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불공평’ 대학 무상교육

‘총체적 불공평’ 대학 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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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대부분의 대학들이 개강했다. 새로운 학기를 맞는 대학가의 화두는 올해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무상교육이다. 노동당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대학 무상교육은 대학들이 시행 방법에 반발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예견되고 있다.

부적절하고 계획되지 않은 정책 

대학 무상교육은 지난해 9월 실시된 총선에서 열세에 놓였던 노동당이 내놓은 회심의 정책이다. 

국민에게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이 정책은 노동당의 정당 득표를 늘리는데 도움을 주었고 정권을 잡게 된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뉴질랜드 시민권을 가졌거나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거주, 또는 호주 시민권자로서 3년 이상 거주한 대학 신입생들은 올 한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노동당 정부는 대학 무상교육을 오는 2021년에 2년, 그리고 2024년까지 3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뉴질랜드 대학들 측에서는 정부의 무상교육을 반기지 않는 눈치이다. 

우선 무료 등록금과 관련된 대학의 행정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불만이다. 

‘유니버서티 뉴질랜드(Universities New Zealand)’는 뉴질랜드 8개 종합대학들이 결성한 단체이고 오클랜드 대학 스튜어트 맥커천(Stuart McCutcheon) 부총장이 회장으로 있다. 

그런데 최근 공공정보법에 의해 공개된 맥커천 회장과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교육장관 사이에 오고간 문서들을 보면 무료 등록금 시행을 둘러싼 대학들과 교육부 간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대학 측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에 부적절하고 계획되지 않은 비정상적 무료 등록금 업무로 시스템을 바꾸고 늘어난 문의에 콜센터를 보강하며 학생들의 자격 심사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맥커천 회장은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아직 정확한 금액은 산출되지 않았지만 초기 추정으로 수 십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교육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힙킨스 장관은 대학의 행정 비용은 3차교육 위원회에서 집행됐다며 추가 지원을 일축했다.

통과하기 힘든 과정에 등록하는 학생들 늘어날 듯 

대학 측은 또한 무료 등록금 정책이 학생들로 하여금 통과하기 어려운 과정에 등록하도록 동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맥커천 회장은 “학사 과정에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은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바로 학사 과정에 등록해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총체적 불평등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학 학사과정에 진학할 수준이 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파운데이션 과정은 연간 수업료가 700달러로 낮고 학사 과정의 연간 등록금은 최대 1만 2,000달러로 차이가 많은 데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대학 등록금은 과정에 따라 다른데 무료 등록금 시행 방법이 과정에 관계 없이 1년으로 돼있어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힙킨스 장관은 정부는 파운데이션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파운데이션 과정의 모든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무료 등록금의 전체 한도를 사용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국민당의 폴 골드스미스(Paul Goldsmith) 대학교육 담당 대변인은 “대학 측이 제기한 문제들이 타당하고 무료 등록금 정책이 급하게, 깊은 검토 없이 시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료 등록금 정책은 또한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학생수당과 달리 집안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똑 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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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등록 감소 우려 

대학들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뉴질랜드 대학들은 세계 대학 순위에서 지난 10년 동안 내리막을 겪고 있다.

뉴질랜드 최고의 대학인 오클랜드 대학은 타임즈 고등 교육(THE, Times Higher Education)의 ‘2017년 세계 대학 평판’순위에서 2016년보다 27계단 하락한 192위로 200위 권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웃 호주만 해도 32위를 차지한 멜버른 대학을 포함해 6개 대학이 상위 100위 안에 들었고 호주의 유학생 수는 영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맥커천 회장은 뉴질랜드 대학 순위 하향 추세는 대학생 1명당 수입이 세계에서 가장 낮게 만든 정부 정책 때문이라고 정부 측에 화살을 돌렸다. 

대학들은 무료 등록금 정책으로 학생당 수입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무료인 등록금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지급되고,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등록 학생 수를 제한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또 대학 무상교육이 시행되면서 유학생들을 위한 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폴리테크닉과 종합대학 등 3차 교육 기관에 등록된 학생 수는 2016년 유학생 6만2,600명을 포함해 41만6,000명으로 뉴질랜드 전체 인구 대비 이미 많은 수준이다. 

이번에 무료 등록금에다 학생수당도 같은 또래의 실업 수당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돼 대학에 등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또한 유학생들이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뉴질랜드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검토할 계획인데 사업혁신고용부는 학사 과정 미만 수준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일할 권리를 박탈할 경우 연간 7,000-1만명의 유학생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해 이래저래 유학생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 

유학생이 감소하면 대학들은 수업료 수입이 줄고 정부 지원만 가지고는 발전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교육 시스템 대폭적 변화 예고 

대학 무상교육을 강행한 노동당 정부는 교육 제도 전반에 걸친 검토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실시된 ‘내셔날 스탠다드(National Standards)’제도의 초등학교 실시를 폐지하고 고교 평가제도인 NCEA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힌 정부는 더욱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학교간 경쟁을 없애고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며 지역 폴리테크닉을 구제하는 방향으로 향후 3년 동안 대폭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우선 오는 5월 교육계 인사 500-800명을 초청해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전국적인 교육 회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1989년 데이비드 랭(David Lange) 노동당 정부에서 도입한 ‘투모로우 스쿨(Tomorrow’s Schools)’제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제도는 교육부에 집중됐던 중앙적 교육 시스템을 학교 자율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교육부는 이 제도가 학교들을 독립적인 사업체로 변질시켜 학생 유치 등에 지나치게 경쟁하도록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노동당 정부는 이전 국민당 정부가 추진했던 학교 등급  ‘데실(Decile)’제도의 폐지에 대해서는 더욱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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