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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CEO를 했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1976년에 컴퓨터공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UC 버클리에서 1979년에 컴퓨터과학 석사, 1982년에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감히 그와 견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나도 80년대에 ‘엔드유저 컴퓨팅의 효과성 제고방안’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지금 ‘엑셀’의 전신인 ‘로터스 1-2-3’을 독학하여 책을 내고 사용법을 가르쳤다. 억지를 쓰자면, 비슷한 연배이지만 귤화위지(橘化爲枳)처럼 그는 따뜻한 강남에서 자라 유자(柚子)가 되었고 나는 강북이라 탱자(枳子)가 된 기분이다.
에릭 슈미트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SU)에서 2026년 졸업연설을 하였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은 1982년에 타임지는 역사상 최초로 사람이 아닌 PC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한국에는 약간 늦게 80년대 중반에 PC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나는 큰 마음을 먹고 포니, 엑셀 자동차 값을 주고 16비트 286 AT PC와 24핀 도트 프린터를 샀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20메가바이트뿐이었고, 플로피디스크를 넣고 도스(DOS)라는 운영체제 프로그램을 올려서 명령문을 일일이 타이핑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아래한글’이 나오기 전이라 PC에 ‘도깨비’라는 한글 프로그램을 먼저 올려서 썼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흘러 2025년 12월,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인공지능(AI)의 설계자들’을 뽑았다. 인공지능을 뽑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갑자기 등장한 인공지능이 하도 놀라워서 졸업생들이 불안하다. “미래는 크디큰 벽이고, 로봇과 기계들이 몰려오고, 일자리는 사라지고, 기후는 무너지고, 정치는 분열되어 여러분이 만들지도 않은 엉망진창인 세상을 물려받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잇자,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야유도 나왔다. 뻔한 소리는 듣기 싫다는 것 같았다. 그러면 어쩌라고? 침착하게 말을 잇는 슈미트는 미래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의 주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미래는 우리가 만들고 바꾸고 가꾸는 것”이라고 하면서 “여러분이 인공지능을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다. 참여할 때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를 생각하며 자유와 평등, 배려, 더불어 살기를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다 잔소리로 들린다지만 나는 슈미트의 말에 줄을 그어가면서 귀담아들었다. 당당히 조언한다며 4가지를 말했는데 졸업생들은 이를 얼마나 기억하고 실천할는지 모르겠다. 첫째, 미지의 세계, 어려운 과제에 ‘예’라고 대답하고 도전하란다. 그의 인생에서 존경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니오’가 아니라 ‘예’라고 수고로움을 자처했던 사람들이란다. 둘째, 혼자 말고 팀으로 일하라 한다. 제각기 다른 아이디어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일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맞들면 나은 것이 많을 것이다. 내가 잘 못하고 잘 안 되는 것이라서 나도 노력해 봐야겠다. 셋째, 실패해도 부끄러움 없이 방향을 바꾸어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넘어져 봐야 잘 일어서고 안 넘어지는 요령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던 사람이 일단 성공하면 롱런하게 되는 것이다. 넷째, 자신을 믿으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에게서 보지 못하지만 여러분 자신은 볼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 직관이야말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아직 1%도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면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에릭 슈미트는 졸업생들이 살아갈 세상이니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참여하여 이끌어 가라고 한다. 미래가 암울하다고 포기하고 원망할 일인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난제는 무수히 많다. 우리의 팔과 손가락 같은 로봇도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빙산이 녹고 해수면이 차올라 섬이 잠기고 육지가 줄어들며 생태계가 파괴되고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 적어도 100년 이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이 난제를 인공지능과 첨단 로봇이 풀 수 있을까? 90초 남았다는 지구 종말의 시계를 느긋하게 되돌려 놓을 과제에 졸업생 여러분이 ‘예’ 하고 참여하라는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서 실패를 무릅쓰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인공지능을 개발한 과학자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은 졸장부 짓 아니던가 말이다.
* 출처 : FRANCEZONE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