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뉴질랜드 대기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뉴질랜드의 연평균 기온이 오르고, 극한 강우 때 한꺼번에 내리는 비의 비중도 커지는 등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뉴질랜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 중에 오래 머무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423.1ppm으로, 뉴질랜드에서 관측을 시작한 1972년 이후 30% 증가했다.
이번 온실가스 자료는 웰링턴의 베어링헤드에 있는 지구과학 뉴질랜드(ESNZ) 관측소에서 수집됐다. 이 자료는 전 세계 온난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되는 국제 관측소 네트워크에도 활용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지난해 426ppm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 수준인 280ppm보다 50% 이상 높은 수치다.
이산화탄소는 수천 년 동안 대기 중에 남는다. 따라서 전 세계가 배출을 중단할 때까지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상승할 수 있다.
지구과학 뉴질랜드의 고든 브레일스퍼드 대기 분야 수석 기술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단순히 증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10년 단위의 증가율이 이전 10년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오늘 공개된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다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기후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는 어느 한 해의 증가 속도가 전년도보다 느려지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브레일스퍼드 기술자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개선을 이어간다면 현재와 같은 누적적 증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추세는 계속 상승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온실가스 증가와 함께 뉴질랜드의 기후도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뢰할 수 있는 기상 기록이 시작된 1908년 이후 뉴질랜드의 연평균 기온은 1.36도 상승했다. 특히 겨울철 평균기온이 빠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 변화는 지역별로 복잡한 양상을 보였다. 북섬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강수량이 증가했지만, 타우랑가와 황가레이 등 다른 지역은 눈에 띄게 건조해졌다.
남섬은 전반적으로 더 습해지는 흐름을 보였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분명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연간 강수량 중 더 많은 비가 폭풍이나 기타 악천후 때 한꺼번에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 대상 30개 관측소 가운데 11곳에서는 1960년부터 2025년 사이 ‘매우 습한 날’에 내린 비가 연간 강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증가율은 10년마다 0.6~1.8% 수준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발생하는 극한 강우의 대부분은 열대 지역에서 유입되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s)’에 의해 발생한다.
지구 대기가 따뜻해지면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대기의 강이 유입될 때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
극한 강우는 우수 배수시설과 하천 관리 시스템의 처리 능력을 넘어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지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뉴질랜드 대기 중 메탄 농도도 2025년에 소폭 상승했다. 2024년 12월 1,880ppm에서 2025년 12월 1,890ppm으로 높아졌다.
메탄 농도는 이 가스에 대한 관측이 시작된 1989년 12월 이후 전체적으로 13.6% 증가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이 훨씬 짧다. 이 때문에 국가 배출 감축 목표에 메탄을 포함하는 것은 논쟁이 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더 크다.
뉴질랜드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을 모두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메탄 감축 목표를 완화했다.
뉴질랜드를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한 2016년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를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2024년 연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은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섰다.
연구진은 북반구 폭염과 해수면 온도를 크게 끌어올린 대규모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해와 내년에도 기록이 다시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엔은 올해 초 각국이 현재의 배출 감축 공약을 이행하더라도 장기적인 온난화가 1.5도를 넘어서는 것은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지구온난화 정점은 1.8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산호초 등 일부 생태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유엔 보고서는 온도 상승 초과 폭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한 뒤, 다시 기온 상승 곡선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는 결코 받아들일 만하거나 선호할 수 있는 경로가 아니다”며 “현재 남은 선택지 가운데 최선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영향에 적응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의 전체 배출량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이는 배출원 자체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줄인 결과라기보다 산림의 탄소 흡수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24년 온실가스 인벤토리 자료에 따르면 총배출량, 즉 배출원에서 직접 발생한 배출량은 0.1% 감소했다.
산림 흡수량을 반영한 순배출량은 2% 줄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