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국민당, 늪에 빠진 노동당

서현 0 3,650 2014.06.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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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질랜드 국내에서는 정치계의 판도를 뒤흔들만한 대형 스캔들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여기에 인터넷 시대를 실감시키기라도 하듯 이름마저도 ‘인터넷당(Internet Party)’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등장해 가뜩이나 군소 정당들이 난립하는 뉴질랜드 정치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치 스캔들 태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당이 절반이 넘는 지지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여당만의 단독 재집권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기 위한 노동당과 녹색당을 비롯한 군소 야당들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정당의 단독 집권을 제도적으로 견제하려는 뉴질랜드의 독특한 선거제도로 인해 총선 결과와 함께 그 이후 정당 간에 벌어질 합종연횡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정권 교체 역시 완전히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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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비행 중인 국민당 지지도>
지난 6월 17일(화) 발표된 Herald-DigiPoll 여론조사에서의 정당지지도는 국민당 50.4%, 그리고 노동당은 30.5%가 나왔다. 국민당은 이전 같은 조사에서보다 0.4%p가 하락한 반면 노동당은 반대로 1%p가 상승한 수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 간의 격차는 19.5%p에 달한다.

노동당의 만년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이전보다 2.4%p나 크게 떨어진 10.7%의 지지도를 기록해 노동당과 녹색당을 합한 합계 지지도에서는 오히려 이전 조사 때보다 더 하락한 셈이 됐다.

한편 국내 제 3당이라고 할 수 있는 윈스턴 피터스의 뉴질랜드 제일당은 3.6%의 지지도로 이전과 다름 없었으며, 최근 존 뱅크스 전 대표의 재판 및 유죄 판결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ACT당은 전에 비해 0.1%p 하락한 0.7%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마오리당은 0.8%(이전 조사에 비해 +0.6%p), 그리고 우익 성향의 보수당은 1.5%(+0.2%p), 그리고 연합미래당은 0.1%(+0.1%p) 지지도를 각각 기록해, 각 개별 정당 별로 볼 때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지지도들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이들 군소 정당들보다는 새로 창당된 킴 돗컴의 인터넷당과 이에 합류하기로 한 마나당의 지지도가 주목을 끌었는데, 설문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두 당간의 연합이 논의돼 이번 조사에서는 이들 두 정당에 대한 별도의 지지도와 함께 합쳐질 경우의 예상 지지도가 나뉘어 조사됐다.

그 결과 인터넷 당은 0.2%, 그리고 마나당은 0.5%의 지지도를 각각 얻었으며 두 당이 합쳐질 것을 예상한 인터넷-마나 연합당은 0.7%의 지지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지지율을 모두 합할 경우 산술적 지지도는 1.4%가 되는데 조사 직후 실제로 두 당의 연합이 인터넷-마나당(Internet-Mana Party)으로 공식화되기도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유권자 750명을 대상으로 6월 6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됐으며 이른바 유동표로 볼 수 있는 무응답자 비율은 12.2%로 나타났고 오차율은 +/- 3.6%였다.

<국민당 단독 집권 실제로 가능할까?>
만약 위와 같은 정당지지도가 금년 9월까지 유지돼 그대로 총선 결과로 나타난다면 우익 계열의 국민당은 총 123석의 국회의원 중 64석을 차지하게 돼 단독으로 과반수를 넘김으로써 다른 당과의 연정 없이도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좌익 계열의 노동당과 녹색당은 각각 38석과 14석을 차지해 2당을 모두 합친다고 해도 52석에 불과한 데다가 다른 군소정당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도 정권교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림 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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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지지도를 적용하면 현재 국민당과 협력하고 있는 마오리당은 3석, 연합미래당과 ACT당은 각각 1석씩을 확보하며 여타의 군소 정당들은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등장한 인터넷-마나당은 2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마나당의 하라위라 대표의 그간의 정치 행적이나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킴 돗컴의 성향으로 볼 때 하라위라 자신과 여기에 돗컴이 내세운 이가 국회에 진출하더라도 반 국민당 길을 걷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정치 평론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이들에 대한 지지도와 유권자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것은 비록 인터넷당이 1% 미만의 미미한 지지도를 보였지만, 새로 결성된 인터넷-마나당 이름 하에서는 하라위라 전 마나당 대표가 마오리 선거구에서 당선될 경우 선거법에 따라 비례 대표를 배정 받게 돼 인터넷당 출신 중에서도 1명 이상의 국회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선거법 상 1명 이상의 지역구 의원, 또는 정당지지도 5% 이상을 기록하면 해당 정당에 비례대표를 배정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이른바 MMP(혼합비례대표제) 제도와 함께, 전국을 모두 7개 마오리 선거구로 나눠 7명의 마오리 대표 국회의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현행 제도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독특한 선거 제도에 따라 녹색당은 매 선거 때마다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고정적인 지지층에 힘입어 정당지지도는 늘 5%를 넘겨 5~10여명의 비례대표를 국회에 진출시켜온 바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뉴질랜드 제일당은 윈스턴 피터스 의원이 타우랑가 지역구에서 매번 당선돼 계속 정당지지도가 5% 미만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를 배출해왔는데, 지난 2009년 선거에서는 피터스 자신도 당시 거세게 불었던 국민당 바람에 의해 사이먼 브리지스 후보에게 큰 표차로 패한 데다가 정당지지도 역시 4.2%에 머물러 3년간 원외정당이라는 설움을 톡톡히 맛본 바 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평론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2.4%p나 되는 녹색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는 인터넷-마나당으로 움직인 유권자들이 국민당을 지지해온 우익 계열의 지지자가 아니라 대부분이 녹색당을 비롯한 이른바 좌익 진영의 기존 지지층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합종연횡 등 군소 정당 간의 미세한 움직임, 또는 실제 선거에서 발생하는 작은 차이로 인해 예상하기 어려운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MMP 제도의 특성 상, 뉴질랜드 총선은 여론조사와는 판이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개표함 뚜껑을 열어보아야만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으며, 때로는 국민당 1기 정부 당시의 피터스처럼 몇 안 되는 의석으로도 정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는 경우도 발생한다. 

