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0 개 1,558 피터 황

ee74951184972ad24dff0524fbce4534_1547613234_6044.JPG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와인이나 커피 모두를 취급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자들이 커피의 향미에 눈을 뜨면서 와인처럼 커피를 가려 마시기 시작한 데 있다. 

 

먼저 맛과 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와인과 커피는 공통점이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려는 사람들 때문에 이들 두 음료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생산지의 기후와 토양은 물론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와인과 커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맛과 향의 배합이 가능하다. 그러니 와인과 커피 애호가들이 자신에게 맞는 맛과 향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아하다, 복잡하다, 풍부하다, 달콤하다’ 등 테이스팅을 하면서 맛과 향을 표현하는 어휘도 무척이나 유사하다. 질 좋은 와인에서 느끼는 풍미를 커피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품질을 평가하는 언어에서도 커피는 와인의 것을 많이 가져온 것도 사실이며 커피가 비록 개발도상국가에서 재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와인과 같은 감정체계를 개발하지 못해왔지만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각을 동일하게 전달하는 훌륭한 음료다. 

 

빈티지에 따라 원두 커피의 품질이 다른 것도 와인과 닮은꼴이다. 와인이 산지를 분류하듯이 커피도 마찬가지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같은 나라들은 법으로 커피 산지를 구분하고 있으며 콜롬비아는 86개 지역으로 산지를 나눈다. 포도가 전 세계에 수많은 품종이 있듯이 커피도 병충해에 강하고 향미가 뛰어난 품종을 개발하면서 점차 다양한 커피들이 등장하고 있다. 

 

훌륭한 와인은 지리, 토양, 기후와 날씨 패턴을 포함하는 그 지역의 특성을 전달하는 능력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와인의 명칭은 이같은 차이를 확인하고 보호하며 품질의 기준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커피도 최근에는 마케팅을 위해 테루아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가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형식적인 호칭(appellation)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점차적으로 특별한 지역이나 농장을 기록하는 것이 증가하고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생산국가별로 커피를 인식하고 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라 불리는 고품질의 포도로부터 온다. 예를 들어 피노누아(Pinot Noir)나 샤도네이(Chardonnay)라 불리는 품종들이다. 이들은 척박한 환경에 잘 견디는 비티스 라브루스카(Vitis labrusca)나 비티스 리파리아(Vitis riparia)와 같은 품종과 변종들로 분화한다. 커피도 유사한데 크게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구분된다. 아라비카는 스페셜티급 커피의 주요 원료가 되고 로부스타는 맛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주로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비티스 비니페라의 테두리 안에서 수백종의 포도 품종들이 상업 용 와인양조를 위해 재배되듯이 아라비카 종에도 부르봉(Bourbon), 티피카(Typica), 값비싼 게이샤(Geisha) 등 다양한 품종들이 있다. 

 

넓은 수확지역에서 분리된 예외적인 커피콩인 마이크로 랏(micro-lots)의 증가는 우수한 커피콩의 재배지역을 확인하게 해 주는데, 이는 와인에서 싱글 빈야드(single-vineyard)의 개념과 유사하다. 와인 상인들이 우수한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유지하려 하듯이 동일한 개념이 커피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커피의 질은 농장의 관습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채집자들은 단순히 수확한 커피콩의 무게로 돈을 받았다. 오랜 기간동안 질보다 양이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매가 익은 것을 확인하고 분류하고 가공하는 방법과 병충해나 물 관리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농부들의 능력과 수입이 향상됐다. 수입이 많아지니 커피산지에서도 품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와 더불어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만들어져 커피의 외관, 질감, 깔끔함 등을 평가해 8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규정해 품질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 

 

와인이 유대 기독교의 유럽문화에 기반을 둔 음료라면 커피는 이슬람 세계의 특징적인 음료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문명 어디에서나 와인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아랍이 정복한 곳에서는 예외없이 커피가 발견된다. 커피와 와인은 극명하게 다른 두 문화를 대변하는 음료였지만 인간의 역사가 흐르면서 유럽문명과 아랍문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근대문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한 잔의 커피와 와인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풍요롭게 한다. 불화와 갈등을 해소시키는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뜻한 커피와 향기로운 와인의 자리에 진실한 사랑이 더해질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바다로 간 산타클로스

댓글 0 | 조회 1,641 | 2020.12.08
숨죽여 가만히 정지해 있거나 심지어 거센 물결에 밀려서 거꾸로 걷는 것 같았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거울나라에 가서 붉은 여왕과 손을 잡고… 더보기

개천용(龍)들의 소울푸드, 라면의 정석

댓글 0 | 조회 1,903 | 2020.11.11
영화 ‘넘버 3’의 삼류킬러 송강호는 부하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홍수환이 챔피언이 되고 임춘애가 금메달을 딴 것이 라면을 먹고 운동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더보기

