘어스-송 (Earthsong)’이라 불리는 작은 실험마을이 있다. 1999년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현재 32세대에 65명이 살고 있는 아담한 에코 빌리지다. 기존의 유기농으로 운영하던 과수원 부지 4에이커를 이 마을로 개발했다. 건축가 출신의 앨리슨 (Allison)에 의해서 공동체 주택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에 공동회관, 게스트 하우스, 공동텃밭, 공동작업장 등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빗물을 모아서 연못처럼 작은 저수지를 마련해서 운치를 더한다. 와이타커리 레인지 산자락에 자리해서 아주 쾌적한 환경에다 주변에는 가까운 기차역도 있고, 고속도로 진입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도시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춘 공동체 마을인 셈이다.  
 
모든 주택은 북향으로 햇빛을 잘 받도록 설계 되었고, 천연 목재 하우스·두꺼운 단열 벽·콘크리트 바닥 시공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집집마다 솔라-패널로 더운 물을 공급 받으며, 빗물 탱크를 설치해서 빗물을 받아 쓸 수 있다. 수돗물은 먹는 물로 적은 양만을 사용하고, 세탁 목욕 화장실에 쓰이는 허드레 물은 모두 이 빗물을 사용 한다. 또한 전기도 마을 전체 분을 대량으로 공급받아 나누어 쓰는 방식이다. 마을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은 일반 가정 여섯 가구가 사용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과 전기 사용에 있어 아주 이상적인 주택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활비는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편이다.  

공동체 마을로 설계된 만큼 마을의 식구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 마을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통해서 ‘어스-송’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를 이해하게 된다. 마을의 공동행사로 저녁에 영화 보는 날이 지정된다. 일 주일에 두 번씩 공동회관에서 마을 식구가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마을 공동체의 주요 행사다. 일 년에 한 번씩 연못에서 열리는 보트경기도 이들의 결속을 다지는 행사로는 안성마춤이다. 또한 마을 구성원의 의사 결정 수단으로 매달 열리는 마을 전체회의는 아주 중요한 총회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모든 안건에 대한 충분한 토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면, 마을에서의 고양이 사육은 여덟 마리로 제한되어 있다. 고양이 사육을 원하는 가정에서는 신청을 해야 하고, 이에 따른 순번이 매겨 진다. 마을 고양이 중에 한 마리가 유고가 생겨야 다음 차례가 돌아온다. 만약 고양이를 기르던 집에서 그 고양이가 죽게 되면 다시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게 이 마을의 규칙이다. 
 
현대는 핵가족 시대로 한 가정에서만 어린이를 양육하다보면 사회성 확립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마을의 연장자들이 어린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웃의 아주머니와 아저씨,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 또한 어린이를 배려한 놀이시설이 특히나 돋보인다. 마을 놀이터에는 공동 트램폴린이 설치되어 있어 집집마다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애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도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이런 장점으로 어떤 가정의 경우는 그들의 부모를 이웃집에 불러 들여 함께 어울러져 살기도 한다.     

이런 공동체 마을 운동은 40여 년 전에 덴마크에서부터 시작했단다. 그리고 영국 독일 호주 등에 전파되었으며, 여기 ‘어스-송’에서도 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을 공동체 정신 동·서양 어디에서나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다고 본다. 예전에 필자의 고향에서도 이런 공동체 개념은 존재 했다. 가족의 잔치에 멀리서 친척이 찾아오면 이웃집 사랑방에서 하루를 머물렀으며, 어떤 집주인이 어린 아이를 두고 장보러 가는 날이면 친척 누이가 와서 집을 보면서 애들을 돌봐 주었던 기억이다. 현대 사회가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이웃 간의 공동체 협약은 그런대로 설득력이 더해진다.  
 
이 마을 주민들은 바깥사람들이 그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다. 그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제발 이상하게 보지 말란다. 그래서 일 년에 몇 번씩 오픈 빌리지 날을 마련해서 그들의 생활을 공개한다. 이들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이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들의 실험이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지를.
 
▶ 참고: Eco-neighbours... Western Leader, July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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