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건강보험 의료비 상승 속도가 물가 인플레이션을 앞질러가고 있으며, 공공의료 시스템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 AI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심장질환 관련 청구가 특히 큰 폭으로 늘며 전체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다.
AIA의 매디드 셜록(Maddie Sherlock) 최고 고객 책임자는 “공공의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험을 가입한 사람들이 더 이른 시점에 사설 진단과 치료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환자들은 빠른 진료와 확실한 접근성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A는 2025년 한 해 동안 의료 청구액으로 1억 7,700만 달러를 지급했으며, 전년 대비 1,000만 달러 증가했다.
심장질환은 전체 청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AIA가 지난해 뉴질랜드인 78만 9,000명에게 지급한 7억 9,000만 달러 중, 심장질환 관련 청구는 9,350만 달러에 달했다. 심장질환과 관련된 MRI·CT 같은 영상 검사, 시술, 입원치료가 특히 비용이 높게 나타났다.
심장질환 청구 가운데는 심근경색(심장 발작)이 31%, 일반 심장질환 24%, 심장 진단 6%, 판막 질환 5%, 부정맥 3%로 구성되었다.
뉴질랜드 하트재단(Heart Foundation)은 심장질환이 약 90분마다 한 명의 목숨을 빼앗는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심장질환은 암, 당뇨병, 호흡기질환, 정신건강 문제와 함께 뉴질랜드 사망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비전염성 질환 중 하나다. 가장 위험군은 40~69세 남성으로 지적된다.
AIA의 데이터는 항암치료(화학요법)와 복잡한 척추 수술 등 고가 수술 비용이 커지면서, 전체 의료비가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단 기술과 치료 방법이 발전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공공의료 시스템의 포화와 압박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서비스협의회(Financial Services Council)의 CEO 케이크 호프(Kirk Hope)는 “보험 청구 빈도와 금액이 모두 증가했는데, 그 배경은 코로나 이후 치료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Aon의 2025년 글로벌 의료비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의료비 인플레이션은 2024년 7.4%에서 2025년 14.5%로 급등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 중 하나로, 현재 3.1%대인 일반 물가 인플레이션을 크게 웃돈다.
특히 선택적 수술(elective surgery)의 비용 상승률은 10%에서 최대 100%까지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의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술·설비 비용, 병원·의료시설 운영비, 그리고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호프는 “뉴질랜드는 OECD 비교국에 비해 여전히 건강 보험 가입률이 낮고, 저소득층과 비정규직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렵다”며, 보험사들이 건강보험에서 순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뉴질랜드 보험사들은 건강보험 청구로 24억 달러 이상을 지급했지만, 보험료 수입은 약 25억 달러 수준이라, 일부는 생명보험 수익과 함께 보전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의료비가 일반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공공의료와 사설 의료, 보험 제도 간 균형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Source: R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