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도 적용되는 ‘금수저’ ‘흙수저’

JJW 0 7,110 2019.01.30 17:26

부모의 직업이나 소득이 자녀의 학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계급론’이 평등주의를 앞세우는 뉴질랜드에서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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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가운데서도 높은 뉴질랜드 교육격차

 

뉴질랜드 교육 체제가 사회를 평등하게 만드는 기능을 상실하고 학생들의 태어난 환경에 따라 가난과 부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8 OECD 교육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뉴질랜드 사회ㆍ경제적 지위 지표상 하위 25% 학생 그룹 성적이 상위 25% 학생 그룹보다 101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 88점에 비해 높은 결과로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에 따른 학생들의 학업 격차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가난한 학생들은 2003년 조사의 81%에서 2015년 66%로 떨어지면서 부유한 학생들에 비해 13%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격차이다.

 

또 12개국의 1985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가정에 100권 이상의 서적이 있는 그룹과 100권 미만의 서적이 있는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대상자들이 10세였던 1995년 조사에서 뉴질랜드가 두 그룹간의 수학 성적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였고 25-29세였을 때의 조사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격차를 나타냈다.

 

OECD 보고서는 모든 국가들은 올바른 교육 정책과 실천으로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학생 개인에 필요한 맞춤식 교육과 가난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 자원 추가 지원, 가난한 가정 부모들과의 상담 개선, 성적에 따른 우열반 폐지 등을 주문했다.

 

학년 올라갈수록 빈부간 학업격차 심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를 자부했던 뉴질랜드는 이제 태어난 집안의 사회ㆍ경제적 지위를 거의 극복하기 어려운 불평등한 OECD 회원국 8위로 전락했다. 

 

뉴질랜드 헤럴드지가 최근 교육부의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가난한 지역과 부유한 지역 학생들간의 학업성취가 학년이 높을수록 벌어지고 대학 진학률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부유한 지역인 데실(Decile) 10 고교 학생들과 반대인 데실 1 고교 학생들간의 NCEA 합격률이 12학년의 NCEA 레벨2에서는 7%포인트 격차를 보이고 13학년의 레벨3에서는 18%포인트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학점인 UE(University Entrance) 획득은 44%포인트로 벌어졌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높은 소득으로 연결되는 대학 인기학과의 2학년 학생수에서 볼 수 있다.

 

지난 5년간 6개 대학 법학과, 의학과, 엔지니어링학과 등의 약 1만6,000명 대학생들 가운데 60%가 상위 3개 데실 고교 출신이고 하위 3개 데실 고교 출신은 6%에 불과했다.

 

가장 가난한 지역인 데실 1 고교 졸업생들은 단 1%에 그쳤다.

 

오클랜드 대학 의학과 2학년 진급생 1,160명 가운데 데실 1 고교 졸업생은 12명 밖에 없었고 캔터베리 대학의 엔지니어링학과의 경우 지난 5년간 2,000명의 입학생 가운데 데실 1 고교 출신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오클랜드 대학 사회학과 알란 프랑스(Alan France) 교수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교육이 뉴질랜드에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돈과 계층, 부유층의 특권과 관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교수는 뉴질랜드는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 없는 뉴질랜드 교육

 

대학들은 가난한 지역 출신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학점을 따지 못하기 때문이고 특히 낮은 데실의 고교들은 학생들이 마지막 학년인 13학년까지 진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입학 장학금도 높은 데실 고교가 낮은 데실 고교에 비해 4배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례로 지난 2017년 데실 10의 엡솜 걸스 그래머(Epsom Girls Grammar)는 오클랜드 대학으로부터 22만5,0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데실 1의 망게레 컬리지(Mangere College)는 2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아오리어 컬리지(Aorere College)의 메리 케리간(Mary Kerrigan) 진로상담사는 “대학 입학 장학금 선정은 학생들의 과외활동에 크게 좌우되는데 낮은 데실 학교 학생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파트타임 일 등으로 인한 시간 부족으로 많은 과외활동을 할 수 없어 불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부유한 학생들은 입학 장학금을 받지 않아도 대학 진학에 지장이 없지만 특히 가족 중에 대학 졸업자가 없는 가난한 가정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 무혜택은 종종 대학 진학의 꿈을 좌절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2016년 오타고 대학 의학과를 졸업한 애슐리 인슬리(Ashley Insley)는 오타고 대학이 마오리 학생에 주는 새로운 장학금 제도에 운좋게 선정돼 대학을 마친 드문 경우이다.

 

인슬리의 고향인 이스트 코스트(East Coast)의 작은 마을 테 카하(Te Kaha)에서는 아무도 대학에 다닐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도 14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카페에서 일하다가 다시 학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테 카하같은 작은 마을에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며“사람들은 대부분 학교를 중퇴하고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가족을 돕기 위해 일을 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동기부여나 교육이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배제되는 전형적인 실례는 최고 학군의 높은 부동산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오클랜드 그래머(Auckland Grammar) 학군의 높은 집값과 렌트비는 가난한 가정으로서는 언감생심이다.

 

대학 무상교육 오히려 공평성 저해 

 

뉴질랜드 8개 종합대학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유니버시티 뉴질랜드(Universities New Zealand)’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생 160만달러의 소득을 더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버시티 뉴질랜드’의 크리스 휄란(Chris Whelan) 회장은 작년 대학 신입생부터 실시되고 있는 대학 1학년 무료 등록금 정책이 자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정부의 대학 무상교육은 국민에게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학생수당과 달리 집안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똑 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작년 혜택을 받은 대학 또는 폴리테크닉 학생들의 71%와 산업훈련기관의 79%가 백인 학생들로 조사돼 마오리 및 파시피카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는 정부 당국의 목표를 무색케 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교육장관은 “대학 무상 교육은 고교 졸업후 교육에 대한 대중의 태도 변화에 관한 것이다”며 “사회ㆍ경제적 지위와 학업성취 간의 관계에 대해 할 일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대학들에도 이에 대해 해결해 나가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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