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1 2,627 왕하지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위층의 자제라고 하였다. 우리 회사는 주로 정부공사를 하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되긴 하였다. 별로 하는 일이 없는 최대리는 직원들과 자주 어울렸는데 어느 날 나에게도 술 한 잔 하러 가자고 하여 따라가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콜택시를 잡아타고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최대리는 양주를 시켰고 직원들은 최대리님, 최대리님 부르면서 아양을 떨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비싼 술값을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진 사람이 내는 것이었다. 나는 최대리가 사는 줄 알고 왔다며 가위 바위 보를 사양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술값을 내고 온 윤기사에게 내가 물었다.
 
“너 미쳤냐? 술값을 왜 네가 내, 우릴 여기 데려온 최대리님께서 내야지, 너 오늘 술값으로 한 달 생활비 날렸네,”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최대리와 친해지고 싶어서인지 가난한 직원들은 돈을 팍팍 쓰고 다녔다. 최대리는 월급이 용돈도 안 된다고 떠벌리고 다니던 터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최대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영 떫었다. 실력도 없는데다 나이도 비슷한데 말이야...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여 바로 총무과로 가서 명함을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하였더니 사장님 결재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내가 인쇄소를 직접 찾아가 명함을 만들어 와서 직원들한테 한 장씩 돌렸더니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짜 대리로 승진했어?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야, 가짜 대리도 있냐? 아 참, 사장님께도 한 장 드려야지,”

사장실에 들어가 명함을 한 장 드렸더니 사장님은 아무 말씀이 없어 나도 굳이 따지지 않고 월급은 안 올려줘도 된다는 말만 하고 그냥 나왔다. 그 날부터 나는 최대리님을“야, 최대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어느 날, 별로 바쁜 일이 없어 좀 늦게 출근을 해보니 우리 회사 건물에 먼지가 자욱하였다. 설계실에 가보니 엉망이었고 직원들도 없었다. 잠시 후 직원들이 나타났는데 온몸에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모두 질통을 짊어지고 있었다.

“아니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노가다하고 있어?”

팔뚝에 연신 물파스를 발라대던 윤기사가 말했다.

“김대리도 얼른 와서 질통 져, 지금 짤리면 어디 갈 곳도 없어,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단 말이야, 얼른 와~”

“난... 노가다 못해.”

나는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 들었다. 상황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노가다까지 하면서 버티고 싶지 않았다. 1026후 1212사태까지 일어나 미적거렸던 정부공사는 물론이고 한 참 진행 중이던 공사까지 모두 중단되었으며 직원들은 할 일이 없어진 것이었다. 사장님은 사무실을 맨 위층으로 옮기고 나머지 층들은 임대를 주기 위해 보수공사를 하면서 노가다를 시킨 것이다.
 
내가 신문을 보고 있을 때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김대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지금 신문보고 있는 겁니다.”

“신문을 봐? 지금 상황이 어떤 줄이나 알아? 빨리 가서 질통 짊어져~”

“저 질통 짊어지려고 이 회사에 온 거 아닙니다.~”

무척 화가 나신 사장님은 고함을 지르며 나를 사장실로 들어 오라 했고 나도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따라갔다. 나는 사장님께 사표를 냈고 사장님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쯧쯔, 저 꼬락서니들을 좀 봐라. 설계하는 놈들이 질통 짊어진 꼬락서니를... 김대리같은 사람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회사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총무부장은 내 월급을 모두 어음으로 계산해 주었는데 다음 달 결제가 되었고 그 후 회사는 부도가 났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좀 작은 회사의 실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윤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김대리 돈 있으면 좀 꿔줘, 몇 달치 월급으로 받은 어음이 몽땅 부도가 났어, 질통 짊어지고 개고생 했는데 제길, 쌀도 떨어지고 연탄도 떨어지고, 아이고 얼어 죽겠어~”
빵과장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2,660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701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2,986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42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074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31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3,105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 더보기

뒤집기 한판

댓글 0 | 조회 2,271 | 2012.09.25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22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Now

현재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댓글 1 | 조회 2,628 | 2012.08.28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2,801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690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20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39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43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800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06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798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45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07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61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26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13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79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092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