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뉴질랜드 배우 김민 씨

김수동기자 0 8,200 2014.02.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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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배우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배우기에는 더 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내가 노력도 했겠지만 그 동안은 운이 좋아 많은 훌륭한 분들을 만나 일도 하고 훈련도 해 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도 계속 즐기며 배우로서의 인생을 개척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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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건축기사로 일을 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영화회사 중 건축모델 담당으로 취직 해 외화를 왕창 버는 거야” 생각은 현실이 되었고 지난2007년 겨울, 큰 꿈을 가지고 웰링턴에 도착을 했다. 피터잭슨의 영화회사에 들어갈 목적이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우선 뉴질랜드에 오기까지는 성공했는데 영어가 잘 안 되니 면접에서 실패를 했다. 결국엔 인도 발리우드에 있는 영화회사들과 계약을 하고 3D모델링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기 시작 했다.

영어 배우려고 드라마 학교 입학
영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영어가 필요 없는 패션모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년 치 생활비가 걸린 TV광고 오디션에서 대사 2줄을 실패하는 바람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영어를 배우려고 드라마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회사에 면접을 보려면 영어를 빨리 잘 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택한 드라마 학교였지만 막상 학교를 다니면서 연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드라마 학교에 다닐 때 무대에서 처음 맞은 역할이 피터팬 연극에 나나 역 이었다. 나나는 웬디의 개다. 커튼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나나가 무대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창 밖의 달을 응시하는 연기였다. 2500여명의 어린이 관중들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커튼이 열리기를 기다리는데 한 순간 조용 해졌다. 그 10초의 정적에 한국에서부터 그때의 스테이지 바닥까지 온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다. 그리고는 커튼이 열렸다. 개 역할이라고 사실 무시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가다 가 삐끗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하는 생각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서 진짜 개처럼 기었다. 이것이 지금 배우의 길을 걸어가는 처음의 시작 이었다.  
  
드라마 학교를 졸업하고1년 뒤, 뉴질랜드 드라마 촬영을 끝마쳤을 때 내가 배우로서 뭔가 회의를 느끼는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한국사람들도 만났지만 그 중에 한 사람은 유럽과 호주에서 활동하는 훌륭한 감독/지도자, 영국인 존 볼튼 이라는 분이었다. 이 분은 호주에서 존 볼튼 연극학교를 9년 동안 책임졌고 현재 뉴질랜드를 비롯해 호주 유럽의 많은 감독, 배우들이 이분의 제자들이다. 존 볼튼는 뉴질랜드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는데 지난번 뉴질랜드에 방문했을 때 조금 늦었지만 드라마 촬영이 끝내고 다음 날 바로 찾아갔다.  한 여름날 아침 하얀 봉투를 하나 들고 지도 하는 스튜디오 앞에서 기다렸다. 멀리서 머리가 하얀 백발 노인이 검은 옷을 입고 사과를 먹으며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내 앞에 멈춰 섰다. 이 사람이 존 볼튼 라는 느낌이 한 순간 왔다. 벌떡 일어나서 “안녕하세요 존, 선생님 성함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는 김민입니다. 어제 쇼트랜드 스트리트 계약이 끝나고 남은 $1,000달러가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수업 끝나고 저녁에 일을 해서 갚겠습니다. 연기는 전혀 모릅니다. 감독님과 공부하고 싶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감독님께서 나에 눈을 보시며 미동도 않으셨다. 나도 꼼짝 할 수가 없이 1분을 기다렸다.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는데 감독님이 슬며시 웃으며 차를 한 잔 사주고 싶다고 했다. 

