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왔다간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괜히 왔다간다

2 4,012 왕하지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아파 경로당에 못 나오셨다고 하였다. 큰집으로 떨떠름하게 전화를 하느니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면 편하게 이것저것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아내는 언제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한다.

“여보, 어머니가 다리가 많이 아프신가봐, 어제도 물리치료를 받으신다고 경로당을 일찍 나가셨대, 근데 그 할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는 줄 알아, ‘뉴질랜드 괜히 갔다 왔지 뭐, 여비만 없애고, 어차피 돌아올 거,’ 요즘 할머니들은 참 똑똑하셔,”
 
그래, 어머니는 3년 동안 심심해 하시면서 괜히 왔다고 후회를 많이 하셨지, 하긴 나도 가끔 괜히 왔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어머니는 오죽 했겠어,
 
경로당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왔다는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작은오빠, 글쎄 큰오빠가 어머니 방에 작은 냉장고를 사다놨대요.”

“그래 잘했네, 어머니 다리 아프시니까 주방까지 가실 필요 없고...”

“작은오빠, 그게 아니라 이제 어머니 거실에도 나오지 말고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으란 얘기지 뭐야, 세상에 그럴 수가 있어요?”

나는 여동생에게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라 했지만 여동생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박박 우겼다.
 
일요일 날 왕가레이 성당에 가면 성당에 다니던 한인가족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인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바쁜 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다보니 그렇겠지 암, 얼마 전 성당에서 노부부가 눈에 스쳤는데 혹시 한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가 끝나고 아내는 이 곳으로 이사 온 한인부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 분들을 찾아갔는데 그 분들은 우리 동네에 아보카도 농장을 사서 이사 온 분들이었다. 머리는 하얀 해도 피부는 곱디고운 신선 같은 분들이었다. 그리고 또 새로 온 한인가족이 있었는데 젊은 부부와 딸이 하나 있었다.

새로운 한인 가족이 둘씩이나 늘었으니 아내는 신바람이 나서 두 가족을 우리 집 저녁식사에 초대하였다. 젊은 부부는 딸이 뉴질랜드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여 오클랜드로 왔는데 그 곳에 몇 달 있다가 왕가레이로 왔다고 하였다.
 
“참 이상했어요. 같은 한인끼리도 왜 그리 쌀쌀맞게 대하는지 정말 있을 곳이 못된다 싶었는데 마침 왕가레이를 알게 되어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순수합니다. 이웃도 좋고요. 키위할머니들에게 초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반면에 왕가레이는 또 일할 곳이 적은 문제도 있습니다. 오클랜드에 비해...”

“맞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서너 시간 일해 보았자 겨우 기름값 밖에 안됩니다. 저희들이 준비 없이 와서 어려움이 있는데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준비를 잘해서 다시 오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런,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더니... 성당가족이 또 줄어드는군요. 괜히 왔다 가시는 군요. 고생만 하시고...”
 
몇 년 전 3명의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같이 온 간호사 아줌마가 있었다. 간호사 아줌마는 왕가레이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남편은 자동차 정비사 자격증을 따와 오클랜드에서 일을 했는데 남편이 왕가레이로 오는 날 우리 집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하였다. 그들 부부는 한국음식이 오랜만이라면서 밥을 3공기씩이나 비웠다. 깡마른 남편은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면서 뉴질랜드는 잡아 먹을 고기들도 많은데 왜 한인들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그 부부는 괜히 왔다간다고 하였다. 고생만 하고 주위 분들에게 폐만 끼치고...
 
중광스님의 묘비명엔 [괜히 왔다간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이 그리고 마음껏 여한 없이 살다 가신 스님의 파격적인 삶조차 괜히 왔다고 후회가 된다면 우리 같은 사람이야 말로 정말로 괜히 왔다가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도 괜히 오는 사람, 괜히 왔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곳저곳에서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빵과장미
명언이네요 ... "괜히 왔다간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에서 오는것이나 가는것은 하늘에 달려있으니 참 건강하게 왔다 건강하게 가는것이 인생의 큰 복 중에 하나 같습니다.
보니맘
바오로 형제님 저희 준희네 가족입니다. 배려덕분에  한국에 무사히 잘돌아왔습니다. 저희는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에 거처를 마련했으며 딸아이는 이곳 명문사립초등학교에 편입하였습니다.그간 정신없이 이것 저것 정리정돈하느라 소식이 늦었군요. 아직은 뉴질랜드 추억이 자주 되살아나 역문화충돌에 어떤 한국상황은 어리둥절하고 이해안가는 경우들이 많기는해도 다문화체험을 한 우리의 보이지않는 무형의 경험이 한국발전에 분명 어떤  기여가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잘은 몰라도 문화나 제도의 발전은 물과 같아 고여 있거나 소통되지 않으면 썩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오로님께서 하시는 활동이 이민 사회인 뉴질랜드 사회에 얼마나 토양을 비옥하게 하시는 일인가 떠나와 보니 알것 같습니다.부디 더욱 건강하시고 사모님 모니카 자매님 따님 아드님 모두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부산에서 배시범 보니파시오 올림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2,653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698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2,983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40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070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28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3,102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 더보기

뒤집기 한판

댓글 0 | 조회 2,267 | 2012.09.25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 더보기
Now

현재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13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댓글 1 | 조회 2,623 | 2012.08.28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2,797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687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12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35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40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798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02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795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41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03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58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23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11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76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089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