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한 ‘청정’ 국가이미지

JJW 0 2,613 2013.08.27 17:17


최근 벌어진 폰테라 오염 분유 파동은 뉴질랜드 수출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끼쳤지만, 뉴질랜드의 청정 국가 이미지에도 막대한 상처를 입혔다. 성공적으로 평가받던 ‘100% Pure’ 국가 브랜드도 이제 사용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제조공장의 더러운 파이프에서 시작된 분유 파동

폰테라 하우타푸 공장의 더러운 파이프로 인해 식중독과 신경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보툴리눔 박테리아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유청 단백질 농축물이 생산된 건 지난해 5월.

뉴질랜드 최대 유제품업체 폰테라는 올해 3월에 이 사실을 처음 알았고 이후 자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31일 농축물을 오염시킨 원인이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신경독소를 분비해 마비성 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로 해당 독소는 보톡스 시술에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폰테라가 분유와 스포츠 음료 등에 사용된 유청 단백질 농축물이 이 박테리아에 오염됐다고 발표한 이후 이를 사용한 카리케어(Karicare) 분유 2종이 전면 리콜됐다.

박테리아 오염이 의심되는 이 제품은 중국,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에 수출됐고, 특히 중국은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영아 6명이 숨진 이후 뉴질랜드산 분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던 터라 충격이 컸다.

중국 당국은 곧바로 뉴질랜드산 분유의 수입을 전면 중단시킨 뒤 관련 제품의 회수를 명했다.

중국은 나아가 폰테라 등 6개 외국계 분유 회사에 6억7,000만위안의 가격 담합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테오 스피어링스(Theo Spierings) 폰테라 CEO가 5일 베이징을 방문해 공식 사과하는 등 사태진화에 나섰다.
 
뉴질랜드 명성만큼 깨끗하지 않아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폰테라 분유 파동과 일련의 환경문제들은 뉴질랜드의 청정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더 큰 후폭풍을 가져 왔다.

뉴질랜드처럼 국가적으로 환경과 식품안전을 우선하는 곳에서 박테리아에 오염된 분유를 공급했다는데 대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뉴질랜드 유일의 다국적회사라고 할 수 있는 폰테라의 문제를 넘어 뉴질랜드 농산물 수출회사들에 간접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뉴질랜드의 환경 관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1차산업부가 지난 1997년 중국으로부터 불법 수입된 키위 종자를 차단하지 못한 것도 뒤늦게 최근 들어 밝혀졌다.

뉴질랜드에 불법으로 들어와 재배된 이 종자들은 현재 키위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는 궤양병균(PSA)의 한가지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자연환경이 명성만큼 청정하지 못한 사실은 ‘환경 뉴질랜드 2007’ 보고서에도 조사된 바 있다.
 
대기, 수질, 토양, 해양 등 광범위한 환경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이 환경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지속적인 낙농업으로 수질오염과 탄산가스 배출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심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뉴질랜드 대지면적의 거의 절반이 농축산업에 이용되고 있고 지난 10년간 소 사육두수는 24% 증가했다.

그 결과 강과 호수의 40% 정도는 수영을 하기에도 부적합할 정도로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매연을 뿜어대는 오래된 차량의 사용 증가로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있으며 멸종 위기의 동식물 종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 합의 거부

이달 초 열린 환경보전협회 총회에서는 폰테라 분유 파동이 뉴질랜드 환경의 후퇴를 나타내는 사례라고 지적됐다.
 
총회에서는 뉴질랜드 환경수행지수가 세계 14위로 아직 봐줄만하지만 대기와 수자원, 수산업은 평균보다 낮고 에너지 효율성은 5점 만점에 2.5점에 그친 것으로 보고됐다.
 
매시 대학의 마이크 조이(Mike Joy) 박사는 “뉴질랜드의 수자원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는 집중농업을 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매시 대학의 랄프 심스(Ralph Sims) 교수는 “뉴질랜드는 온실가스 감축을 선언하지 않은 유일한 선진국이다”면서 “뉴질랜드가 환경국가로서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는 엄격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주요 의무감축 대상국인 뉴질랜드는 지난해 12월 온실가스 의무감축 유효기간을 2020년까지 연장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합의를 거부했다.
 
‘100% Pure’는 진실되지 않은 슬로건
 
일파만파로 번진 폰테라 오염 분유 파문은 뉴질랜드의 ‘100% Pure’슬로건까지 미쳤다.

지난 1999년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시작된 ‘100% Pure’ 슬로건은 그 동안 성공적으로 평가받아 뉴질랜드의 국가적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뉴질랜드 자연환경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고 폰테라 사건으로 청정 이미지에 오점을 남긴 만큼 이 슬로건을 접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당의 관광산업 담당 앤드류 리틀(Andrew Little) 대변인은 “뉴질랜드가 청정한 환경을 보장할 수 없게 됐고, 적어도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면 새로운 캠페인을 찾아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 피터 누톨(Peter Nuttall) 박사는 지난 3월 이 슬로건이 뉴질랜드를 오도하고 잘못 전하고 있다며 광고표준국에 제소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보다 정직하고 진실하게 캠페인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기각됐던 이 제소건은 폰테라 오염 분유 파동 이후 재심리되고 있다.
일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관광산업 당국은 ‘100% Pure’ 슬로건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폰테라 오염 분유 파동으로 뉴질랜드의 명성에 손상을 입은 점은 인정하지만 ‘100% Pure’ 슬로건을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100% Pure’는 홍보 문구이고 글자 그대로를 의미하진 않는다”면서 “지금 뉴질랜드가 할 일은 10년 넘게 성공적으로 뉴질랜드를 홍보한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 총리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연말께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뉴질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청정 이미지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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