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3 5,537 NZ코리아포스트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방사능 유출로 인한 헤아릴 수 없는 불안감,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우리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지금 전쟁보다도 더 가혹한 세상을 보며 유례없는 걱정에 휩싸여 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옛날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을 쳤다. 땡땡땡!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지만 지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학교를 가든 말든 별로 신경을 안 쓰셨기 때문에 스스로 일어나야했다. 이른 아침, 눈비비고 일어나 책보자기를 허리춤에 묶은 후 집 앞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학교로 달려가곤 하였다.

우리 아들은 아내가 워낙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지각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아침마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아들을 깨우는 것이 그야말로 아침전쟁이었다. 고함치고 구슬리고 을러대고 달래고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었다. 아내는 아들을 깨울 때마다 항상 시간을 불려서 말했다. 8시면 8시 반이라고... 아들은 엄마가 뻥친다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더 늦잠을 자는데 급기야 엄마 입에서 ‘너 지각 했어~’ 라는 고함소리가 튀어나오면 그때서 벌떡 일어나 학교로 달려가곤 하였는데 워낙 다급하니까 물수건으로 세수하면서 스스로 개척해 놓은 지름길로 달려가곤 하였다.

아침전쟁을 보고 또 보고 참고 또 참다못해 어느 날 내가 아내에게 참견을 하였다.

“아들이 이제 중학생이니 ‘아들아 일어나라’하면 스스로 일어나서 학교를 갈 나이가 됐는데 왜 아침마다 공갈을 치고 난리를 피우냐고?”

“아들이 학교에 지각하면 어떻게 해~ 더구나 반장인데,”

“지각 좀 하면 어떻고 또 결석 좀 하면 어때, 늦잠 자서 지각하거나 결석했다면 아들도 느끼는 게 있을 거 아냐, 스스로 할 수 있게 엄마가 참고 기다려 줘야지,”

나는 아내에게 종을 하나 사다 주며 앞으로 전쟁을 하지 말고 아침에 땡땡땡! 종을 딱 한번만 치라고 권하였다.

아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아내는 다음날 아침 땡땡땡! 하고 종을 쳤다. 조용한 아침에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고 잘 되어 가나보다 싶었는데 급기야 귀가 찢어질 정도로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멈출 줄을 몰랐다.

“아니, 두부장사가 온 거야 뭐야? 이웃들 다 쫓아오게 생겼네, 당신 지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치는 거야?”

“아들 일어나라고 종을 치는 거지~ 너 빨리 안 일어나! 학교 늦었어.~~”

아내는 아들을 위하여 종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종을 쳐대고 있었다.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아들을 위해서라면 아침에 단 한번만 종을 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며칠도 좋고 몇 달도 좋건만 어찌하여 그걸 못 참는단 말인가, 다음날 아내는 아예 종을 내팽개치고 또 다시 아침전쟁을 시작하였다. 고함치고 구슬리고 을러대고 달래고...

아침마다 아내가 난리를 치는 통에 딸내미는 항상 저절로 일어났다. 어느 날 밤 딸내미가 침대에서 양말을 신고 있었다. 잠 잘 시간인데 왜 양말을 신느냐고 물었더니 양말을 미리 신어두면 아침에 학교가기가 쉽다고 말하여 한바탕 웃었는데 엄마가 오죽 설쳐댔으면 그랬겠는가,

그 후 세월은 흘러 어느덧 아들은 나이 삼십이 되어 뉴질랜드에서 같이 사는데 요즘도 아내는 가끔 아침전쟁 드라마를 보여줄 때가 있다. 아내가 새벽미사를 가는 날은 나에게 작전권을 이양하고 가는데,

“여보! 7시 반에 딸 깨우고 8시에 아들 꼭 깨워~ 까먹으면 절대 안 돼.~ 알았지!”

뭐 줄게 없어서 종지기를 물려주고 가는가, 맛있는 반찬이나 만들어주고 가든지 말이야...

