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고생의 발언에 담긴 교육 현실

한 여고생의 발언에 담긴 교육 현실

0 개 5,442 jjw
focus.jpg

변변한 교과서가 없고 참고서도 풍부하지 않을뿐더러 내용도 불충분한 뉴질랜드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교사가 성실하게 지도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학습 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교사들의 안이한 교육 태도를 꼬집은 한 여고생의 비판이 뉴질랜드 교육제도에 대한 단점과 장점의 논쟁으로까지 불거져 관심을 모았다.

유인물이나 나눠 주고 아무것도 안하는 교사들

뉴질랜드 교육 현실에 대한 이번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북섬 혹스베이 지역에 있는 네이피어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넬라 프리처드(Anela Pritchard, 15세)가 학교 수업시간에 말하기 과제로 발표한 발언이다.

학교 교사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프리처드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린 내용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봉급을 받는 것이지, 글씨가 쓰인 종이를 휙 던져주고 자리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봉급을 받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프리처드 학생의 주장대로라면 많은 교사들이 종종 유인물이나 나눠 주고 자습을 시키며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프리처드는 “선생님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다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봉급이 오르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리처드의 비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프리처드는 “우리가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됐을 때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고 학교에 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건 선생님들이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은 우리들이 어떤 과목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프리처드는 또 학생들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보들을 선생님들이 가르칠 뿐 아니라 학생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느끼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학생들은 실제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비판’ 학생 징계 논란 

이번 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것은 프리처드 학생이 교사들을 비판했다고 해서 학교로부터 정학 처분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학생의 아버지인 앤드류 프리처드(Andrew Pritchard)에 따르면 학교 측은 그에게 당분간 딸을 집에서 데리고 있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프리처드는 딸이 말하기 발표를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뿐인데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반박했다. 

프리처드에게 정학처분을 내린 건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학교장 마리 닉슨(Mary Nixon)은 “우리는 아넬라를 정학시키지 않았다”며 “학생의 부모와 만나 모든 일을 잘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에 교사의 태도를 논하는 내용이 들어가 시끄러워진 것”이라며 “아넬라의 등교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30일 닉슨 교장과 학과장을 만난 프리처드 부녀는 사과를 기대했지만 실망감만 안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부터 집에 머물던 프리처드는 남은 2학기 기간 학교에서의 눈총이 두려워 학교에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처드는 “이제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나를 싫어하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프리처드는 방학 기간 오빠가 살고 있는 호주 시드니로 가서, 그 곳에서 학교를 등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예로는 지난 2013년 미국의 제프 블리스(Jeff Bliss)라는 고등학생이 역사 선생님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으나 학교 측은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교육 현실에 대한 수많은 의견

프리처드의 이번 비판에 대해 솔직하게 문제점들을 파악했다고 칭찬한 사람들이 있는 한편 교사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페이스북에 올려진 프리처드의 글은 불과 하루 만에 ‘좋아요’ 7,000개 이상을 받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프리처드와 영어 수업을 같이 배운다는 한 학생은 “영어 선생님은 가장 친절하고 동정심 많은 분으로 내년에도 그 선생님한테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처드 자신도 “내가 발표했을 때 선생님이 슬픈 표정으로 교실에서 나가버렸지만 내 발표가 영어 선생님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이론마오리(IronMaori) 공동창립자이자 혹스베이 지역건강위원회 위원인 헤더 스킵워스(Heather Skipworth)는 “프리처드 자신과 용기가 없어 그렇게 하지 못했을 많은 학생들을 대신하여 발표한 프리처드에 고맙게 생각한다. 프리처드가 모든 교사들이 형편없이 가르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교육제도는 많은 학생들을 실패시키고 있다. 이는 그들이 반항적이어서가 아니라 일률적인 교육이 모든 학생들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한나 맥하디(Johanna McHardy)라는 교사는 교사들이 유인물을 나눠 주고 실제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부분을 인정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교사들은 수업 뿐아니라 많은 행정적인 업무 처리로 매주 70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려 녹초가 되고 보수도 비교적 낮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학생들이 지금 공부하는 내용이 장래 진로와 연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실제 직업에 도움을 주는 직접적인 교육을 지지하지만 정부로부터의 압력과 실적을 나타내야 하는 필요성이 장래 교육 진로에 별로 유용하지 않은 방향으로 선택하게끔 한다”고 덧붙였다.

