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운동화

2 4,801 NZ코리아포스트
저녁에 산책을 가는데 나보다 걸음이 빠른 아내가 이야기를 하느라고 느리게 걷고 있었다.

“아, 좀 빨리 걸어, 앞에 똥차가 못 가니까 뒤에 새 차도 못 가잖아. 추월하라고 비켜주던지...”

언젠가 국도를 달리는데 차안에 이상한 냄새가 나서 앞을 보니 똥차가 덜덜덜 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속도도 못 내고 똥 냄새는 풍기고 추월선이 나올 때까지 참고 가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내가 아내를 추월하여 후다닥 걸어가자 아내가 물었다.

“당신 요즘 걸음이 왜 이리 빨라졌어?”

“새 운동화를 신어서 그런지 저절로 걸어가 지는군, 난 가만 있는데 말이야.”

지난번 딸이 하얀 T셔츠를 사왔다. 입어보니 딱 맞았지만 어깨가 아파 좀 헐렁한 옷이 입기가 편할 것 같아 큰 옷으로 바꿔 오라고 하였는데 문득 운동화 생각이 났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바닥이 구멍이나 걷다보면 돌멩이가 자주 박혀 돌멩이 빼내는 일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나는 딸에게 T셔츠를 운동화랑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더니 아주 비싼 러닝화로 바꿔 온 것이다. 투박하고 너덜너덜한 신발을 신고 다니다가 가벼운 러닝화를 신으니 걸음도 저절로 걸어지는 것 같았다. 발속으로 시원한 바람까지 들어오니 기분까지 상쾌하다.

운동화 하면 참 생각나는 게 많다.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검정고무신을 신고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 다녔다. 양말도 안 신고 다니니 발에 땀이 나면 고무신이 잘 벗겨지고 미끄러져 넘어질 때도 있었다. 한 여름엔 신발을 들고 아예 맨발로 다니는 게 더 편했다. 어찌 보면 지금 뉴질랜드의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과 같은 셈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 그대로였지,

나는 운동화를 신는 게 소원이었다. 장에 가서 신발가게를 기웃거려보면 운동화라곤 까만색 밖에 없는데 그게 그렇게 신고 싶었다. 제기차기를 할 때에는 운동화를 신은 애들은 틱틱틱 소리가 나며 조용히 잘 차지는데 고무신은 퍽퍽퍽 소리만 요란하지 옆으로 삐지고 잘 안차졌다. 특히 축구를 할 때면 더욱 힘들었다. 공을 잘못차면 공보다 고무신이 더 멀리 날아갈 때도 있었는데 고무신을 쫓아가는 멍청한 애들도 있었다.

어느 날 나는 학교에 가다가 돌돌 말아진 돈을 주웠다. 그 돈은 운동화도 살 수 있고 그림물감도 살 수 있는 큰 돈이었다. 나는 돈을 꽉 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교실에 앉아있었는데 그 날따라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한참 쳐다보셨다. 선생님의 표정은 너 돈 주운 것 다 알고 있다는 표정 같았다. 어느새 나는 선생님 앞에 가서 “돈 주인을 찾아주세요.” 하고 주운 돈을 드리고 말았다.

그 날 나는 집에 돌아와 돈을 주웠는데 선생님한테 주인 찾아주라고 드렸다고 어머니께 말했다가 꾸지람을 들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이 바보 같은 자식, 그 돈이면 운동화를 몇 켤레 살 수 있는데...”

어머니는 이웃에 사는 외삼촌한테 내 이야기를 하였다.

“길에서 주운 돈을 선생님 갖다 주면 선생님이 돈 주인을 어떻게 찾아 주냐? 그 돈은 선생님이 갖을게 뻔하다. 이 멍청한 놈아~” 외삼촌이 말했다.

며칠 후 어머니가 외삼촌하고 장에 갔다 오시더니 까만 운동화와 고기를 사오셨다. 나는 너무 신이 나서 운동화를 여러 번 신어보고 밤에 운동화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를 가는데 너무 발이 가볍고 상쾌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외사촌여동생도 새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여동생이 팔딱 팔딱 달려와 나에게 말했다.

“오빠~ 나 때문에 새 운동화 신으니까 정말 좋지?”

“너 때문이라니?”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외사촌 여동생이 우리선생님한테 가서 외삼촌이 잃어버린 돈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그 돈을 받아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외삼촌이 그 돈을 반타작하여 장에 가서 운동화도 사고 고기도 사 오신 것이었다.

모처럼 어린 시절의 운동화 신던 즐거움에 빠져있는데 어머니가 밖에서 소리를 지르신다.
“아범~ 빨리 나와 봐, 강아지가 새 운동화 물고 도망갔어.~”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 보다 빠른 고무신 ㅎㅎ…
축구공 보다 더 잘나르는 고무신을 상상하며 한바탕 웃었습니다

늘 재미있는 글과 더불어 풍요속에서도 풍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과 저에게 그시절을 돌이키며

지금이 행복의 시간임을 깨닫는 글 감사합니다

늘 글을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애들이 스스로 할수 있도록 자녀에게 먼저 기회를 많이 ?  주는 엄마 입니다

그래서 학교 갈시간이 지나도 깨우지 않지요

요리도 특별요리만 해주고 스스로 하도록 하지요

그래서 우리애는 요리도 잘하고(냉장고 음식 정리도 알아서 ) 학교도 알아서 잘가고

공부는 말할것도 없이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 엄마들은  극성에다 애들이 할수 있는 기회를 주지않고 참을성도 없지요 (기다리는 )

부모 보다 더 잘할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키워야 하는데 말이죠

조금 극성이 심한 한국 엄마를 위해 몇자 적었습니다



늘 재미있고 유익한글 감사합니다
왕하지
이렇게 좋은 댓글을 이제 주시면 어찌합니까?

