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 개는 왜 사라졌을까?

서현 0 4,728 2015.07.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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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링톤 박물관에 남은 쿠리 박제

뉴질랜드 국립박물관인 웰링톤의 ‘테 파파(Te Papa)’에 가면 지금은 볼 수 없는 개 한 마리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고 다른 지역 박물관에서도 종종 박제된 같은 종류의 개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일명 ‘마오리 개(Maori dog)’라고도 불리는 ‘쿠리(kuri)’의 박제인데, 지난 7월 중순에 이 개가 사라진 이유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9세기 후반에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쿠리’는 과연 어떤 개였으며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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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기 정착 당시의 쿠리

<마오리와 함께 카누 타고 이주한 쿠리>

주지하다시피 마오리들은 이 땅의 선주민이기는 하나 그들 역시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인 13세기 무렵에서야 동부 폴리네시안 지역에서 카누를 이용해 이곳으로 옮겨 온 민족이다.

그들이 옮겨올 당시 쿠리도 함께 카누를 타고 사람들을 따라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폴리네시안 개의 혈통을 지닌 쿠리는 뉴질랜드 도착 후 자신들이 떠나온 원 지역의 다른 개들보다 몸집이 더 커졌고 더욱 활동성이 강한 개가 되었다.

쿠리는 체중이 13~15kg 정도 나가고 긴 털을 가졌으며 중형견이라고 하기에는 비교적 작은 덩치인데, 현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더 콜리(border collie)’ 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으며 몸체는 흰색이 주였으나 검은색과 이들 색깔이 혼합된 종류, 그리고 드물게는 황색 쿠리도 일부 있었다.

몸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가 작고 귀는 쫑긋 세워진 모습이었으며 ‘테리어(terrier)’ 종과 유사한 코와 함께 강한 턱을 자랑했는데, 또한 어깨와 목이 두툼한 반면 다리는 짧은 편이었고 풍성한 꼬리가 달렸다.
 
<길고 우울하게 울부짖던 쿠리>

쿠리는 남섬에서는 ‘구리(guri)’로 불리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페로(pero)’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스페인어에서 개를 뜻하는 단어인 ‘페로(perro)’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며, 또 다른 명칭으로 알려진 ‘카라레헤(Kararehe)’는 일반적으로 네발 가진 짐승을 의미하는 마오리어로 쿠리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쿠리는 다른 폴리네시안 개들처럼 보통 짖지 않는 대신에 늑대나 여우처럼 우는 이른바 ‘하울링(howling)’을 했던 특징이 있는데, 기록에는 쿠리의 소리를 ‘long, melancholy howl’ 이라고 한 표현이 등장한다.

마오리들은 쿠리의 울음을 ‘auau’라고 표현했으며 그들은 유럽에서 온 개들은 ‘pahupahu’라는 소리를 낸다고 했는데,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개들 중 짖는 것보다 하울링을 자주 하는 개는 시베리안 허스키 종류가 있다.

 
<초기 정착민들에게 중요했던 쿠리>

마오리들은 이주 당시 그들의 대형 카누에 개는 물론 돼지와 닭과 같은 다른 가축들도 싣고 왔다.
또한 당시 카누에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키오레(kiore)’라고 불리는 ‘태평양 쥐(Pacific rat)’들로, 오늘날 역사학자들은 이 쥐들의 전파 경로를 통해 마오리들을 포함한 태평양 지역에서의 사람들의 이동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가축들 중 닭과 돼지는 당시 뉴질랜드까지 도착하지 못했으며 오직 쿠리와 쥐만 사람들과 함께 상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바람에 쿠리는 초기 마오리 정착민들에게 돼지 대신 주요한 단백질(protein) 공급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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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리 털로 만든 외투(kahu kuri)

물론 쿠리는 모아(moa)나 물개(seals)를 사냥하는 사냥개로서 역할도 수행했고 특히 쥐를 방지하는 데도 쓰였으며 나아가 털가죽은 중요한 마오리 의례용 옷인 카후 쿠리(kahu kuri, 망토)를 만드는 데도 쓰였다.

오늘날에도 카후 쿠리는 박물관에서 간혹 볼 수 있는데 족장의 전투용 옷으로 알려진 이것은 만드는데 많은 공이 들어가는 진기한 물건으로 당연히 쿠리가 소멸된 이후에는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쿠리의 털은 무기의 일부분을 장식하거나 마오리 여성들이 춤을 출 때 사용하는 도구인 ‘포이(poi)’의 재료로도 사용됐다.