17세 학생을 둔 탄 졸(Tan Joll)이라는 어머니는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자주 선생님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며 “어떤 과목은 1주일에 한 시간 ‘재미있는 수업’ 이라고 하여 학생들과 선생님이 앉아 랩톱 등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활동은 금지된다”고 털어 놓았다.

‘부모들의 자리’라는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대부분이 발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화가 나서 남을 비난하는 듯한 어조 때문에 메시지가 왜곡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교직에 대한 만족감 크지 않아

교육부 헤키아 파라타(Hekia Parata) 장관은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다”며“해당 학교가 정확한 사건 경위와 조치 등에 관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반응을 종합하면 현재 뉴질랜드 학교들에서는 실력있고 자격있는 교사들이 부족하고 과다한 업무 때문에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

캔터베리대학 연구팀이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큰 포부를 가지고 교직을 선택한 젊은 교사들이 9년 뒤에는 절반 정도가 많은 갈등을 느끼고 있으며 이미 이직을 했거나 이직을 원하는 사람도 4분의 1이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훈련기관과 교장들이 ‘장래가 대단히 촉망된다’고 평가한 57명의 3년차 교사들을 6년 동안 추적하면서 조사한 연구팀은 3분의 1 이상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교직에 대한 만족감이 크지 않았다며 쓸데없는 문서업무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교사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투자자들

댓글 0 | 조회 5,711 | 2020.07.14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제 침체에 아랑곳없이 최근 역대 최고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급격히 늘어난 개미투자자들… 더보기

바이러스 공포에서 일자리 공포로

댓글 0 | 조회 9,945 | 2020.06.24
올 겨울에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추운 계절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살아 남았지만 그 후폭풍인 정리해고의 희생자가 … 더보기

한 해 성적표 받아든 NZ대학들

댓글 0 | 조회 6,668 | 2020.06.23
▲ 세계 대학 순위 1위에 오른 MIT 대학 전경매년 6월이면 뉴질랜드의 각 대학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질 ‘성적… 더보기

3% 밑으로 떨어진 모기지 금리

댓글 0 | 조회 7,770 | 2020.06.10
모기지 금리가 불가피하게 오를 것이라는 시장 관계자 대부분의 예측을 뒤엎고 시중은행들이 최근 모기지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면서 1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 더보기

양치기 견공들 “일자리 잃을까?”

댓글 0 | 조회 4,308 | 2020.06.09
최근 국내외 언론들에는 뉴질랜드의 한 목장에서 양치기 역할을 하는 로봇개에 대한 기사와 사진들이 일제히 실렸다.‘스팟(Spot)’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로봇… 더보기

다시 고개 드는 인종차별

댓글 0 | 조회 9,844 | 2020.05.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인종차별 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크게 늘어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 더보기

바이러스가 앞당긴 인구 500만명 시대

댓글 0 | 조회 6,429 | 2020.05.26
▲ 크라이스트처치의 2019년 산타퍼레이드 모습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전체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기념비적인 ‘인구 500만명 시대 진입’은 공… 더보기

코로나가 바꿔놓은 비즈니스 지형

댓글 0 | 조회 8,642 | 2020.05.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이 불가피하고 빠른 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경제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 경제는 세계 경제… 더보기

2019년 “결혼 크게 줄고 이혼은 늘어”

댓글 0 | 조회 6,744 | 2020.05.12
작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인들이 공식적으로 ‘혼인’을 했다고 관계 당국에 등록한 숫자가 지난 1960년 이래 50여년 만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그에 반해… 더보기

록다운이 끝난 후 주택시장은?