아침에 커피한잔 마시고 딸내미 방 앞을 지나가며 ‘딸내미는 일어났나?’라고 말하면 ‘아빠 나 주방에 있어’라고 말하고 아들 방 앞을 지나면서 ‘아들은 일어났나?’ 하고 말하면 ‘나 벌써 일어났어.’라고 말한다.

잘들 일어나는데 네 엄마가 괜히 설쳐대고 난리를 쳤어, 삼십 년 동안이나 말이야...

각설하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나는 진정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는가?

지진으로 희생되신 많은 분들의 삼가 명복을 빌며 다시 평화의 종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넘  보고샆었습니다. 몸 멀면 맘도 그런다는데,  고국 출장 마치고 ..

오랫만에 차곡싸인 글들 눈치우듯 잃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왕하지
한동안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열심히 댓글

써주시는 쌔엠님 답글도 못 드렸습니다.

근데, 쎄엠님 한국 다녀오셨군요.

소주하고 맛있는거 많이 드셨어요?

늘 감사합니다.
쌔엠
근 10년만에 보는 조국은 이국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겉모양도 그렇고 사람들 까지도.

집에 돌아오니 좀 살것 같네요.ㅎ

세월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세상을 쫓아가지 못한 간격이 넘 커서요.

한국으로 가야 할라나?

댓글 10 | 조회 10,705 | 2010.07.28
뉴질랜드에서 자라는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보다 덜 똑똑하다고 걱정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키워야 되나 고민해오던 강사장에게 이번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더보기

피아노 도둑

댓글 6 | 조회 7,339 | 2011.06.28
딸이 피아노를 치자 앞뜰 푸리리나무에 비둘기들이 몇 마리 날아들었다. 빨간 열매 때문에 싸움질을 하던 비둘기들이 피아노 소리 때문인지 평화스럽게 앉아 있었다. 우… 더보기

말조심..

댓글 7 | 조회 7,125 | 2010.11.09
저녁 무렵,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 길모퉁이에서 마주 오는 차가 쌍 라이트를 반짝거리자 운전을 하던 아내가 얼른 차 속도를 줄이면서 소곤거렸다.“여보, 우리 동네 … 더보기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댓글 6 | 조회 7,046 | 2010.08.10
요즘은 손목까지 아파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기도 힘들 때가 있다. 어깨와 팔도 아프지만 허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서는 가끔 안마를 받았지만 이곳에서는 아는 곳도 … 더보기

잔치는 끝났다

댓글 11 | 조회 7,038 | 2010.12.07
내 어린 시절, 시골 동네잔치가 벌어지면 어머니는 일찌감치 일하시러 가시면서 말씀하신다. “끼니 때 되면 꼭 잔치 집에 와서 국수 먹고 가거라.~”아이들은 잔치 … 더보기

예쁜 것도 죄가 되나?

댓글 3 | 조회 6,789 | 2010.07.14
아내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나는 얼른 귀마개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 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림에 집중에 되지 않았다. 다음에 이사를 갈 때… 더보기

30번째의 생일과 공짜 음료수

댓글 1 | 조회 6,769 | 2011.04.27
손자 샘이 할머니랑 프란시스네 집을 다녀와서는 침을 튀기면서 말한다. “하지~ 프란시스형이 하지 팬 이래~”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프란시스가 내 칼럼을 항상 읽는… 더보기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댓글 0 | 조회 6,641 | 2010.08.24
전화벨 소리에 깨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3시였다. 아내가 한국 친구한테 온 전화일 것이니 받지 말라했지만 악착같이 벨이 울려 전화기를 들었더니 술이 얼큰한 후배였다… 더보기

낚시줄이 움직이는 소리....

댓글 9 | 조회 6,612 | 2010.10.12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방학이 되자 손자가 고기잡이 동요를 부르며 낚시를 가자고 보채여 가까운 바다로 낚시를 갔는데, 도착하… 더보기

설거지 잘하는 남자.....