<캡틴 쿡 일행의 앞에 나타난 쿠리> 

이러한 쿠리가 유럽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제임스 쿡 선장 일행이 뉴질랜드에 나타난 1769년부터이다.

당시 쿡 선장의 일행으로 동승했던 자연생물학자 조지 포스터(George Forster)의 기록에 따르면, 남북섬 간의 해협에 위치한 퀸 샬롯 사운드(Queen Charlotte Sound)에서 쿡 선장 일행을 보러 나타난 마오리들의 카누 가운데에는 여러 마리의 쿠리가 타고 있었다.

포스터는 긴 털과 함께 쫑긋한 귀를 가진 쿠리는 외형상으로 그 당시 유럽에서 기르던 일반적인 ‘셰퍼드(shepherd)’와 많이 닮았으며 사람을 잘 따르는 좋은 개였다면서, 선원들이 그 중 몇 마리를 샀지만 그 개들은 옛 주인이나 함께 있던 다른 개들과 떨어지자 밥도 제대로 안 먹는 등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쿠리의 존재는 이후에도 계속된 쿡 선장의 뉴질랜드 지역 탐사 당시 작성된 기록들을 통해 뉴질랜드 전역에서 널리 분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쿠리는 언제 소멸했나?> 

아직까지도 쿠리가 언제, 그리고 어떤 이유로 소멸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단지 1800년대 초기에 유럽에서의 각종 종류의 개들이 반입돼 이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이후 점차 소멸 과정을 밟았다가 1870년대 이후에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일 뿐 정확한 이유와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다만 1800년 중반 이후에 나온 각종 기록을 보면 쿠리가 초기 정착민들의 농장이나 목장 경영에는 골치덩어리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1848년에 ‘웰링톤 인디펜던트(Wellington Independent)’에 보내진 한 편지에 보면 쿠리가 정착민들 가축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묘사되어 있다.

또한 주인이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쿠리들이 들판을 자유스럽게 뛰어다닌다는 기록도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정착민들 입장에서는 가축과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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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안 포이 독

한편 쿠리의 소멸과 관련해 하와이 원주민이 기르던 ‘하와이안 포이 독(hawaiian poi dog)’ 역시 쿠리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소멸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일명 ‘일로(ilio)’로도 알려진 이 개 역시 쿡 선장의 하와이 탐험을 통해 처음 유럽에 알려진 후 이후 유럽의 개들이 하와이로 유입되면서 점차 개체 수가 작아지다가 20세기 초에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 개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하와이 동물원 주도로 시행된 적도 있으나 12년 후에 작업이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 후 더 이상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현재 하와이 포이 독으로 알려진 개들은 순종이 아니다.
 
<털과 뼈를 이용한 과학적 분석>

이번에 쿠리에 대해서 연구하고 나선 과학자는 생태학자인 프리실라 웨히(Priscilla Wehi) 박사와 GNS의 책임 연구원인 캐린 로저스(Karyne Rogers) 등 2명의 여성 과학자이다.

이들은 테 파파 등의 협조로 박제된 쿠리나 쿠리의 털가죽으로 만들어진 털옷으로부터 다양한 시대의 쿠리의 털 샘플을 확보해 이를 질소와 탄소동이원소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털의 주인인 쿠리들이 어떤 종류의 먹이를 먹었는지를 밝혀내려 하고 있다.

이 분석법을 통하면 쿠리가 섭취했던 먹이가 주로 동물성이었는지 식물성이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과 그 이후 쿠리의 먹이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영양 상태가 어떠했는가, 나아가 바닷가와 내륙에 살던 개들이 얼마나 먹이 환경이 달랐으며 어느 쪽이 생활 환경이 좋았는지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고고학자의 협조를 받아 마오리들의 정착 이후인 14~15세기에 만들어진 쓰레기 더미에서 발굴된 오래된 쿠리의 뼈 2개의 분석을 통해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며 연구는 향후 3년 여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 마오리 사회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 오는 쿠리와 관계된 이야기들과 유럽인들의 정착시대에 나타난 기록들도 참조해 쿠리가 왜 이 땅에서 소멸됐는지에 대한 단초를 얻으려 하고 있다. 

<남섬지국장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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