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불조심’의 계절

서현 0 4,791 2016.06.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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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를 접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교통사고, 그리고 또 하나가 화재 소식이다. 특히 불기를 가까이 하는 겨울이면 화재 발생이 더 많아져 소방 당국도 불조심을 강조하고 나서는데,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는 매주 60여 채 이상의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재산 피해는 물론 때로는 귀중한 인명도 앗아가는 화재는 예방이 최선인데, 이번 호에서는 최근까지 언론에 보도됐던 각종 화재 사건을 되돌아 보면서, 평소 가정에서 화재 예방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무서운 ‘불’>

 

(사례 1: 불량 제습기로 발생한 화재)

 

지난 5월 21일 밤 11시경 해밀턴의 오데트(Odette) 스트리트에 있는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복도에 놓여 있던 과열된 ‘제습기(dehumidifier)’가 원인이었다. 

 

당시 집 안에는 주인 여성과 어린 세 아들이 함께 잠들어 있었는데 다행히 경보기가 5대나 설치돼 있었고 그 중 2대가 작동, 연기가 자욱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모두 뒷문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지어진 이들의 보금자리는 내부가 심하게 파손됐는데, 문제는 당시 화재 원인이 됐던 제습기가 2014년 8월에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았던 제품이었지만 가족들이 화재가 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제조됐으며 모델명이 ‘NH-DB16E’로 알려진 ‘누보(Nouveau)’제품인 이 가습기는 내부 응결기인 콘덴서(condenser)가 과열되면 그 주변부의 플라스틱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 제품들은 2013년에 ‘마이터 텐(Mitre 10)’과 ‘마이터 텐 메가(Mitre 10 Mega)’에서 ‘Date Code 0213’이라는 번호가 붙여져 판매됐는데, 당국은 당시 문제가 된 제품은 즉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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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들이 취사 중 화재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례2: 건조기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

 

겨울이면 각 교민가정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세탁물 건조기, 이른바 ‘드라이어(dryer)’ 역시 국내에서는 주요한 화재 원인 중 하나인데 주변을 돌아보면 이 사실을 모르는 교민들이 의외로 많다.

작년 8월 26일 저녁 7시경 웨스트 코스트의 작은 마을인 하리하리(Hari Hari)의 사우스 웨스트랜드 에어리아 스쿨에서 세탁물 건조기로 인한 화재가 발생, 교실 4개와 복도, 화장실 등이 전소되는 큰 피해가 났다.

 

당시 불은 요리 기름이 묻어 있던 걸레 등을 세탁해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소방대 조사에 따르면 당시 건조기 스위치를 끈 후 20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건조기 내부에서 난 불이 앞면을 녹인 후 티 타월이 들어 있던 청소바구니로 옮겨 붙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소방 관계자는 건조기 화재가 기계적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름 등 인화재가 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된 세탁물을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기름이 많이 묻은 래그(rug), 리넨(linen) 등은 아예 버리거나 밖에서 세탁 후 자연건조를 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세탁물에 남겨진 기름은 요리용뿐만 아니라 가구 광택제 등에서도 스며나올 수 있는데 이런 기름 종류는 43℃ 정도만 되도 발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한 건조기에 너무 많은 세탁물을 넣어 통풍이 안 되거나 지나치게 열이 올라가는 경우, 건조 온도를 너무 높인 경우와 함께 외부와 연결된 통풍구가 막혀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건조기로 인한 화재는 매년 전국에서 30여 건이 발생해 건조기 사용 빈도에 비해 그리 높은 숫자는 아닌데, 그러나 지난 3월에도 오클랜드 포트(Fort) 스트리트에 있는 한 배낭여행객 숙소에서 건조기로 인한 화재 발생으로 3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적도 있다.

 

한편 3월에는 이탈리아의 ‘Indesit Company’가 제작한 건조기 제품 중 ‘Ariston’과 ‘Indesit’ 라는 브랜드 명으로 유통시킨 ‘회전식(tumbler)’ 건조기들이 화재 위험으로 인해 회사 측의 자체적인 리콜 조치가 이뤄진 적도 있다.

