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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을 위한 기도...

왕하지 7 3,493 2012.03.27 14:48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했다. 네 형은 나를 오라고 하고 싶은데 식구들이 반대해서 말 못 하는 거야, 나를 오라고 하고 싶은데... 나 죽으면 한국으로 가져갈 것 없다. 여기다 파묻어 버려라.”

뉴질랜드에서 귀양살이를 하시는 어머니는 오직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 같았다. 한 가닥 희망이라고는 큰아들이 ‘한국으로 오세요.’라는 말인데 형님은 언제나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머니 한국으로 가세요. 내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어머니가 말했다.

“네 형이 오라고 했어? 정말? 친구가 뉴질랜드에서 3년만 살다가 한국 돌아와서 죽으라고 했는데 친구 말이 딱 맞았네.”

몇 달 동안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안 드시던 어머니가 한국으로 가시기로 한 날부터 하루 세끼씩 꼬박 꼬박 잘 드셨다. 너무 신이나 콧노래까지 부르시는 어머니와는 달리 한국의 형님 집은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다.

형, 어머니 얼마 못 사실 것 같아, 아마 한국 가시면 곧 돌아가실지도 몰라, 그러니 어머니 가시면 잘 모시라고 전화를 했는데 벌써부터 초상집 분위기라니...

다음날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 어머니 오시면 집사람이 집 나간다는데 어떻게 하냐? 뉴질랜드에 그냥 계시게 좀 해봐.”

“어머니 집이니 형수가 집을 비워주는 방법도 괜찮긴 한데... 어머니 여권 유효기간이 끝나 새로 만드느라고 불법체류가 알려졌으니 돌아가셔야 해, 3년 동안 사신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병원도 못가시고, 형도 여기 와서 한번 불법체류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형님은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전화가 왔다.

“동생, 집사람이 이혼하자는데 어떻게 하냐?”

내가 무슨 가정법원 판사인가, 이혼 상담까지 하시고... 그럼 뭐, 이혼 하시오~ 라고 판사처럼 말했더니 아주 악담을 하라면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전화가 왔다.

“동생,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시면 어떻게 하냐?”

형님은 여전히 효자였다. 아직 한국에 가시지도 않은 어머니가 아플까봐 걱정부터 먼저 하시고, 그런데 끄트머리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돈 댈 놈 하나도 없는데...’ 과부가 된 여동생은 돈 댈 여력이 없고 돈 댈 놈은 딱 한 놈 있는데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답이 안 나와 무척 답답한 모양이었다. 답답해하는 형님에게 내가 정답을 알려주었다.

형님이 어머니 재산 팔아먹은 거 토해내던지 갖고 있는 어머니 재산 팔던지 하라했더니 형님은 뉴질랜드에서 잘 먹고 잘 살라고 말했고 형수가 끼어들어 ‘도착하자마자 요양원 차를 대기시켜놨다가 바로 보내버린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과거사 어머니가 얼마나 시집살이를 시켰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린 고사리와 말린 호박, 꿀 초코렛 등 선물을 챙기며 들떠있는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은 그저 침울하기만 했다. 정말 가기 싫어하시는 양로원이라도 보내면 어쩌나... 손자 샘도 증조할머니 가지 말라고 하고 딸도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안가시게 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어머니, 한국 날씨도 추운데 나중에 가시면 안돼요?”

“안 돼, 빨리 가야돼.”

“어머니, 큰집 식구 간섭하지 말고 입 꽉 다물고 사세요. 경로당에서나 맘껏 떠드시고요. 아셨지요.~”

어머니는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셨지만 내 마음은 편치 못해 성당에서 난생처음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하였다. ‘주님, 우리 어머니, 편히 계시다가 편히 가시게 하소서...’

형님 집은 전화도 안 받고 답답하던 중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큰오빠가 여러 양로원을 알아봤는데 돈이 많이 들어 포기했고 집에서 밥 잘 드시고 계시다고, 며칠 후 또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드디어 경로당에 첫 출근을 하셨고 친척들에게 전화도 하고 살판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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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zute76
오랜만에 효도하셨네요.....ㅎㅎㅎ....
저희 부모님도 여기 오셔서 첨에 좋다고 하시더니 날씨가 오락가락 하니 한국에 2주만에 가시더군요...저는 덕분에 통장을 깨끗이 비우구여....가시는 길에 선물 사드리고 용돈 드리느라....휴우증 한달 가더군요....회복하느라....
암튼 할머니가 젊어져서 돌아오사길 바랍니다.
왕하지
zute76님, 고생 많이 하셨군요.
통장도 가끔 한번씩 청소해주는 것은 별로 안 좋은데...
우리 집 통장은 너무 자주 청소를 해 준답니다. ㅎㅎ,
노인 분들은 외국에 오래 있기가 너무 힘든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또미
한번 왔다가는 인생인데...  사는게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저희 어머님도 연세 70넘으셔서 아들 손자보시더니 한국에 있는것
다 정리 하시고 오신다기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하루밤 사이에 맘이 바뀌시긴 하셨지만...
저도 어머님의 행복하신 한국 생활을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왕하지
저희 어머니는 87세 인데 왕가레이 시골이라 귀양살이 하신다 했습니다.
오클랜드만해도 덜할텐데... ㅎㅎ, 저도 이곳에서 힘들다 싶을때가 있어요.
노인들은 한국에 계실 곳 있으시면 한국사셔야겠더군요, 저희 어머니
한국에서 요즘 아침에 경로당 출근해서 온종일 행복하시답니다.
또미님 감사합니다.
달중이
하지님, 왕가레이에서 성당에 다니시는군요. 저도 부모님이 나이지긋이 한국에 살아계신답니다. 아들된 욕심에 이곳에 모셔서 같이 살고싶지만.. 현실이 허락하지 않네요.. 작년에 3개월 계시다 가셨는데, 너무 좋아하셨어요. 또 모시고 싶네요 ㅜㅠ
왕하지
달중이님께서 부모님께 얼마나 잘해주셨으면 너무 좋아셨겠어요.
더구나 부모님이 같이 다니시니까 좋으신 것 같군요.
계속 효도하세요. 달중이님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은하수별
노인들 양로원 시설 좋아도 정말 안 좋아하세요. 저희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 그랬답니다. 간만에 하지님 글 중 슬픈 사연이었는데 할머니 경로당으로 출퇴근하시면서 지내시니 다행이에요. 부디 부디 가족들과 편히 사시길.. 그런데 성당 나가셔서 부모님을 위한 기도 그동안 안하셨어요?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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