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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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늙은 암탉

1 2,650 왕하지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소가 닭 보듯 이... 내가 ‘이리와~’라고 소리를 지르면 마지못해 슬금슬금 걸어오는데 내 앞에 와서는 ‘왜 불렀어요?’ 용건이 뭐냐고 물어보는 표정이다. ‘앉아~’ 앉으라는 말에 별 볼일이 없다는 듯 개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평소에 들어가지도 않는 개집에 들어가는 것은 귀찮게 말 걸지 말라는 뜻이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단다.

정말 맛있는 거라도 준다면 우리 집 개는 말을 잘 듣는다. 앉으라면 앉고 발을 내 놓으라면 양쪽 발을 다 내 놓고... 내가 술안주로 잘 먹는 양념된 닭 날개라던가, 비계가 잔뜩 붙어있는 돼지고기라던가, 이런 걸 주지도 않을 바에야 말도 시키지 말라고 한다. 내가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으면 그때는 꼬리를 흔든다. 닭장에 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좌우간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쫄랑쫄랑 따라 나선다.

닭장에 따라가면 암탉들한테는 으르렁 거리며 쫓아다니고 수탉이 달려오면 도망가기 바쁘다. 작년만 해도 개가 수탉을 이겼었다. 병아리 때부터 괴롭혔으니 개만 보면 수탉은 도망 다니는데 위급할 때는 훨훨 날아 사람 키보다도 높은 철망을 넘어 다닌다. 개가 닭 날개의 능력을 발휘시키는 순간인 것이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닭들을 보고 감탄을 많이 했었다.

“어쩌면 닭들이 저렇게 착해요, 마당에도 안 오고 텃밭에도 안가고 아래 풀밭에서 얌전하게 풀만 뜯어먹고 있으니... 우리도 닭을 키우고 싶네요.”

“우리 집 개를 훈련시켰어요. 닭들이 오면 쫓아버리라고, 집 근처엔 얼씬도 못해요.”

“어머나~ 개가 아주 똑똑하게 생겼네, 아이고 예뻐라.~”

그렇게 똑똑한 개라고 칭찬도 받았는데 요즘은 수탉만 보면 도망 다니는 개털이 되어 버렸다. 수탉이 커서 암탉들과 짝짓기를 시작하고부터는 암탉의 비명소리만 들어도 머리털을 세우며 쫓아가는데 개는 줄행랑치기 바쁘다.

늙은 흰 닭이 있었다. 붉었던 벼슬은 퇴색되어 쳐지고 눈가에 백태가 끼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먹이도 삼키지 못한다. 물만 조금씩 먹는데 며칠 안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황색 닭 2마리도 무척 늙어 있었다. 그동안 수탉이 시원치 않아 몇 년 동안 병아리를 못 깠으니 닭들이 제법 나이가 들었다. 다행이 작년에 겨우 깐 2마리의 병아리 중 한 마리가 수탉이었던 것이다.

늙은 황색 닭 한 마리가 알둥지에서 꼬꼬꼬 거리는 것으로 보아 알을 품는 모양이었다. 다 늙어가지고 알을 품을 수 있을까? 비실거리면서 3주일 동안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깔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일단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며칠 후 흰 닭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죽었는데 그 옆에 황색 닭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이제 내 차례야,’ 삶을 완전 포기한 모습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싱싱한 편이었는데, 며칠 후 황색 닭도 죽었다. 흰 닭이 묻힌 과일나무 밑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

알을 품고 있던 또 하나의 늙은 황색 닭은 병아리를 7마리나 깠다. 병아리를 품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지 모르는데... 똑같이 늙은 황색 닭이 한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살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병아리들이 다 자랄 때까지는 살아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힘이 빠지고 모든 게 귀찮은 건 닭이나 개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는데 나 또한 의욕이 많이 상실되어 있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글이 써지질 않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그 즐거움이란 없다. 하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생활 속에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끄집어내어 많이 짜 내긴 짜냈지, 수채화 물감 짜 내듯이...


