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2 3,085 왕하지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기 약을 넣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고 보니 구멍이라는 구멍에는 약을 다 집어넣는 셈이다.

새해에는 약도 열심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더욱 건강해지자, 그리고 뭔가 변화를 갖도록 하자.

폼펠리아 고등학교 학생회장인 프란시스가 머리를 밀었다. 학교에서 암환자 돕기 모금행사로 삭발을 했는데 삭발한 7명중 여학생 한명도 참여했다고 한다. 프란시스의 도토리 같은 머리가 예뻤다. 저렇게 머리를 깎으면 얼마나 시원하고 간편할까, 나도 머리를 밀어버릴까?

성당에서 키위들을 보면 다양하게 개성들이 넘쳐난다. 삭발머리, 긴 머리, 꽁지머리, 수염도 가지각색이다. 반면 한인들을 보면 다 고만고만한 키에 똑같은 머리에 비슷한 옷차림, 개성이 하나도 없다. 왕가레이에서 일식당을 하는 태원이 아빠가 머리를 길러서 묶었다. 꽁지머리가 너무도 잘 어울리고 개성이 흘러넘치고 멋졌다.

나는 젊은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새까만 머리털과 다르게 콧수염은 빨간색, 흰색 등 다양했지만 염색을 할 수도 없고 그냥 기르고 다녔다. 몇 년 동안 기른 거 같은데 어느 날 장인어른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깎아버렸다. 장인어른과 같은 연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후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무척이나 망설여졌다. 강의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행사장에도 자주 가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그냥 머리를 길러버렸다. 학생들이나 아줌마들에게는 인기가 좋았지만 머리를 관리하기가 너무 귀찮았다. 머리를 감는 게 아니라 북한 말처럼 빨래하듯 머리를 빠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반면 좋은 점도 있었다. 급하게 은행을 가려고 지름길인 골목으로 차를 몰았는데 먼저 들어온 차 한대와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후진을 잘 못해 그냥 앉아있는데 앞차에서 덩치 큰 사람이 내리더니 씩씩거리며 차 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고 창문을 스윽 내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빼쇼.”

그는 내 꽁지머리를 힐끔 쳐다본 후 잽싸게 달려가 차를 빼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괴팍하거나 기인 같은 사람들만이 머리를 길렀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게 보았을 것이다. 조카 졸업식 때도 그랬었다. 학교 앞 사거리에서 차가 엉켰는데 사방에서 운전자들이 몰려와 여자운전자인 아내에게 차를 빼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간밤에 먹은 술이 덜 깨 속도 쓰린 나는 열이 확 받쳤다. 차에서 내려 말처럼 머리를 한번 흔들고 고함을 질렀더니 사내들은 모두 꽁지를 내리고 차를 빼기 시작했고 길은 뻥 뚫렸다.

그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해 여름 나는 이웃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다. 미용실 아줌마가 정말요? 라고 물었다.

“박박 밀어요.~”

2012년, 머리부터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고 아내보고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더니 귀찮다고 딸보고 하라고 하였다.

“아빠, 정말 다 밀어,”

“그럼 뭐, 위는 좀 길게 밀던지... 한국아줌마가 하는 미용실에 키위아저씨가 왔는데 말이야, 아줌마가 친절하게 영어로 말을 했는데 이 아저씨는 뭘 보냐고 묻는 줄 알고 ‘미러’라고 대답을 했대.”

아내가 배를 움켜쥐고 까르르~ 웃어댔다.

“아줌마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밀어달라는 건 좋은데 반말을 했단 말이야, 그래서 머리가 후근거릴 정도로 아주 박박 밀어주었대.”

“아이고, 아빠가 웃기는 바람에 위 머리까지 밀어버렸어. 어떻게 해.~”

“모두 박박 밀어라~”

어찌됐던 새해 들어 머리를 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를 주는데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비앙새
하하하, 하지님 다운 볼멘 소리 입니다. 굉장히 멋있으셧을것 같아요, 긴머리 휘날리는 하지님...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세월을 피할수 없나 봅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볼멘소리 부탁합니다.. 왕팬..
왕하지
비앙새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세월을 못 피하다보니 뉴질랜드까지 와서 볼멘소리만 하게 되었군요. ㅎ,
새해엔 머리까지 밀었으니 볼멘소리도 좀 시원스럽게 해야하는데...
왕팬님 왕하지가 감사드립니다. 같은 왕씨로군요. ㅎㅎ,

늙은 암탉

댓글 1 | 조회 2,650 | 2013.01.30
더운 날씨에 내가 데크에 나가 바람이라도 쏘이고 있으면 우리 집 개는 네다리 쭉 뻗고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고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한다. 마치…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694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2,981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38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070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양고기와 아보카도

댓글 2 | 조회 3,728 | 2012.10.24
어느 날 우리 집 길목에 앞집 양 한마리가 돌담을 넘어 길가에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우두머리 양이 돌담을 넘자 다른 양들도 따라 돌담을 넘어 풀을 뜯어먹었다. … 더보기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3,102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 더보기

뒤집기 한판

댓글 0 | 조회 2,265 | 2012.09.25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잘 퇴원했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원무부장님도 병실에 다녀가시고 의사들도 참 잘해줬어요. 그리고 병원비가 조… 더보기

괜히 왔다간다

댓글 2 | 조회 4,012 | 2012.09.12
“뉴질랜드에 사는 둘째며느리인데요. 우리 어머니 좀 바꿔주세요.” 아내가 한국의 경로당으로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어머니가 다리… 더보기

그해 겨울은 정말 추웠지

댓글 1 | 조회 2,622 | 2012.08.28
내가 설계실 기사로 있을 때 신입직원이 들어왔는데 입사하자마자 직책이 대리였다. 경력자도 아니고 실력자도 아닌데 오자마자 대리라니 기가 찼다. 들리는 얘기로는 고…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2,796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685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06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34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40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796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01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791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38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01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57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21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08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75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Now

현재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086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