댓글 0 | 조회 15,010 | 2020.04.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든 부문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록다운(Lockd… 더보기

바이러스에 무너진 일상

댓글 0 | 조회 13,552 | 2020.0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뉴질랜드는 지금 사상 초유의 ‘록다운(Lockdown)’ 4주 기간을 보내고 있다.슈퍼마켓, 주유소, 약국, 병원 … 더보기

CBD는 공사중

댓글 0 | 조회 7,633 | 2020.03.25
오클랜드 CBD에 유례없이 공사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대혼란을 빚고 있다. 수십 건의 도로공사와 건설공사 등이 한꺼번에 벌어지면서 운전자들은 교통정체에 … 더보기

인간과 전염병의 싸움, 최후의 승자는

댓글 0 | 조회 7,291 | 2020.03.24
▲ 밀라노 두오모 광장을 지키는 무장 군인들​‘코로나 19’바이러스로 뉴질랜드는 물론 지구촌 전체가 그야말로초대형 재난을 맞아 시련을 겪고 있다.인터넷을 비롯한 … 더보기

가뭄으로 신음하는 아오테아로아

댓글 0 | 조회 4,448 | 2020.03.11
▲ 농민 단체의 페이스북에 올려진 북부 캔터베리의 한 목장​작년부터 북섬 북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남북섬의 여러 지방들이 극심한 가뭄 현상을보이면서 뉴질랜드 전국이… 더보기

코로나發 경제둔화 우려 확산

댓글 0 | 조회 7,698 | 2020.03.10
뉴질랜드는 2009년 이후 11년 동안 경기후퇴가 없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긴 기간이다. 불황을 모르고 달려온 뉴질랜드 ‘록스타’ 경제가 이… 더보기

남섬 주민이 북섬 주민보다 오래 산다?

댓글 0 | 조회 7,140 | 2020.02.26
작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에서는 모두 6만여 명 가까운 신생아들이 출생한 반면 3만4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지난 2월 19일에 뉴질랜드 통계… 더보기

노령연금 수급연령 65세로 묶어둬라

댓글 0 | 조회 10,573 | 2020.02.25
뉴질랜드 은퇴위원회가 최근 노령연금(Superannuation) 수급연령을현행 65세에 묶어 둘 것을 추천하고 나섰다.이는 은퇴위원회가 이전에 주장해 왔던 67세… 더보기

부모에게 얹혀사는 NZ 밀레니얼 세대 증가

댓글 0 | 조회 8,667 | 2020.02.12
18세가 되면 부모 집을 떠나 독립하는 뉴질랜드인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뉴질랜드 밀레니얼 세대가 성년이 됐어도 부모에게 얹… 더보기

NZ “대규모 국토 ‘Upgrade’ 작업 나선다”

댓글 0 | 조회 6,659 | 2020.02.11
최근 뉴질랜드 정부는 120억달러를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 시설에 투입하는 일명 ‘뉴질랜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NZ Upgrade Progr… 더보기

다시 불붙은 학비 대출금 미상환

댓글 0 | 조회 6,616 | 2020.01.29
새해 초부터 오클랜드 공항에서는 학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은 채 해외에 거주하던한 뉴질랜드 여성이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언론에 관련 소식들이 연달아 보도되면서… 더보기

높은 수준으로 격상된 한-뉴 교역

댓글 0 | 조회 4,219 | 2020.01.28
자유무역협정(FTA) 5년 차를 맞은 한국과 뉴질랜드의 무역 관계가 높은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선데이 스타 타임스 지는 최근 뉴질랜드와 한국의 무역이 자유무역… 더보기

핏빛으로 물든 호주의 하늘

댓글 0 | 조회 4,588 | 2020.01.15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형 산불 사태가 해를 넘기며 계속돼 이웃 나라 호주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연일 전해지는 산불 소식과 함께 코알라를 비롯해 산… 더보기

2020년 주택시장 예측

댓글 0 | 조회 6,772 | 2020.01.14
올해 주택시장이 2년간의 조정을 마무리하고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특히 오클랜드는 사상 최저의 저금리와 지속적인 이민자 유입, 양도소득세 도입 계획 철회 등… 더보기

코리아포스트 선정 2019 NZ 10대 뉴스

댓글 0 | 조회 4,985 | 2019.12.23
■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3월 15일 호주 국적의 백인우월주의자 테러리스트가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하고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사원 2곳에서 예배 중인 신도들에… 더보기

‘불의 땅’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6,725 | 2019.12.20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큰 재난이지구촌 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12월 9일(월) 오후에 발생한 화카아리/화이트(Whakaari/Wh…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