▷ 그동안 미숙한 제 글을 보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새해와 더불어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hey
이글이 마지막 글이라니, 정말 아쉽습니다, 열렬한 애독자 입니다. 그동안의 많은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들면 어떨까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읍니다. 당분간 쉬쉬고 다시 글 쓰시기를 기대합니다.  애독자

bits and pieces

댓글 0 | 조회 2,706 | 2010.07.14
먼저 몇번 읽어볼까요? 발음은, 비츠 앤드 피이시스, 빨리 읽어보겠습니다. “빗짼 피이시스” 몇번 소리내서 읽어보시면 금방 입에 붙는 것을 알수 있으실 꺼예요. … 더보기

You deserve it

댓글 0 | 조회 4,118 | 2010.06.23
예전에 다뤘었던 spoil이 좋은 뜻과 나쁜 뜻 둘 다에 쓸수 있었던 말이라면 오늘의 이디엄 또한 아주 좋거나 나쁜 뜻을 동시에 나타낼수 있으니 알고 있으면 편리… 더보기

Now and then

댓글 0 | 조회 3,031 | 2010.06.10
이 말은 정말 알 것도 같고 모를것도 같은데, 딱히 써보려하거나 문장안에 있으면 해석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매우 쉬운 단어의 구성이네요. 마치 어… 더보기

About to

댓글 0 | 조회 2,660 | 2010.05.26
이 표현을 보면 제가 약 10년전 영어를 공부했었던 시절이 떠오르곤합니다. 그 당시 저는 상황 상황이 되면, “어, 이말은 영어로 뭐라 할까..?” 하고 의아해하… 더보기

Look off Colour

댓글 0 | 조회 2,936 | 2010.05.12
이 구문을 처음 만나는 분들은 대부분이, “흠.. 그래, colour는 알겠네. 근데, look off는 뭐야..?” 하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즉, off는 L… 더보기

A pen pusher

댓글 0 | 조회 2,967 | 2010.04.27
우선 해석은 될 것 같은 문구 입니다. Pen은 “펜” push는 “누르다”에 사람을 나타내는 er이 붙어 있으니까 pusher는 “누르는 사람” 이라면… “펜을… 더보기

Really?

댓글 1 | 조회 2,941 | 2010.03.24
참..이렇게 쉬운 걸 뭐하러.... 하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Really는 “진짜, 정말로” 등의 뜻을 가진, 웬만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 더보기

Give it a shot

댓글 0 | 조회 3,524 | 2010.03.10
일단 오늘은 여러번 읽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기브읻어샷” “기브읻어샷” “기브읻어샷”.자 몇 번 읽으셨으면 조금 빨리 읽어 보시겠습니다. 어떤 발음으로 … 더보기

Pull over

댓글 0 | 조회 3,259 | 2010.02.23
오늘은, 제가 예전에 격었던 경험담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뉴질랜드는 참 다 좋은데 대중교통이 영 한국만 같지 않은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은 뉴질랜… 더보기

OK’d

댓글 0 | 조회 2,913 | 2010.02.09
자, 오늘은, 조금 쉬워보이는 말을 골라 봤습니다. 일단 읽는 법부터 볼까요? 앞의 ok는 너무나 잘 아는 “오케이”, 그 뒤의 d는 그냥 “드”하시면 되서, 전… 더보기

She'll be right

댓글 0 | 조회 3,410 | 2010.01.26
오늘은 웬지 해석이 잘 될 것 같은 그런 문장인 것 같아요. “흠.. 이거 해석 못할까봐서?”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She: 그녀. ll: wil… 더보기

Go fifty-fifty

댓글 0 | 조회 2,607 | 2010.01.12
Go: 간다. Fifty: 50 (오십), 그리고 50이 한번 더.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 “50, 50에 간다”. 여기까지 읽으시고, “어~ 이상한데? G… 더보기

