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뜨겁게 달구는 교복 논쟁

서현 0 4,414 2015.06.23 16:37

아침이면 집 정원은 물론 공원 잔디밭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려 앉은 가운데 하얀 입김을 불며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별로 낯설지 않게 느껴질 만큼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었다.

겨울이 한창 깊어지는 이 때 한 여고생이 학교를 상대로 시작한 온라인 ‘청원(petition)’이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각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련 기사에는 물론 SNS와 같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함께 찬반 논쟁이 뜨겁다. 

청원 내용은 다름 아닌 학교 정규 교복에 이른바 ‘퍼퍼 재킷(puffer jacket)’을 포함시켜 달라는 것.
흔히 교민들도 겨울이면 외출복으로 많이 걸치는 두툼하게 부풀린 형태의 이 옷은 한국에서는 ‘패딩 점퍼’로 불리는데, 실제로 이미 많은 학생들이 추운 아침이면 입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이를 허용했지만 많은 학교들은 여전히 이를 금지하고 학교 고유의 정해진 재킷만을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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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퍼 재킷(puffer jacket)을 걸친 제니퍼 거쓰리(Jennifer Guthrie)

<기존 교복보다 퍼퍼 재킷이 경제적이라는 학생 입장>
문제를 제기한 주인공은 남섬의 최북단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모투에카(Motueka)’에 있는 ‘모투에카 하이스쿨(Motueka High School)’ Y11에 재학 중인 금년 나이 15세의 제니퍼 거쓰리(Jennifer Guthrie) 양.

모투에카는 타스만해 서쪽에 자리 잡은 타스만 지방의 중심도시로 그보다 조금 남쪽의 말보로 지방의 중심도시인 넬슨에서도 1시간 여 북쪽으로 더 가야만 하는 인구 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여름이면 휴가객으로 크게 붐비는 곳이다.

또한 남녀공학으로 알려진 모투에카 하이스쿨에는 현재 700명 정도의 학생이 소수의 유학생과 함께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쓰리 양은 작년에 이미 ‘학생회(student council)’에 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후 지난 6월 10일부터 온라인을 이용해 학교에서 퍼퍼 재킷을 정식 교복으로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는데, 재학생들을 비롯해 3일 만에 500명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청원을 하게 된 이유로, 학교에서 정한 재킷이 ‘형편 없이 만들어졌고 값도 비싼(poorly made and expensive)’ 데다가 보온도 잘 안 된다면서, 반면 퍼퍼 재킷이 훨씬 더 따뜻하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학생들의 선택권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운 날이면 많은 학생들이 이미 이 옷을 입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측에서 이를 압수하기도 한다고 전하면서, 특히 점심시간이면 교실 난방을 끄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용기(hot water bottles)를 가지고 등교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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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생들과 함께한 스쿳 하이네스(Scoot Haines) 교장

<15세 여자아이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학교 교장>
한편 이 같은 거쓰리 양의 행동에 대해 모투에카 하이스쿨의 스쿳 하이네스(Scoot Haines) 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은 ‘그냥 퍼퍼 재킷이 입고 싶은 15살짜리 여자아이의 행동일 뿐이다(this is just a fifteen-year-old girl wanting to wear a puffer jacket)’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또한 교장은, 청원과 관계된 그녀의 행동은 학교 측을 대표해서 하는 공식적 행동도 아닐 뿐만 아니라 학교 측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학생들은 이미 규정에서 정해진 4가지 재킷과 저지(jerseys) 중에서 골라 입을 수 있다면서, 학교 측은 지난 2012년에 교복과 관련된 조사도 이미 했었으며 모두 856건의 의견을 접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이후 하이네스 교장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공지한 바에 따르면, 당시 의견은 학생 572명, 학부모 195명 그리고 예비 학부모 32명과 57명의 직원들로부터 접수됐으며, 열거된 교복 관련 물품 중에서 지지하는 것을 고르도록 하는 방법으로 진행됐고 만약 또 다른 의견이 있다면 이를 제안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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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중인 모투에카 하이스쿨 학생들
      