내가 안 봤으면 또 답글 못쓰고 그냥 넘어갈뻔 했네요,

근데 애들이 대학생인가요? 종을 안쳐도 벌떡 일어나고 요리도 스스로 해먹고...

나중에 아이들이 정말 엄마한데 교육 잘 받았다고 고맙게 생각 할 겁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앞에서 설치는 것보다 뒤에서 궁리를 하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잘 실천하시는 것 같아 박수를 보냅니다. ㅎㅎㅎ,

훌륭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065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바라보는 사이에 한해가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한국에서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더보기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690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고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햇볕까지 별로 없으니 심어놓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어머니께 뒤 곁에 호…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47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흡혈박쥐들이 빨아먹을 피가 모자라 밤만 되면 마을로 습격하여 사람의 …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77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73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먹든가 조심을 하여 몇 년 동안 무사히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딱 걸려들고 말았다. 거의 초죽음이 됐으니 감기가 이… 더보기

겨울이 오기 전에?

댓글 2 | 조회 2,831 | 2011.10.11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로저를 만났다.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먼 발치에서 보게 되면 소리만 한번 지르고 그냥 가면되는데, 로저는 반가운 듯 트랙터를…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007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가 하루 일찍 돌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해댔다. 옆에서 아내가 “할미도…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747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빠에게 말하자 옆에서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들아 당장 만나보아라~” “어휴~ 엄마, 지금 내 상황이 여자 만날 상…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131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너 번씩 비가 내리니 빨래를 벽난로 옆에다 널어두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빨리 개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날랑하시며 빨래를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543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들을 쫓고 계셨다. 참새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얕보고 가까이 접근하여 닭의 모이를 축내고 있으니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신… 더보기

도사님이 말씀하시길...

댓글 8 | 조회 5,652 | 2011.07.26
주방에서 아내가 음식 찌꺼기를 닭 주고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냄새나는 음식 통을 들고 터덜터덜 닭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우드드드~~ 옆집 말 목장 테리가 목장차를 … 더보기

꽃밭에서...

댓글 2 | 조회 4,659 | 2011.07.1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은 닭장속에 모여살아요~” 암탉들이 꼬꼬거리며 평화스럽게 노래를 불러대도 닭장 속은 그저 심난하기 만 하였다. 수탉 2마리 때… 더보기

피아노 도둑

댓글 6 | 조회 7,339 | 2011.06.28
딸이 피아노를 치자 앞뜰 푸리리나무에 비둘기들이 몇 마리 날아들었다. 빨간 열매 때문에 싸움질을 하던 비둘기들이 피아노 소리 때문인지 평화스럽게 앉아 있었다. 우… 더보기

나쁜 사람

댓글 15 | 조회 6,298 | 2011.06.14
우리 집 앞뜰 푸리리 나무에 앵두 같은 빨간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뉴질랜드 비둘기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와 열매를 따먹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비둘기는 일반 비둘기… 더보기

동치미....

댓글 5 | 조회 5,672 | 2011.05.24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 뚜껑을 열고 살얼음 속에서 동치미를 퍼다 먹던 기억은 시골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슴속까지 찌르르하고 시원한 그 느낌… 더보기

현재 운동화

댓글 2 | 조회 4,802 | 2011.05.10
저녁에 산책을 가는데 나보다 걸음이 빠른 아내가 이야기를 하느라고 느리게 걷고 있었다. “아, 좀 빨리 걸어, 앞에 똥차가 못 가니까 뒤에 새 차도 못 가잖아. … 더보기

30번째의 생일과 공짜 음료수

댓글 1 | 조회 6,768 | 2011.04.27
손자 샘이 할머니랑 프란시스네 집을 다녀와서는 침을 튀기면서 말한다. “하지~ 프란시스형이 하지 팬 이래~”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프란시스가 내 칼럼을 항상 읽는… 더보기

흐르는 강물처럼~

댓글 4 | 조회 5,268 | 2011.04.12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 물갈이 좀 해야 돼.” 나는 사업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구멍가게만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더보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댓글 3 | 조회 5,536 | 2011.03.23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더보기

벼락치기

댓글 5 | 조회 6,361 | 2011.03.08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낯선 마오리 한사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으로 가족이 사고를 당해서 급히 가야하는데 비행기 삯… 더보기

파리....

댓글 4 | 조회 4,854 | 2011.02.08
런던에서는 집을 나설 때 우산을 들고 나서고 아마존에서는 커다란 칼을 들고 나선다고 한다. 오래전 비즈니스 관계로 동료들과 같이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나들이를 … 더보기

11일만의 귀환

댓글 1 | 조회 4,843 | 2011.01.25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동전을 꺼낸 손자가 여느 때와는 달리 지폐로 바꿔달라고 하였다. 5달러짜리까지 지폐로 바꾼 손자는 작은 지갑 속에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기 시… 더보기

4대가 사노라니....

댓글 1 | 조회 5,472 | 2011.01.14
주말이면 항상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놀러와 “얘들아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 아버지 별 일 없으셨지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집안에 … 더보기

마지막 선물.....

댓글 2 | 조회 5,695 | 2010.12.21
이번 주면 손자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1년 동안 공부를 가르친 선생님과 작별을 하게 한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선물을 드리기에 좋은 시점인 셈이다. 손자의 마지… 더보기

잔치는 끝났다

댓글 11 | 조회 7,038 | 2010.12.07
내 어린 시절, 시골 동네잔치가 벌어지면 어머니는 일찌감치 일하시러 가시면서 말씀하신다. “끼니 때 되면 꼭 잔치 집에 와서 국수 먹고 가거라.~”아이들은 잔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