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부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잉꼬부부

4 3,796 왕하지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있으며 배낚시를 자주 간다고 하였다. 어느 날, 그들은 아내에게 생선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아내는 당연히 생선을 좋아하고 생선회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내일 배낚시를 가는데 고기를 잡으면 가져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집에 돌아온 아내가 그들이 준 컨테이너를 열어보니 깨끗이 손질하여 포를 뜬 스내퍼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어머나~ 깨끗하게도 포를 떴네, 그냥 썰어 먹기만 하면 되네. 이게 도대체 몇 마리야~”
 
생선회는 도맡아 뜨는 아내가 신이 났다. 얼마나 많은지 서너 접시는 나왔다. 텃밭에 상추, 고추도 많고 케이든네서 준 아보카도도 있으니 푸짐하게 상을 차려 오랜만에 생선회를 맛있게 먹었다. 배에서 손질하고 물기까지 쪽 빠져 잘 숙성되어서 너무 맛있었다.

아내는 가게에 온 마이클 부부에게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하면서 그렇게 힘들게 포까지 뜨지 않고 그냥 줘도 된다고 말하였다. 마이클 부부는 또 배낚시를 간다면서 야광 매니큐어를 사러 왔는데 아내가 매니큐어를 사줬다고 했다. 

다음날 마이클 부부가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가져왔는데 열어보니 스내퍼 3마리가 들어 있었다. 비늘도 벗기고 배도 따고 깨끗이 손질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큰 걸 잡다니, 이게 도대체 몇 센티야~”

자로 재어보니 거의 50센티가 훨신 넘었다. 그날 밤 우리 식구는 한 마리를 회를 떠서 먹었다. 다음날도 또 먹고, 회덮밥도 해먹고, 생선초밥도 해먹고. 냠냠... 너무 맛있게 먹는 아내에게 내가 말했다.

“이렇게 얻어먹기만 할 게 아니라 뭔 보답을 해야 하는데...”

“당신 그림 하나주면 되잖아~ 팔리지도 않는데...”

아내는 언제나 답례품으로 내 그림을 주자고 말하는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딸이 시드니 친구 집에 놀러 가는데 오클랜드 사는 후배가 차를 맡아준다면서 차 선팅까지 공짜로 해준다고 했다고 한다.

“엄마, 후배가 차 선팅가게를 차렸는데 내차 선팅을 공짜로 해준데, 어떻게
하지? 돈 주면 안 받을 것 같고...”

“아빠 그림 하나 갖다 줘, 팔리지도 않는데 뭐,”

딸내미가 면세점에서 술도 사올 텐데 지갑이 비어있으니 용돈은 줄 수 없고 신세지는 친구들에게도 그림을 주라고 하였다.

“마이클 부부가 잉꼬부부이니 앵무새부부를 선물하면 되겠군, 이 그림 어때?”

마침 액자도 하나 있어 앵무새 그림을 넣어 보여주니 아내는 너무 좋다고 하였다.

“이정도 미끼를 주면 한동안은 생선회를 먹을 수 있겠지,”

이제 힘들게 낚시질 다니지 않아도 생선회 자주 먹게 생겼군... 크크크, 그림을 받은 마이클 부부는 그림이 너무 좋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고기를 많이 잡아준다고 했다고 한다.

며칠 후 마이클 부부가 가게로 찾아왔는데 건축 일을 하는 마이클이 크라이스트처치로 2달간 일하러 간다고 했다. 메리는 혼자서 배를 못타니까 낚시를 못 간다면서 2달간 고기를 못준다고 하였다. 2달이면 잠깐 지나가지 뭐,
그 후 2달이 훨씬 지났는데 생선은 영 소식이 없어서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마이클 돌아올 때가 지났는데, 어찌된 거야? 가게에 안 왔어?”

아내가 힘없이 대답했다.

“얼마 전 메리가 혼자 가게에 왔는데 마이클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안돌아 왔고, 메리가 마이클과 헤어졌대.”

“뭐? 헤어져? 잉꼬부부가?”
 
“여긴 떨어져 있으면 쉽게 헤어지잖아...”

생선회 다 먹었군... 몇 달 못 만났다고 헤어지다니, 한국은 주말부부도 많고 수많은 기러기부부도 멀쩡히 잘만 살아가는데... 이런 제길,
달중이
“아빠 그림 하나 갖다 줘, 팔리지도 않는데 뭐,”  이부분에서 웃음이 나오네요. 역시 실망시키지않고 재미를 주시는 왕하지님..ㅋ  뒷부분은 반전이네요, 마이클부부가 그렇게 잉꼬부부같아보여도, 겨우  2개월 떨어지고는 헤어지게되다니.. 키위들의 부부관도 배우게된 계기같아요. 그렇게 친절하고 정이있는 사람들 같아도, 그냥 않보면 헤어지게 되는거군요 ㅜㅠ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전 정기적으로 왕선생님 글 찾아와서 읽어보고 갑니다~~ 
왕하지
글쎄요 달중이님, 항상 붙어다니며 뽀뽀할 때는 언제고 잠시 떨어져 있다고 헤어질때는 또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어요. 하긴, 무슨 일로 그리하는지 뭔 이유가 있었겠지만... 근데 헤어지면 웬수처럼 악쓰며 바락바락 싸우지 않는건 배울만 합니다. 다만 아쉬운 건 생선이나 좀 더 잡아주고 헤어지던지 말던지 해야지 입맛만 버려 놓고 헤어지다니... ㅜㅜ, 감사합니다.
달중이
왕가레이가 그래도 낚시가 잘되는지역으로 알려져있으니, 귀챦더라도 직접 잡아드셔야될것 같아요 ^^ 암튼, 왕하지님 글은, 어렵지도않고 재미가 있습니다. 따뜻한 이웃의 느낌도 들어서 좋습니다. 오클랜드와 왕가레이지만, 그래도 코리아포스트를 통하니 이웃사촌같네요 ^^
은하수별
가끔 오는 코리언포스트. 왕하지님 글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2,651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696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2,983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39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070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28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3,102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 더보기

뒤집기 한판

댓글 0 | 조회 2,265 | 2012.09.25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12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댓글 1 | 조회 2,623 | 2012.08.28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2,797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686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07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35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40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Now

현재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797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02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794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40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01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57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22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09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76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088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