테스형(兄)도 모르는 와인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712 | 2020.10.14
다이어트의 역사는 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탐식이나 비만을 죄악시했고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Socrates)는 ‘식욕이 강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더보기

집 한채 값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2,926 | 2020.09.09
1945년산 1병의 가격이 6억 3000만원에 낙찰된 지 몇 분 후에 1937년산도 예상했던 가격보다 20배 이상의 가격으로 경매되었다. 물론 품질뿐만 아니고 와… 더보기

말(馬)이야 막걸리야

댓글 0 | 조회 1,874 | 2020.08.11
구불구불한 골목의 끝에 다다라서야 간판도 없는 피맛골의 전봇대집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투박한 양푼에 담긴 막걸리와 이면수구이 한 접시가 자동으로 … 더보기

맥주의 품격

댓글 0 | 조회 1,643 | 2020.07.15
슈퍼마켓 완전정복 (3)겨울철에도 맥주의 소비는 꾸준한 편이다. 기존의 소비자들이 맥주의 ‘청량감’을 즐겼다면 현재는 맥주도 와인처럼 향과 풍미를 음미하며 천천히… 더보기

슬기로운 와인생활

댓글 0 | 조회 1,902 | 2020.06.10
슈퍼마켓 완전정복 (2)이태리 베네치아를 여행하다가 터미널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버스기사가 장담하는 최고의 커피라는 말을 그땐 믿지 않았… 더보기

왕년의 감기 퇴치법

댓글 0 | 조회 2,392 | 2020.05.13
편도선염이 심했던 초등학교 시절, 난 가장 먼저 감기에 걸리는 편에 속했다. 어머니는 한솥가득 보릿잎으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지만 질기고 깔깔한 잎이 목에 닿아서 … 더보기

슈퍼에 와인이 돌아왔다

댓글 0 | 조회 3,674 | 2020.03.11
슈퍼마켓 완전정복 (1)슈퍼마켓와인이 진화하고 있다. 5달러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은 물론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와인회사로 국한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30달러이상하… 더보기

음식은 이제 패션이다

댓글 0 | 조회 1,762 | 2020.02.11
솔직하게 말해서 예쁜 건 마다하기 힘들다.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한 것이 삶의 지향점이 되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저염식과 채식주의, 오가닉 푸드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보기

짜파구리와 피 맛의 추억

댓글 0 | 조회 1,909 | 2020.01.15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국물라면 너구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뭐니뭐니 해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한우 채끝살을 소금, 후추… 더보기

맛과 향의 연금술, 발효의 비밀

댓글 0 | 조회 1,715 | 2019.12.10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볶거나 갈 때 그 향은 정말 강렬하다.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향은 막 만들었을 때만 유효하고 시간이 지나면 … 더보기

복분자에 취한 민물장어의 꿈

댓글 0 | 조회 1,606 | 2019.11.12
혹시 동백꽃이 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동백꽃이 지는 건 독특하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거나 시들고 빛깔이 바래서 지는 다른 꽃들과는 달리 동백은 너무나도 멀쩡한… 더보기

봄에 바람이 부는 이유

댓글 0 | 조회 2,889 | 2019.10.08
고혈압으로 평생 약을 드시던 어머니가 쓰러지신 이후로 하루도 병상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고 보낸 적은 없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마냥 마누카의 하얀 꽃이 바람에… 더보기

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댓글 0 | 조회 1,660 | 2019.09.11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국민주인‘희석식 소주’의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발효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 더보기

쉬라즈(Shiraz)와 이순신 병법(兵法)

댓글 0 | 조회 1,548 | 2019.08.13
임진년(1592년)이후 7년간의 해전을 통해 보여준 전승무패의 역사는 한국인의 가슴에 신화가 되었다. 승리의 원리는 불리한 상황에서는 질(質)적인 전투력으로 일본… 더보기

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댓글 0 | 조회 1,641 | 2019.07.10
1813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가 프랑스를 침략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던 랭스(Reims)지역을 점령했을 때 포도밭을 맘대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남편 프랑수아…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1,627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같은 종류의 유전인자를 갖게 돼 성격, 행동, 질병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더보기

잡종의 생존법칙

댓글 0 | 조회 1,592 | 2019.05.14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1,715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 더보기

향기(香氣)를 잃으면 독(毒)이 된다

댓글 0 | 조회 1,561 | 2019.03.13
화학약품의 조합으로 실험실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고 콘크리트 빌딩에서 컴퓨터로 채소와 과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향을 잃은 식재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더보기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댓글 0 | 조회 1,532 | 2019.02.13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 더보기
Now

현재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댓글 0 | 조회 1,559 | 2019.01.16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 더보기

프로세코여~.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댓글 0 | 조회 1,519 | 2018.12.12
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더보기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1,608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