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한 안작 우정' -NZ이주자에 대한 호주의 주요 정책 변화

JJW 0 5,283 2017.05.24 19:30

뉴질랜드와 호주는 매년 4월 25일 공통으로 안작데이를 기념한다. 이 날은 1915년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호주·뉴질랜드 연합 군단(ANZAC,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이 다르다넬스 해협 장악을 위해 터키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한 날로 터키군의 거센 방어에 막혀 갈리폴리 장악에 실패하고 12월까지 터키군과 전투를 벌이며 호주·뉴질랜드군 1만1,400여명이 전사한 것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안작데이를 전후해 이어진 호주의 일방적이고 비우호적인 조치는 양국의 각별한 우정을 퇴색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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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일방적인 시민권 취득 강화

호주가 지난 2001년 사회 보장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전까지 호주로 이주한 뉴질랜드인들은 각종 사회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호주 시민권을 취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호주가 2001년 2월 법률을 개정하면서 호주에 입국하는 모든 뉴질랜드 시민권자를 영주권자가 아닌‘비보호’특별범주비자상의 임시 거주자로 분류하여 각종 사회복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를 시정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해 2월 존 키(John Key) 전 총리가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호주 총리로부터 2001년 2월에서 2016년 2월 사이 호주에 입국하고 5년 연속 5만 3,000 호주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 뉴질랜드인에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고, 영주권 취득 1년 후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지난달 18일 외국인 임시 취업비자, 일명‘457비자’를 폐지하면서 시민권 부여 과정에서 뉴질랜드인들을 우대하는 신속처리 절차도 일방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2월 합의된 뉴질랜드인의 호주 시민권 특별 취득 합의 내용은 계속 유효하지만 2016년 2월 이후 호주에 입국한 뉴질랜드인이 시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영주권 취득 후 4년을 기다려야 한다.

 

호주의 일방적인 학비 보조금 폐지

‘자국민 우선주의’를 내세운 호주 정부는 지난 1일에도 사전 설명 없이 대학교육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뉴질랜드 대학생들에 대한 학비 특혜를 더는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호주 영주권자와 뉴질랜드 국적자를 정부의 대학생 보조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그 동안 영주권자와 뉴질랜드 국적자는 시민권자와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아 유학생이 지급하는 학비의 대략 4분의 1 수준만 내면 됐다.

 

예컨대 멜버른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뉴질랜드 학생은 보통 1년 학비가 2만9,632호주달러지만 6,349호주달러만 내면 된다. 또 과학 전공자는 학비가 본래 3만5,824호주달러지만 실제로는 9,050호주달러만 납부한다.

 

이런 변화는 기존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학위 과정을 바꾸면 적용을 받는다.

다만 호주 정부는 혜택 축소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시민권자 학생들에게만 부여했던 정부의 학생융자 자격을 영주권자나 뉴질랜드 학생들에게도 부여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 안은 상원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른 평균 학비 부담 상승액은 8,000-9,000호주달러 정도이고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6,000명 정도의 뉴질랜드 학생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동안 특히 의대 등 선택의 폭이 넓은 호주 대학들에 뉴질랜드 학생들이 진학했으나 이번 조치로 학생융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도 학비가 지금보다 최고 5배까지 올라 호주의 대학으로 유학가는 뉴질랜드 학생들이 감소할 전망이다.

 

호주 정부의 급작스러운 발표에 대해 호주에 거주하는 뉴질랜드 국적자들은 대학 학비 부담이 지나치게 늘게 되면 결국 호주를 떠나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또 뉴질랜드의 호주 유학생들에게는 같은 혜택이 여전히 부여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뉴질랜드에 사는 호주인은 거주 2년 후에 편부모수당과 실업수당 자격이 주어지고 3년 후면 가족수당과 학생융자를 받을 수 있으며 뉴질랜드 영주권자가 되면 주거 보조금과 장애수당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통적 방식에 대한 호주 태도“불확실”

이처럼 안작데이를 전후해 이어진 호주의 비우호적인 조치는 호주에 살고 있는 뉴질랜드인은 물론 많은 뉴질랜드 사람들의 분노를 사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삐걱거리고 있다.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총리도“매우 좋지 않을 일”이라며 호주 정부가 제대로 설명도 없이 혹은 간단한 통지만으로 계속 이런 일을 한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잉글리시 총리는“전통적인 처리 방식에 대한 호주의 태도에 이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교육 담당 대변인은 키 전 총리와 턴불 호주 총리 사이에 있었던 두 나라의 사이의‘두텁고 친밀한 관계(bromance)’가 끝난 것같다고 표현했다.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신임 외무장관은 지난 3일 호주에 가서 줄리 비숍(Julie Bishop) 호주 외무장관을 만나 항의했으나 이미 결정된 정책들을 되돌릴 수 없었다.

다만 비숍 장관으로부터 앞으로 호주 거주 뉴질랜드인들에 대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며 변화가 있을 경우 뉴질랜드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호주의 다음 조치가 공립학교에 다니는 뉴질랜드 학생들에 대한 수업료 부과일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에 대해 비숍 장관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호주 거주 뉴질랜드인들의 권익단체인 오즈 키위(Oz Kiwi)의 티모시 가씬(Timothy Gassin) 대표는“만약 뉴질랜드가 아무런 조치 없이 이대로 넘어 간다면 호주가 계속해서 뉴질랜드 국적자의 권리를 해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잉글리시 총리는 최근 이어진 호주의 변화들은 호주 우선 정책과 호주 정부 재정 적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뉴질랜드가 호주 이주를 위한 중간 입국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호주 정부 관료들이 종종 이 이슈를 걸고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잉글리시 총리는“두 나라의 상호 여행 협약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뉴질랜드인은 항상 호주로 이주할 수 있었고 호주에 특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당과 뉴질랜드 퍼스트(New Zealand First) 당은 뉴질랜드가 많은 이민자들에게 호주로 가는‘뒷문’이 돼왔다며, 이로 인해 호주 정부로부터 뉴질랜드인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 뉴질랜드 이주자에 대한 호주의 주요 정책 변화

- 2001년 2월: 비보호 특별 범주 비자의 임시 거주자로 분류하여 시민권 자동 부여 폐지. 자녀 및 가족 수당 등은 유지되나 실업수당과 장애 수당 등은 중단.

- 2015년 10월: 특별 범주 비자 소지자에 한해 2016년 1월부터 학생 융자 허용하고 특별 범주 비자 없는 뉴질랜드인은 학생 융자 불가.

- 2015년 11월: 각종 범죄로 12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뉴질랜드 국적자는 비자를 취소하고 뉴질랜드로 추방.

- 2016년 2월: 2001년 2월 26일부터 2016년 2월 19일 사이에 호주에 입국하고 5년 연속 연간 5만 3,000 호주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 뉴질랜드인은 2017년 7월 이후 영주권 및 시민권 신청 자격을 부여.

- 2017년 4월: 시민권 신청 자격을 영주권 취득 1년 후에서 4년 후로 강화. 2016년 2월 발표된 시민권 특별 취득 합의 내용은 유효.

- 2017년 5월: 뉴질랜드 국적자에 대한 학비 특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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