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야지.
이제 몸을 비트는 일을 멈추고 북풍한설 설국으로 들어가야지.
아물거리는 지명 남태평양!
맨눈이 시리도록 쏘아부치는 햇살에도 풀밭의 동지들은 두려워하지를 않았네.
환갑이 넘어서도 거뜬히 등지게를 둘러메고 십오리,이십리길을 돌아댕기니
농경조상의 후예들임에 틀림없었네.
나의 숙적(?) 황달봉이 가방모찌 전동휠체어를 장만하여 힘안들이고 챔피언을 휩쓸고,
백년이 넘는 클럽의 역사 벼랑박에 그의 이름을 새겼음이 자랑스러웠네.
갓난이도 돌이 지나면 옹알거리며 말문을 트건만, 이십년이 다되도록 웃고만 지내는
언어장애인 동변상련의 벗이 있어 큰 위안을 얻었네.
관계에 불편함이 없고 모두가 정겨웠네.
이 또한 재회와 석별이라는 기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나갔으니...
돌아가면 풀밭에서 인정사정없이 나를 짓밟았던 동지들과, 스스로 자빠져 체면을 세워준
따뜻했던 얼굴들을 잊지말아야지.
그리고 그들이 나의 은둔지에 찾아오면, 산중의 벗 오우와 산토끼 다람쥐를 불러내
차 한잔 나누는 꿈을 꿔야지.
이역만리에서 얽힌 인연들에게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염원을 남기고...
스무엿샛날의 여정을 마치며..
9000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