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2 3,789 왕하지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이 없다. 입으로만 떠들고 살아서 그런지 정작 글을 쓰려하면 쓸 말이 없다고 한다. 진짜 그런지 아니면 뭐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 하긴, 내가 연락을 하는 것도 한국에서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연락을 하니, 안보내주자니 나중에 욕먹을 것 같고 보내주자니 귀찮고 돈도 들어가고...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아무 때나 연락만 하면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형님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뭐든지 말씀하세요. 바로 보내 드릴 테니까요.”

윤사장이라는 친구는 말투는 좀 거칠지만 내용은 항상 좋다. 말만 들어도 그저 흐뭇할 따름이다. 작년에는 바로 필방 위층에서 사업하는 친구에게 붓을 몇 자루 보내라 했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또 말하기도 자존심 상해 하는 수없이 윤사장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인사동 필방에 가서 전화를 몇 차례 하면서까지 좋은 붓과 재료들을 사고 게다가 여러 가지 물건들까지 보내주는 게 아닌가,

윤사장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우리 이웃에서 사업을 했는데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 나보다 두세 살 아래인데다 말투도 거칠고 품행도 그리 방정맞지 못해 그냥 적당히 알고 지냈는데 어느 날 윤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윤사장은 이번에 신설된 국가 자격증에 대한 교재들을 출판한다면서 도와달라고 하였다. 책에 대학교수들 이름을 넣어주고 감수 명목으로 봉투까지 준다고 하였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교재로 추천해 주면 학생들이 구입한다는 이야기였다. 윤사장은 나에게 넉넉한 출장비를 주겠다고 지방에 같이 다니자고 하였다.

“형님 발이 넓으시니까 교수들을 많이 알거 아녀요.”

“글세... 그게 잘 될까? 나야 지방에 있는 친구들도 만나 볼 겸 여행 삼아 다니는 것도 괜찮지만 말이야,”

윤사장은 다음 주부터 충청도를 시작으로 움직이자고 하였다. 학생들이 많은 지방의 몇몇 대학을 골라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한다리 걸치다보니 담당교수들과 거의 연결이 되었다. 윤사장은 출장을 갈 때마다 현금을 한보따리 준비하였는데 나는 괜히 걱정스러웠다.

“윤사장 돈을 미리 줄 필요가 있을까? 정 주고 싶으면 50%만 미리 주던지...”

“아이고~ 형님, 줄때 화끈하게 팍 주는 겁니다. 쫌생이처럼 굴면 사업 못해요.”

“교재로 추천 안 해주면 어떻게 할 거야, 돈 돌려 받을 수도 없고...”

아주 꿩 먹고 알 먹는 교수들은 약속장소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고 일은 척척 진척이 되어갔다. 과목별로 교수들 이름 선별을 해 주고 나는 손을 떼었는데 윤사장은 돈이 의외로 너무 많이 들어갔다면서 출장비는 다음에 준다고 하였다. 그 뒤 윤사장이 찾아왔는데 출장비는 고사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어느 날 교수로부터 우편물이 날아왔다. 뜯어보니 전시회 초청장이었다. 교수의 약력에는 저서란도 있었는데 윤사장이 출판한 책 1권 뿐이었다. 윤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윤사장, 교수로부터 전시회 초청장이 왔는데 저서도 있고 대단한 교수야, 그 대학에서는 책 좀 팔았어?”

윤사장은 한 권도 못 팔았다고 했다. 모든 대학에서 거의 전멸했다고 다 죽어가는 소리를 했다. 그 후 윤사장이 망했다는 이야기가 동네 먼지와 함께 나붓거리면서 그는 보이지 않았다.

몇 년 후 윤사장이 찾아왔다. 사업도 비실거리던 차에 출판까지 손댔다가 아주 고꾸라졌다고 했다. 고꾸라진 사람 앞에서 자기 실속만 챙기는 사람들에게 아주 절망감을 느껴 이 곳을 떠났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중 한사람이 바로 형님입니다.”

타 지방에서 재기에 성공한 그는 나만 만나면 비싼 술집에서 거나하게 술을 샀다.

며칠 전 윤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작년에 보내준 바지도 다 떨어졌을 텐데, 필요한 거 메일로 다 적어 보내세요.”

나는 윤사장에게 그림을 한 점 보내주면서 말했다.

“이게 말이야, 뉴질랜드 바다인데 물반 고기반이야, 낚시질하러 한번 오라고,”
달중이
누가 고꾸라지면, 그위를 밟고 지나가는게 한국이지요 ㅋㅋ 왕선생님은 출장비도 받지않고, 지인을 도와주셨으니.. 당연히 기억에 남겠네요. 마음이 따뜻하신가 봅니다 ^^ 그러니 잊지않고 기억해주죠.  왕가레이 저도 낚시친구 따라서 몇번 낚시가보았는데, 갈때만다 꽝입니다 ㅜㅠ 혹시, 노하우라도 ~ ㅋㅋ
왕하지
달중이님, 저는 고꾸라진 사람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뭐 좀 보내주는 사람이 있는 셈이로군요. ㅎㅎ, 정말 한국에는 밟히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왕가레이 어디로 낚시 가셨습니까, 저도 꽝일때도 더러 있습니다만, ㅎㅎㅎ,
게시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