Up Against

댓글 0 | 조회 2,822 | 2009.12.22
“업어게인스트”라고 읽으면 될거 같은데, 해석은 도대체 영 모르겠네요. 우리 한국어에는 전치사의 개념이 없어서 안그래도 전치사의 사용에 자신이 없는데, 오늘은 전… 더보기

Take five / Take ten

댓글 0 | 조회 2,862 | 2009.12.09
Take는 그 뜻이 너무나 많아서 참 해석하기 힘든 단어중 하나인데요, 전체적인 뜻을 보기 이전에 그 쓰임을 조금 살펴보면, Take는, have나 get과 쓰임… 더보기

Your call

댓글 0 | 조회 2,776 | 2009.11.10
오늘 아주 아주 쉬워 보입니다. Your는 “너의”이고 Call은 뭔가 전화와 관련돼 있거나, 혹은 누군가를 부르거나 할 때 쓰이는, 아니, 아주 많이 쓰이는 익… 더보기

Been there, done that

댓글 0 | 조회 2,141 | 2009.10.27
오늘은 예를 먼저 들어 시작해 볼까요? 예 1 뉴질랜드 여행을 막 갔다 온 사람 A: I visited many famous places~! Polynesian … 더보기

Get over yourself

댓글 1 | 조회 3,002 | 2009.10.14
지난번에 뜻을 알아봤던, GET은, 우리 나라말의 마치 “하다” 혹은 어디에나 붙이면 동사 종결이 되어 버리는 “~다”처럼, 한국사람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쉽고 아… 더보기

ASAP

댓글 1 | 조회 2,346 | 2009.09.08
오늘 살펴볼 단어는… 정말.. 이런 단어가 있기는 한거야~?!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읽기 조차 힘든, 어떻게 발음을 내야 좋을지도 감이 안잡히는 단어인데요… 더보기

no ifs, ands, or buts about it

댓글 0 | 조회 2,313 | 2009.08.26
오늘은 “한마디”라기에는 긴듯한 느낌이 있지만, 뜻을 알고 나면, 재밌다, 유용하다, 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쉬운 단어의 복합체지만 아주 유용하고 세련된 표현 … 더보기

Don't get me wrong

댓글 0 | 조회 2,294 | 2009.08.12
Don't 으로 시작하면, “~하지 말라”는 부정명령, me는 “I”의 목적격으로 “나를”. Wrong은 “틀린”, “잘못된”이라는 형용사로, 예를 들면, “Yo… 더보기

Fire away

댓글 0 | 조회 1,898 | 2009.07.28
전체적인 뜻 전에, 각각의 뜻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Fire는 "불(火)"을 뜻하는데, 그 다음 단어인 away를 보니,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고 여기저기 많이 … 더보기

Can tell

댓글 0 | 조회 2,205 | 2009.07.15
Can은 “~를 할수 있다”라는 조동사, Tell은 “말하다”라는 동사로, 그 뜻은 대부분 알고 계실 듯. 그럼, can 과 tell이 붙어 있을 경우 별 의심의… 더보기

A lady-killer

댓글 0 | 조회 2,113 | 2009.06.23
지금까지 다뤘던 대부분의 표현은, 우리 한국인들의 머리로는 생각해 내기 힘든, 혹은 해석 자체가 안 되는 그런 것들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제목을 보시고… 더보기

Not that I know of

댓글 0 | 조회 2,162 | 2009.05.26
오늘은 조금 긴 듯한 느낌이 있지만, 배워 보면 입에 아주 착착 감기면서 유용한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시리라 생각하며. 자, 먼저 조금 읽어 볼까요? “낫, 뎃,… 더보기

You deserve it

댓글 0 | 조회 2,797 | 2009.05.13
얼마전에 spoiled를 배웠었어요. 기억나세요? Spoil은 원래, 망치다라는 뜻을 가진 그다지 좋은 뜻만은 아닌 단어였는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매우 좋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