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뒤흔들린 보험제도

지진에 뒤흔들린 보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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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한지 4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85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수 천 명의 부상자를 냈던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은 뉴질랜드 보험의 근간도 흔들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이 보험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해 짚어 보았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역사상 4번째로 많은 보험금 지급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은 보험금 지급 면에서 역사상 네 번째로 많은 댓가를 치뤘다.

누구도 뉴질랜드 제2의 도시 복판에서 지진이 일어나 3년 동안 출입이 통제되고 많은 지역들이 버려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많은 집주인들과 사업주들은 그들이 가입했던 보험에서 생각했던 만큼 보상받지 못한데 또 한번 놀라야 했다.

보상 절차는 매우 느리게 진행됐고 많은 클레임이 4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완결되지 않고 있다.
법정으로 가는 소송도 늘어났다.

매트(Matt)와 발레리 오로그린(Valerie O’Loughlin)의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이들이 가입한 보험사 타워(Tower)는 지진으로 인한 주택 피해액을 33만7,000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지진 피해 지역을 벗어나 다른 곳에 집을 지으려면 최소 54만달러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험사의 보상액을 받아들인다면 20만3,000달러가 부족한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의 다른 선택은 피해 지역의 주택을 매입하는 정부의 보상대책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주택 매입은 2008년 주택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시세보다 휠씬 낮았기 때문에 정부 보상금을 받아도 다른 집을 구입하기 어려웠다.

정부의 보상책을 선택한 많은 집주인들은 많게는 수 십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결국 오로그린은 보험사를 법정으로 끌고 가서 승소했다.

보험금 청구를 할 때 불거져 나온 또 다른 문제는 집주인들이 주택 면적을 정확하지 않게 산정하여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 면적을 150제곱미터로 하여 보험에 가입했으나 실제 200제곱미터였다면 교체비용의 75%만 보상받게 됐다.

사업주들의 여진 악몽도 컸다.

사업중단보험은 지진으로 사업을 중단하게 될 경우 잃어버린 재고품 등에 대해 보상해 주도록 돼있으나 실제로는 건물이나 공장이 손상을 받은 경우에만 보상됐다.

많은 사업들이 출입 통제선 안에 위치해 있어 영업을 할 수 없었지만 건물이나 공장이 손상을 받지 않아 클레임을 할 수 없었다.

지진 이후 주택보험 기준 ‘Sum insured’로 변경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이후 다른 지역에 사는 주택보험 가입자들도 급격한 보험료 인상을 맞아야 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주택 보험료는 2011년 초에서 2014년 6월 사이 110%나 올랐다.

불과 3년여 사이에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기존에 주택 면적을 기초로 했던 주택보험은 보험가입금액(Sum insured) 기준으로 바뀌었다.

이는 보험사가 클레임을 받았을 때 주택을 고치거나 복구해야 할 책임을 지는 최대 금액을 의미한다.

주택보험 변경으로 인해 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의 집을 재건축할 경우의 예상비용을 산정하여 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 받았고, 이에 응하지 않았을 때 보험사가 제시하는 디폴트(default) 보험가입금액을 적용 받았다.

이 같은 주택보험 변경은 보험사가 지급할 금액에 대한 예상을 확실하게 할 수 있게 했지만 주택 전문가가 아닌 대부분의 보험 가입자들에게 재건축비용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주었다.

이는 호주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다.

많은 가입자들이 실제 비용보다 낮은 금액으로 주택보험에 가입된 상태에서 2003년 캔버라 부근에 산림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피해 집주인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보험가입금액 낮은 주택보험’ 새로운 문제
뉴질랜드에서도 많은 주택보험 가입자들이 잘못된 보험가입금액으로 가입되어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곤경에 빠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은행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 집 가운데 한 집은 주택보험이 낮게 가입됐고 특히 고급 사양과 자재로 지어진 주택이나 특색있는 고급 주택일수록 보험가액과 실제 비용과의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은행협회의 커크 호프(Kirk Hope) 회장은 “은행업계는 ‘Sum insured’ 기준으로 가입된 주택보험의 30%가 과소한 금액으로 가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가계의 가장 큰 재산인 주택의 복구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여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커크 회장은 또 보험사에서 보통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평가 시스템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참고만 하고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적산사 컨스트럭션 코스트 컨설턴츠(Construction Cost Consultant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보험사가 사용하는 디폴트 금액이 실제 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보험사들은 주택 복구비용을 제곱미터당 1,850 ~2,300 달러로 계산하여 디폴트 보험가입금액을 결정하는데 실제 소형에서 대형 주택들의 건축비용은 제곱미터당 3,000~4,000달러로 많은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보험 가입자들의 약 75%는 보험사의 디폴트 보험가입금액으로 가입돼 있는데, 이에 따라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경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시 대학의 보험 전문가 마이클 나일러(Michael Naylor) 박사는 최대 50%의 뉴질랜드 주택들이 과소하게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나일러 박사는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계산방식은 뉴질랜드 건축 및 자재 비용에 기초한 정확한 추정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인 주택의 경우 최대 5만달러까지 부족하고 고급 주택의 경우엔 10만~20만달러에 이르기까지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수익 증가 
기존의 주택보험은 피해 주택 보상비용의 과소평가 귀책이 보험사나 재보험사에 있었다.

그러나 ‘Sum insured’ 주택보험에서는 이 책임이 보험 가입자에 귀속된다.

보험사는 최대 ‘Sum insured’ 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금을 지급할 책임만 진다.

보험사들은 최대 책임한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클레임이 빨리 해결되고 소송도 적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주택 전체에 대한 클레임의 경우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간의 보험금 산정에 대한 오랜 협의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보험금의 최대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이 불필요하게 됐다.

이처럼 보험금 지급이 빠르고 쉽게 이뤄지면서 건축 수요가 증가한 것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이후의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에는 복구 과정을 책임져야 할 보험사들이 건축 수요 증가로 인한 비용 상승을 우려해 느리게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젠 이러한 우려를 시장 통제력이 없는 개별 집주인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험사들 간의 경쟁 또한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AMI나 지난해 출범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계 유이(Youi)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보험금 할인 혜택을 암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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