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K마트 매장에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 안경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카메라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개인이 다른 사람을 촬영하는 상황을 현행 법체계가 충분히 다루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캔터베리대학교의 애넷 밀스 교수는 스마트 안경으로 불리는 이 기기가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인공지능 기능을 결합한 “얼굴에 쓰는 컴퓨터”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는 K마트가 ‘안코 카메라 글라스’를 99뉴질랜드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한 가운데 나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과 같은 고가 제품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해당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밀스 교수는 이 안경이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술로 활용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보급이 확대되면서 심각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마켓의 폐쇄회로TV처럼 특정 장소에서 촬영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다”며 “하지만 어디를 가든 촬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녹화하려면 사용자가 기기를 눈에 띄게 들어 올려야 한다. 반면 스마트 안경은 착용한 상태에서 훨씬 은밀하게 촬영할 수 있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촬영되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이 밀스 교수의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웨어러블 카메라가 악용된 사례도 보고됐다. 화장실 안에서 몰래 촬영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접근해 촬영한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례 등이 있었다.
앞으로 안면인식 기술까지 결합되면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밀스 교수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이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줘’라고 말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해질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은 당사자에게 매우 큰 취약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스 교수는 웨어러블 기술과 관련해 뉴질랜드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은 기본적으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주로 조직과 조직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며 “개인이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다루도록 설계된 체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법률은 사적인 영상 촬영, 유해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일부 스토킹 행위 등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 안경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여러 상황은 현행 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려는 촬영 행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촬영된 영상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업로드되면 이용자와 촬영 대상자가 충분히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처리·분석되거나 다른 곳에 공유될 수 있다.
밀스 교수는 “기기의 사용뿐 아니라 이러한 기기의 보급과 배치까지 다루는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보다는 기업과 조직의 행위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와 관계없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위원회 대변인은 “CCTV와 드론, 스마트 안경 같은 도구는 개인이 다른 사람을 촬영하기 쉽게 만든다”며 “개인이 이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 안경으로 몰래 촬영하는 사람들은 개인정보의 수집·사용·공개가 합리적인 사람이 보기에 매우 불쾌한 행위로 판단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해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법, 스토킹 관련 범죄, 범죄법에 따른 다른 범죄 조항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대학교 상법 교수인 게한 구나세카라는 카메라 안경을 착용한 개인의 오용뿐 아니라, 이 기술을 운영하는 기업과 플랫폼의 정보 수집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이 사람들이 어디를 다니는지, 무엇을 바라보는지, 지역사회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나세카라 교수는 “플랫폼도 이 모든 정보를 알게 된다”며 “사람들의 이동 경향과 방문 장소, 어떤 매장에서 쇼핑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인공지능 시스템 개선에 데이터를 활용하기 전 개인정보를 익명화하더라도, 집계된 정보 자체는 상업적 가치가 높을 수 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뿐 아니라 데이터 주권에 관한 보다 광범위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스마트 안경을 위협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 지원단체 블라인드 로비전 뉴질랜드(Blind Low Vision New Zealand)의 안드레아 미젠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안경이 시각장애인 공동체가 경험한 기술 발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 안경은 도로 표지판과 식당 메뉴 등 시각 정보를 소리 내어 읽어줄 수 있다. 사용자는 흰 지팡이나 안내견을 사용할 때도 양손을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다.
미젠 최고경영자는 “우리 공동체가 지금까지 경험한 기술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다른 형태로 구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K마트 그룹 대변인은 안코 카메라 글라스가 뉴질랜드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대변인은 “안코 카메라 글라스는 이미 자리 잡았고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 웨어러블 기술 분야의 제품”이라며 “주요 기술·안경 브랜드들이 전 세계에서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품이 다른 관련 기기처럼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오디오 및 연결 기능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모든 기기와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관련 법률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지역사회의 기대에 따라 책임감 있고 예의 바르게 사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현재 스마트 안경 문제에 특화된 별도의 규제 대응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