 

당시 제조사 측은 세탁물의 보플(fluff)이 한도를 넘어 건조기의 열 장치(heating element)에 접촉하게 될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실제로 화재가 발생해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조사는 2015년 10월 이후 생산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문제가 된 제품을 보유한 이들도 계속 사용이 가능하지만 작동 중 자리를 비우지 말도록 요청하고 제품 개조를 위해 회사와 접촉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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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서 차량의 화재 예방 캠페인 그림

 

 

(사례3: 순간의 판단 착오로 홀랑 타버린 집)

 

지난 4월에는 가정이나 공사작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작은 ‘토치(torch, 불꽃발사기)’를 이용해 벌집을 태우려다 집까지 모두 태워버리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마치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홀랑 태워버린다”는 우리말 속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벌어진 곳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남쪽으로 50km 가량 떨어진 작은 농촌마을인 사우스브리지(Southbridge).

 

이곳의 한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던 익명의 남성은 당시 집의 벽 구멍에 자리를 튼 말벌집에서 연기를 이용해 벌을 쫓아내려고 작은 토치에 스프레이와 라이터를 사용해 불을 붙였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

 

곧바로 벽까지 옮겨 붙었던 불은 끝내는 집을 홀랑 태워버렸는데, 현장에는 지역 소방대원들이 바로 출동했지만 집이 전소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으며, 남성이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례4: 깎은 잔디 방치로 인한 화재) 

 

금년 3월 16일 아침 7시 30분경 남섬 북부 작은 도시인 모투에카(Motueka)의 한 주택에 딸린 차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화재 원인은 깎여진 후 잔디깎기(lawnmower) 차체에 그대로 장기간 실려 있던 잔디더미가 원인이었다.

 

당시 차고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연기와 열기가 새어 나오자 소방대가 출동했는데, 그러나 이미 차고 안은 불길에 휩싸였으며 안에 있던 물건들을 전소시킨 후 90여 분만에 진화됐다.

 

소방대는 남겨져 있던 잔디들이 자연 발화되면서 기계에 있는 오일에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했는데 당시 잔디깎기는 2주 전 사용한 후 화재가 나기 전까지 계속 차고에 보관 중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매년 관할 지역에서 벽이나 건물과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한 퇴비더미 등으로 인한 자연발화적 화재가 몇 차례 발생하곤 한다면서, 깎인 잔디나 잘린 나뭇가지, 또는 퇴비 등을 가연성 물질 옆에 두거나 실내에 놓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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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 발생시 신고요령 안내문

 

 

<주택화재 절반은 취사 중 발생>

 

소방 당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는 주당 62건에 해당하는 총 3,214건의 주택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재산 피해와 함께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에는 작년 8월 초 남섬의 와이마테(Waimate)에서 발생했던 네팔 이민자 가정의 화재로 사망한 부부와 아들 등 3명도 포함됐는데, 당시 화재 역시 가족이 잠든 사이에 주방에서 발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에 2,635건이었던 연간 주택화재 건수는 2012년에 2,917건, 2013년에 3,238건, 그리고 2014년에 3,195건으로 거의 매년 증가했는데, 이 같은 주택화재 중 절반 가량은 취사(cooking) 중 발생했으며 그 대부분은 작업 중 자리를 비워 생겼다.

 

또한 음주 상태에서 요리를 하다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특히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의 절반은 음주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 경우 80% 이상의 주택에서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 다음으로 많은 주택화재 원인은 각종 전기장치로 인한 것인데, 겨울에는 특히 전열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재도 증가했으며, 소방 당국은 전열기를 소파나 커튼 등 가연성 물질에 너무 가깝게 두지 말 것과 원목 난로의 재를 함부로 방치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소방 관계자는 방치된 재는 최대 5일 동안 불씨가 살아있어 또 다른 화재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면서, 반드시 재는 집에서 격리된 장소에 쓰레기통이나 종이박스가 아닌 철판으로 된 용기에 넣어 보관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택화재 사고 때마다 매번 인명 피해 방지 차원에서 화재경보기의 중요성이 지적되는데, 소방 당국은 특히 경보기 설치도 필요하지만 평소 배터리 관리를 잘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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