댓글 1 | 조회 6,502 | 2010.04.13
요즘, 강 사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늦둥이가 잘 자라 집 안팎을 얼마나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더보기

부부

댓글 11 | 조회 6,482 | 2010.10.27
이른 새벽 풀밭에서 뭔지 모를 한 마리가 껑충껑충 뛰어가고 있었다. 마치 캥거루처럼, 토끼라고 보기에는 뛰는 동작이 너무 느리고 쥐라고 보기에는 너무 크고 포섬은… 더보기

벼락치기

댓글 5 | 조회 6,362 | 2011.03.08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낯선 마오리 한사람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크라이스트쳐치 지진으로 가족이 사고를 당해서 급히 가야하는데 비행기 삯… 더보기

나쁜 사람

댓글 15 | 조회 6,298 | 2011.06.14
우리 집 앞뜰 푸리리 나무에 앵두 같은 빨간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뉴질랜드 비둘기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와 열매를 따먹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비둘기는 일반 비둘기… 더보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댓글 6 | 조회 6,268 | 2010.10.04
은행에서 온 우편물을 뜯어 읽어보는 아내의 얼굴색깔이 점점 변해가더니 급기야 비명을 질러댄다.“어머머~ 이게 다 뭐야? 롯데리아, 이마트... 이거 다 한국에서 … 더보기

껍데기와 알맹이..

댓글 8 | 조회 6,003 | 2010.11.24
우리 성당에는 커다란 밤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가을에 밤송이가 떨어져 까보면 밤은 없고 쭉정이만 들어있다. 껍데기가 통통한 어느 밤송이를 까보아도 마찬가지이다. … 더보기

마지막 선물.....

댓글 2 | 조회 5,695 | 2010.12.21
이번 주면 손자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1년 동안 공부를 가르친 선생님과 작별을 하게 한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선물을 드리기에 좋은 시점인 셈이다. 손자의 마지… 더보기

동치미....

댓글 5 | 조회 5,675 | 2011.05.24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 뚜껑을 열고 살얼음 속에서 동치미를 퍼다 먹던 기억은 시골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가슴속까지 찌르르하고 시원한 그 느낌… 더보기

도사님이 말씀하시길...

댓글 8 | 조회 5,652 | 2011.07.26
주방에서 아내가 음식 찌꺼기를 닭 주고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냄새나는 음식 통을 들고 터덜터덜 닭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우드드드~~ 옆집 말 목장 테리가 목장차를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547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들을 쫓고 계셨다. 참새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얕보고 가까이 접근하여 닭의 모이를 축내고 있으니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신… 더보기

현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댓글 3 | 조회 5,538 | 2011.03.23
요즘 지구촌이 너무 심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호주의 내륙 쓰나미, 크라이스트쳐치의 지진, 중동의 내전, 그리고 일본의 대지진과 엄청난 쓰나미 참사에 이어… 더보기

4대가 사노라니....

댓글 1 | 조회 5,473 | 2011.01.14
주말이면 항상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들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놀러와 “얘들아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 아버지 별 일 없으셨지요?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11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흐르는 강물처럼~

댓글 4 | 조회 5,269 | 2011.04.12
“자네회사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 물갈이 좀 해야 돼.” 나는 사업하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구멍가게만한 회사에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더보기

말 궁둥이만 쫓아다녀라~

댓글 0 | 조회 5,236 | 2010.09.20
지붕의 빗물을 받아먹고 사는 우리 집은 1년에 몇 차례씩 지붕 물받이의 나뭇잎 청소를 해야만 한다. 물받이 홀이 너무 작아 내손은 들어가지도 않으니 주로 아내가 … 더보기

딸내미의 눈물.......

댓글 2 | 조회 5,108 | 2009.01.28
일주일동안 일을 마치고 첫 주급을 받아 온 딸내미가 주급 봉투를 열어 보더니 훌쩍 훌쩍 울고 있더군요. "주급 받았니? 근데 너 왜 우냐?" 내가 물었습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