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동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말 많은 동네...

1 3,106 왕하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을 짓고 살다가 팔았다.
 
“여보, 도로가에 그 집, 새로 이사를 왔는데 혼자 사는 키위 아줌마야~”

혼자 사는 아줌마라는 아내의 말을 들어서인지 나는 그 집 앞을 지나갈 때 마다 흘끔흘끔 눈길이 갔는데 집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고 송아지도 몇 마리 키우고 있었다. 아무리 전원생활을 좋아한다지만 여자 혼자서 어떻게 살까? 잡일도 많아 힘들고 적적할 텐데... 나도 모르게 괜히 궁금하고 걱정도 되던 어느 날 그 집 송아지들이 도로에 나와 있었다.
 
그래 송아지도 몰아 넣어 줄 겸 그 아줌마도 한번 만나보고... 송아지가 잘나왔다 싶었다. 아줌마를 불러내고 송아지를 같이 몰던 중 한 마리가 멀리 튀는 바람에 쫓아다니다가 겨우 몰아넣고 보니 아줌마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헛고생했군...

혼자 살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 아줌마는 1년 정도 살다가 이사를 갔다. 그리고 다시 노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그 분들도 얼마 되지 않아 떠나갔고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 두 명의 딸이 있는 젊은 부부는 아이들 놀이터도 만들고 말 두 마리를 키우며 마구간도 만들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산책을 다니는 아줌마들과도 잘 어울리며 같이 말을 타고 다녔다. 얼마 후 그 부부는 딸들이 타고 다닐 작은 말을 사왔고 어설프나마 말 훈련용 시설도 만들어 놓았다.
 
말 많은 우리 동네에 잘 어울리는 가족이었다. 부지런히 살면서 정말 전원생활을 즐길 줄 아는 가족들인 셈이다.
 
우리 동네에는 말이 참 많다. 산책을 하다보면 집집마다 거의 말을 키우는데 대부분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말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손자는 어려서부터 말을 좋아하였는데 혼자서 옆집 마구간에 놀러 가면 아줌마가 말을 태워 집에 데려다주곤 하였다.
 
말 타기를 좋아하는 우리 손자는 요즘 신이 났다. 카톨릭 초등학교에 한국학생은 우리 손자뿐인데 아이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한국노래 ‘강남스타일’이니 그냥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자랑스러운 것이다. 한국노래를 어설프게 따라 부르는 아이들 발음을 고쳐주기도 하고 번역까지 해주니 우리손자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왜 ‘강남스타일’에서 하필 말 춤을 추는 걸까? 우리손자가 궁금한지 물어본다.
 
“하지, 한국 강남에 말이 정말 많아? 우리 동네보다 더 많아?”

“강남에 말? 아... 정말 말이 많은 동네지, 타는 말 말고 요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들이 많단다. 인구도 많으니 주둥이도 많고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단다. 몇 년 전 할아버지가 퇴근시간에 친구 만나러 강남역에 갔다가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지, 아주 죽을 뻔 했어~”

얼마나 시끄러운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하고 아주 혼까지 빠져 나가는 줄 알았지, 뉴질랜드에 오니까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신선하더라니까,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세상을 휩쓸다니... 영어의 본산지인 영국까지 점령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무언가 새로운 희망이 생기지 않는가,
 
지난 토요일 날 포클라레 모임을 우리 집에서 했었다. 영어를 잘하는 아내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나는 언제나처럼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구석에 있는데 키위들이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안녕하세요, 녹차 마셔요, 한국노래 좋아요. 라고 떠들어 대는 키위들은 한국말이 너무 좋다고 나보고 한국어학교를 열라고 하였다.
 
그날 밤, 내가 아내에게 조용히 말했다.

“당신, 영어 잘한다고 좋아 할 것 하나도 없어. 이제 영어 학교들이 다 한국어학교로 바뀌고 세계 공통어가 한국어가 될 텐데, 앞으로 영어를 쓰면 좀 촌스럽다고 할 날이 멀지 않았지. 그러니 당신도 한글 맞춤법이나 제대로 익혀 두라고... 알았어?”
달중이
하 하 ~~ 하지님 역시 재미있는 글입니다.  말많은 동네에서 사셔서 좋으시겠으요? 말도 가끔 얻어타실수 있고~  그런데, 정말 한국이, 한국사람이 말많은 동네인건 많은거 같아요.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ㅋㅋ 
그리고, 말씀하시는것처럼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정말로, 한국어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세계최고의 언어라고 얼마전, 교민신문에서도 읽었는데요.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2,660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703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2,988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44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075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33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
Now

현재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3,107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 더보기

뒤집기 한판

댓글 0 | 조회 2,274 | 2012.09.25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25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댓글 1 | 조회 2,628 | 2012.08.28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2,804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691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20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40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47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802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09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801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45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09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62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28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13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81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092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