<국민당 지지도의 원천은 존 키 총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이 비록 단독 집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에 3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국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데에는 제 1 야당인 노동당의 부진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이 같은 추세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고착돼 왔다는 점 때문이다. (표1 참조  : 뉴질랜드 헤럴드 디지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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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도 변화표에서 보듯 주요 정당들의 지지도는 지난 총선이 있었던 2011년 11월 이후 큰 변동이 없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기간 동안 노동당은 몇 차례나 당 대표를 바꿔가면서 추세를 변화시켜 보려고 애썼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처럼 국민당의 지지도가 몇 년 째 큰 흔들림 없이 견고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사실 국민당이 국정을 아주 잘 이끌고 있다기보다는 그 반대편에 있는 노동당이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당의 위기를 타개해 나갈만한 지도자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나타난 총리감 후보에서의 지지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존 키 총리는 이번 조사에서도 65.9%의 지지도를 얻으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응답자 중 56%가 국정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답했는데, 통상 집권당 총리가 설문조사에서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쳐도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터진 국민당 내부의 각종 추문들은 웬만한 당 대표라면 자리를 걸어야 할 정도로 결코 간단하지가 않은 사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이나 키 총리가 지지도에서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총리의 개인적 인기와 함께 노동당의 부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노동당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컨리프 대표의 지지도는 3월 조사 때보다는 1.6%p가 올라 12.7%에 달해 지지도 랭킹 2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키 총리와는 무려 50%p가 넘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차이가 그가 대표로 나선 작년 9월 이후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함께 지금까지 키 총리와 맞서 왔던 역대 노동당 대표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끝내 조기에 당 대표에서 낙마했었다는 사실이 노동당으로서는 더 뼈아픈 상황이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이제는 국내 정치와는 큰 관련도 없는 헬렌 클락 전 총리까지도 3.4%라는 지지를 받았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큰데, 이는 그만큼 노동당이 클락 전 총리 이후 선거에서 2번씩이나 연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을 장악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나 다름 없다.

또한 윈스턴 피터스 제일당 대표가 0.3%p가 하락한 6.2%로 3위에 오른 가운데 러셀 노만 녹색당공동대표가 자당의 정당지지도 하락폭과 비슷한 2%p가 빠진 2.5%가 나왔다는 점도 앞서 말한 지지 정당을 바꾼 유권자들의 성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유권자 동향은 지난 5월 25일 발표된 원뉴스/콜마 브런튼(ONE News/Colmar Brunton) 조사와도 대동소이한데, 당시 조사에서는 국민당 51% 대 노동당 30%, 그리고 녹색당 11%의 정당지지도가 기록돼, 그 때에도 국민당이 65석을 차지해 단독집권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뉴질랜드 제일당이 4.8%의 정당지지도를 기록해 만약 제일당이 5%를 넘긴다면 국민당 의석이 62석에 머물게 돼 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는 점이 이번 조사와 조금 다른 점이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선호하는 총리감으로도 키 총리가 43%에 달했지만 컨리프 대표는 겨우 10%에 턱걸이해 키 총리에 비해 30%p 이상의 차이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총선은 오는 9월 20일(토)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실시되며 우편으로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는 달리 전국의 각 학교 등에 설치되는 투표소에서 이뤄진다. 후보 등록은 8월 26일 마감되며 결과는 통상 당일 자정 무렵이면 나오지만 공식 발표는 10월 4일이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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