차를 마시며 감독님께서 청년이었을 때 프랑스에서 자전거를 타고 불어를 배워가며 광대를 공부했던 이야기부터 감독님이 읽고 있는 “단테의 디바인 코미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낙원은 어디 에 있을까? 런던에서 별을 보고 잠드는 남자의 얘기도 해주시고.. 듣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해서 혼났다. 이 날 존과의 만남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연기자로서의 삶과 또한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상황에 대한 큰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사실 드라마 촬영 중 스턴트 사고로 오른손 주먹이 깁스가 되어 있어 그 당시 수업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작정 감독님을 만나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연기를 하며 생활 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기획하고 싶었던 공연을 추진하고 있어 같이 할 수 없지만 오는4월에는 존 감독님과 훈련을 앞두고 있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전국체전 태권도 선수로 참가 은메달 획득 
이번 94회 인천 전국체전에서 뉴질랜드 팀이 3위를 했다고 들었다.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선수단을 뵙지도 못하고 헤어졌었는데, 정말 모든 선수들과 임원진에게 축하에 말을 전하고 싶다. 태권도는 내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시작해 공인 4단 이다. 그 때는 올림픽 대표선수에 꿈을 가지고 정말 죽기살기로 운동했었다. 마지막으로 선수로 시합이 1999년 이었는데 이번 체전에서 손가락이 하나 부러지긴 했지만 태권도로 은메달 받은 건 참 고마운 일이다. 

3월 열리는 공연으로 최선 다해 연습 중 
3월에 열리는 공연은 내가 현재 Red Leap Theatre Company라는 극단과 리허설 중인 SEA 라는 공연이다. 레드립 컴퍼니는 대표적인 Physical Devising Theatre 극단으로서 뉴질랜드에서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극단 이다. 2010년 숀탠 원작의 Arrival이라는 공연으로 채프만 어워드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한국, 마카오 등 순회공연을 통해 한국에는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SEA는 ‘바다가 없어진 날’이라는 주제를 컨셉으로 감독들과 디바이져들이 함께 그에 맞게 선별된 소재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요청(Provocation)을 받아 즉흥연기를 해가며 공연을 만드는 즉 디바이징 하는 형태로 만드는 공연이다. 

공연을 위해서 배우들은 공연이 디벨럽 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현대무용, 서커스기술, 악기, 퍼펫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훈련하고 있으며 5주간의 리허설을 통해 3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에서 내가 맡게 될 역할은 디바이징을 통해 만들어진 한국에서 온 18세 보이스카웃 소년의 역할 이다. 그 외에 파도의 역할도 맡고 있고 바다 소년의 어린인형 역할, 물고기, 상어, 그물 등등이 있다. 각 배우들이 맡고 있는 역할이 최소 10가지 정도는 되는 일반적인 연극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공연 이다. Physical Theatre라는 장르로서 Red Leap같은 큰 극단에서 숙련된 디바이져들과 같이 일 하다 보니 많이 배워가고 있다. 운이 좋아서 인지 오디션에 뉴질랜드 국립 드라마 학교에서 온 배우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저한테 기회가 주어졌다. 나에게는 새로운 장르의 연기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고맙게 생각하며 리허설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SEA는 굉장히 비쥬얼적이며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상상력을 발달시키기 좋은 공연으로서 언어는 영어, 한국어, 사모안어 마오리등을 섞어 공연이 만들어 졌지만 대사에는 치중을 많이 하지 않는 공연 스타일이기에 별 의미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끼리 공연 보셔도 좋고 시내에서 공연하니까 데이트 나오셔도 좋을 것 같다. SEA 공연 티켓은 지금 예매 중이고 Maidment Theatre 웹사이트나 Red Leap Theatre Company 웹사이트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포기하지 않고 한길을 위해 노력 할 것
뉴질랜드에서 배우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배우기에는 더 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내가 노력도 했겠지만 그 동안은 운이 좋아 많은 훌륭한 분들을 만나 일도 하고 훈련도 해 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도 계속 즐기며 배우로서의 인생을 개척해보려 한다.

“Life is not about waiting for the storm to pass, it’s about learning to dance in the rain.” -Vivian Greene

글,사진: 김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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