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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왕하지 2 2,102 2012.01.18 10:41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기 약을 넣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고 보니 구멍이라는 구멍에는 약을 다 집어넣는 셈이다.

새해에는 약도 열심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더욱 건강해지자, 그리고 뭔가 변화를 갖도록 하자.

폼펠리아 고등학교 학생회장인 프란시스가 머리를 밀었다. 학교에서 암환자 돕기 모금행사로 삭발을 했는데 삭발한 7명중 여학생 한명도 참여했다고 한다. 프란시스의 도토리 같은 머리가 예뻤다. 저렇게 머리를 깎으면 얼마나 시원하고 간편할까, 나도 머리를 밀어버릴까?

성당에서 키위들을 보면 다양하게 개성들이 넘쳐난다. 삭발머리, 긴 머리, 꽁지머리, 수염도 가지각색이다. 반면 한인들을 보면 다 고만고만한 키에 똑같은 머리에 비슷한 옷차림, 개성이 하나도 없다. 왕가레이에서 일식당을 하는 태원이 아빠가 머리를 길러서 묶었다. 꽁지머리가 너무도 잘 어울리고 개성이 흘러넘치고 멋졌다.

나는 젊은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새까만 머리털과 다르게 콧수염은 빨간색, 흰색 등 다양했지만 염색을 할 수도 없고 그냥 기르고 다녔다. 몇 년 동안 기른 거 같은데 어느 날 장인어른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깎아버렸다. 장인어른과 같은 연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후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무척이나 망설여졌다. 강의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행사장에도 자주 가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그냥 머리를 길러버렸다. 학생들이나 아줌마들에게는 인기가 좋았지만 머리를 관리하기가 너무 귀찮았다. 머리를 감는 게 아니라 북한 말처럼 빨래하듯 머리를 빠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반면 좋은 점도 있었다. 급하게 은행을 가려고 지름길인 골목으로 차를 몰았는데 먼저 들어온 차 한대와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후진을 잘 못해 그냥 앉아있는데 앞차에서 덩치 큰 사람이 내리더니 씩씩거리며 차 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고 창문을 스윽 내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빼쇼.”

그는 내 꽁지머리를 힐끔 쳐다본 후 잽싸게 달려가 차를 빼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괴팍하거나 기인 같은 사람들만이 머리를 길렀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게 보았을 것이다. 조카 졸업식 때도 그랬었다. 학교 앞 사거리에서 차가 엉켰는데 사방에서 운전자들이 몰려와 여자운전자인 아내에게 차를 빼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간밤에 먹은 술이 덜 깨 속도 쓰린 나는 열이 확 받쳤다. 차에서 내려 말처럼 머리를 한번 흔들고 고함을 질렀더니 사내들은 모두 꽁지를 내리고 차를 빼기 시작했고 길은 뻥 뚫렸다.

그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해 여름 나는 이웃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다. 미용실 아줌마가 정말요? 라고 물었다.

“박박 밀어요.~”

2012년, 머리부터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고 아내보고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더니 귀찮다고 딸보고 하라고 하였다.

“아빠, 정말 다 밀어,”

“그럼 뭐, 위는 좀 길게 밀던지... 한국아줌마가 하는 미용실에 키위아저씨가 왔는데 말이야, 아줌마가 친절하게 영어로 말을 했는데 이 아저씨는 뭘 보냐고 묻는 줄 알고 ‘미러’라고 대답을 했대.”

아내가 배를 움켜쥐고 까르르~ 웃어댔다.

“아줌마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밀어달라는 건 좋은데 반말을 했단 말이야, 그래서 머리가 후근거릴 정도로 아주 박박 밀어주었대.”

“아이고, 아빠가 웃기는 바람에 위 머리까지 밀어버렸어. 어떻게 해.~”

“모두 박박 밀어라~”

어찌됐던 새해 들어 머리를 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를 주는데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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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비앙새
하하하, 하지님 다운 볼멘 소리 입니다. 굉장히 멋있으셧을것 같아요, 긴머리 휘날리는 하지님...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세월을 피할수 없나 봅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볼멘소리 부탁합니다.. 왕팬..
왕하지
비앙새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세월을 못 피하다보니 뉴질랜드까지 와서 볼멘소리만 하게 되었군요. ㅎ,
새해엔 머리까지 밀었으니 볼멘소리도 좀 시원스럽게 해야하는데...
왕팬님 왕하지가 감사드립니다. 같은 왕씨로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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