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비가 부족해 KiwiSaver를 꺼내 쓰려는 뉴질랜드인이 크게 늘고 있지만, 실제 상담을 받아보면 절반 이상은 KiwiSaver를 인출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KiwiSaver의 significant financial hardship withdrawal(중대한 재정적 어려움에 따른 인출) 규모는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6년 7월 한 달 동안 hardship 사유로 인출된 KiwiSaver 자금은 4,520만 달러에 달했다.
전년 같은 달인 2025년 7월의 4,320만 달러보다 200만 달러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눈여겨볼 부분은 따로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KiwiSaver 인출이 반드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Simplicity, Milford, SuperLife, NZ Funds 등 일부 KiwiSaver 사업자들은 hardship 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담과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외부 금융지원기관인 Debtfix와 협력하고 있다.
Debtfix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까지 1년 동안 KiwiSaver 사업자로부터 hardship 관련 상담을 의뢰받은 사람은 5,964명이었다.
그 가운데 실제 hardship withdrawal 승인을 받은 사람은 2,516명이었다.
반면 3,450명, 57.9%는 KiwiSaver를 인출하는 대신 다른 해결책을 통해 지원받았다.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에게 은퇴자금을 꺼내는 것 이외의 길이 있었다는 의미다.
KiwiSaver는 기본적으로 은퇴 이후의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장기 저축이다.
당장의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을 꺼내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Debtfix는 KiwiSaver 인출이 언제나 가장 적절하거나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당장 갚아야 할 빚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경우 KiwiSaver에서 돈을 빼서 그 빚을 갚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소득과 지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몇 달 뒤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때는 이미 은퇴자금의 일부까지 사라진 상태가 된다.
따라서 hardship 신청자는 일반적으로 KiwiSaver 인출에 앞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합리적인 방법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선택지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채권자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hardship arrangement를 신청해 일정 기간 상환조건을 완화할 수도 있다.
여러 채무가 있다면 새로운 debt repayment plan을 협의할 수 있고, 심각한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No Asset Procedure가 적절한지 검토할 수도 있다.
단순히 소득보다 지출이 계속 많아지는 가정이라면 전문가와 함께 budget 및 cash-flow plan을 다시 짜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KiwiSaver를 먼저 꺼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재정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다.
Simplicit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Shamubeel Eaqub는 hardship 신청을 하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신청하기 전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ardship withdrawal은 단순히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신청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합리적인 선택지를 먼저 검토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저축 사용, 투자나 주식 등의 자산 처분, 은행과의 상담, 또는 Work and Income(WINZ) 지원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대형 KiwiSaver 사업자인 ANZ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ANZ에 따르면 2025년 12월부터 2026년 7월 사이 KiwiSaver Contact Centre가 받은 financial hardship 관련 연락은 실제 hardship withdrawal 건수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다만 이를 “문의자의 절반만 실제로 인출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신청 진행 상황이나 자격조건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연락할 수 있고 문의내용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ANZ 역시 KiwiSaver hardship withdrawal은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두 검토한 뒤 사용하는 최후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이번 자료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사람들이 KiwiSaver를 찾는 이유다.
Debtfix에 따르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무리한 소비나 잘못된 재정결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실직과 근로시간 감소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생활비가 계속 상승하는 동안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축과 다른 자원이 바닥나면서 결국 KiwiSaver까지 바라보게 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갑작스러운 자동차 수리비나 예상하지 못한 큰 지출처럼 한 번의 사건으로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Debtfix는 일회성 재정충격보다 상당 기간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일시적인 문제라면 KiwiSaver에서 일정 금액을 인출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매달 소득보다 생활비와 채무상환액이 더 큰 구조라면 KiwiSaver를 인출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KiwiSaver hardship withdrawal을 결정할 때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복리 효과를 잃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KiwiSaver에서 $10,000을 인출한다면 손실은 단순히 $10,000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 돈이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펀드 안에서 투자되면서 얻을 수 있었던 투자수익까지 함께 포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사람일수록 그 차이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hardship withdrawal은 “내 돈을 조금 먼저 사용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영향을 가진 결정이다.
그렇다고 정말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무조건 KiwiSaver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KiwiSaver의 hardship 제도 자체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입자를 돕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인출할 수 있느냐보다 인출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2026년 7월 한 달에만 4,520만 달러가 hardship 사유로 KiwiSaver에서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단순한 금융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숫자 뒤에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고, 근무시간이 줄어든 사람도 있으며, 몇 년간 오른 생활비를 견디다가 결국 저축이 바닥난 가정도 있다.
하지만 Debtfix의 자료는 또 다른 사실도 보여준다.
도움을 요청한 5,964명 가운데 57.9%는 KiwiSaver 인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원받았다.
때로는 은행과 협상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
때로는 채무상환계획을 다시 세우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가계부를 펼쳐놓고 돈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생활이 무너지면 20년 뒤의 은퇴만 생각할 수도 없다.
그래서 hardship withdrawal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KiwiSaver에서 돈을 꺼낼 수 있을까?”가 아니라 “꺼내기 전에 내가 해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가?”인지도 모른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