그 결과 430명의 응답자가 기존의 교복과 함께 방수가 되는 ‘캔터베리 스타일(Canterbury style)’의 학교 재킷을 지지했으며, 326명이 ‘소프트셸(softshel)’ 재킷을, 그리고 139명이 ‘폴라 플리스(polar fleece)’ 재킷을 선호한 반면 단지 12%에 해당하는 82명만이 ‘후디(hoodie)’와 같은 또 다른 선택을 추가하길 바랬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학교 구성원 대다수가 현재까지 지켜지는 교복 규정을 원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하면서, 거쓰리 학생의 의견과 이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기 전에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절차에 따라 논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자 ‘뉴질랜드교장협의회(president of the NZ Principals’Federation, NZPF)’는 하이네스 교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협회의 데니스 토레이(Denise Torrey) 회장은, 교복 문제를 포함해 학교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매년마다 컨설팅을 할 수도 없으며 교복은 변덕스러운 어린아이들 옷처럼 유행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또 만약 학생들이 원하는 게 있다면 학교 이사회를 통해서 정식으로 처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거쓰리 양의 아버지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이 옷을 입고 있으며 다수 학생들의 생각이 같을 것이라면서, 남섬의 상당수 학교들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자기 딸의 행동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언론사 댓글 통해 쏟아진 다양한 의견>
한편 이번 기사가 보도되자마자 인터넷 상에서는 언론사의 댓글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함께 찬반 양론이 뜨겁게 나오는 가운데 언론사들에서는 현재 각 학교의 관련 규정이 학교 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취재한 후속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들에 따르면 웰링톤 보이스 하이스쿨의 경우 3년 전부터 교복규정에 ‘단정하고 따듯한(tidy and warm)’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미 이 같은 재킷 착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로저 모세(Roger Moses) 교장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를 구입하거나 개인적으로 구입한 재킷을 입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교복 규정은 각 학교별로 결정될 문제라고 전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링컨(Lincoln) 하이스쿨이 이 같은 옷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남섬에서 가장 학생수가 많은 번사이드(Burnside) 하이스쿨의 경우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학교의 필 홀스타인(Phil Holstein) 교장은 교복 재킷은 학교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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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학교의 블레이저 교복 상의  ▲ 한 학교의 폴라플리스 교복 상의

현재 많은 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들이 ‘폴라 플리스(polar fleece)’ 재킷과 학교 ‘블레이저(blazer)’를 교복 상의로 채용하고 있는데,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의 교복 규정을 어겼을 경우 이를 압수했다가 학부모나 보호자에게 반환한다.

그러나 랑기오라(Rangiora) 하이스쿨 같은 경우에는 학교 규정을 어긴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의류 역시 일단 압수했다가 다음 번 사복착용일(mufti day), 또는 학기 끝나는 날 중 먼저 도래하는 날에 돌려주기도 하는 등 후속 처리도 각 학교별로 모두 다른 게 현실이다.

한편 또 다른 남섬 지역 언론에 따르면, 와이미아 중학교(Waimea Intermediate)와 사우스 오타고(South Otago) 하이스쿨에서는 겨울철에는 평이한 스타일의 퍼퍼 재킷 착용을 허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현재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견들 역시 아주 다양하고 찬반 양론도 제 각각인데, 이는 거주지역이나 연령대, 성별, 그리고 학생인 경우에는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별로 상이한 교복 규정에 따라 각자의 입장에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입는 옷인 만큼 교육적 차원에서 엄격하게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 의견도 많이 개진된 가운데 이번 일을 한 마디로 ‘옷에만 신경 쓰는 철 없는 어린아이의 돌출행동’으로 간주하는 성인들도 많았다.

반면 겨울철 방한 등 실용적인 면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기를 나타내는 패션의 한 방편으로서, 나아가 유행 감각에도 뒤떨어지는 기존의 교복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실제 교복을 착용하는 학생들을 비롯한 주로 젊은 세대로부터 많이 제기되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일이 의외로 큰 전국적 관심을 끌면서 향후 각 학교 현장에서는, 단순히 퍼퍼 재킷의 허용 여부를 떠나 교복 규정에 대한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시대 변화와 세대별로 달라진 가치관에 따른 의견 차이를 조율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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