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당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어머니의 마당

0 개 1,008 오클랜드 문학회

글쓴이: 성 백군

 

마당이 넓은 집

십수년 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날부터 어머니 혼자 사셨다

당신 고생하시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잠시 귀국하여 머무는 동안은 

농사 접겠다고 하셨는데

몇 년 후 와 보니

아들 집 떠나자마자 다시 시작하신 농일

앞마당이 텃밭으로 변했구나

아버지 등 같은 마당을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사정없이 팠을 것이다

그래도 그리움이 가시지 않으셨는지

한여름 뙤약볕이 골마다 눈물에 젖어

배추 무 고추 마늘 참깨 들깨 콩

잘도 자랐구나

 

어느새 성큼 다가선 가을 한 날

추수한 알곡을 몫 지어 나누어 놓고

시집간 딸들이야 해마다 들리니 

무슨 염려가 있으리오마는

이민 간 아들 몫은 어찌할거나

먼 하늘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

설움이 고여

낯설고 까마득한 거리가 못내 미운데

친구놈 찾아와 주책없이 하는 말

딸네만 챙기지 말고

미국 간 아들에게도 보내주셔야지요

어머니 벌컥 화를 내시며

그놈 부자나라에 가서 잘 산다는데, 

설마 먹을 것 없을까봐

그래놓고 돌아셔서 우셨단다

 

인편에 보내주신 밑반찬 잘 받았다고 전화했더니

나, 귀먹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

전화비 오른다. 그만 끊어

찰깍,

어머니도 참, 구십 노인 안부도 못 물어봤는데

삼십 넘은 손자 손주들은 밥상에 앉아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 할머니 음식 솜씨 최고라며 잘도 먹는데

나는

한 숟갈 뜨다 말고 가슴이 자꾸 저려

눈물만 먹는다

까닭 모르는 아이들 물음을 뒤로한 채

어머니의 마당은 깊어만 간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03 | 1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63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댓글 0 | 조회 180 | 2024.03.26
시인 이 해인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다가그간 안녕이라는 말보다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자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바람보다, 구름… 더보기

한 사람을 사랑했네

댓글 0 | 조회 483 | 2024.03.13
시인 이 정하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은내 인생 전체를 … 더보기

아버지의 빛

댓글 0 | 조회 515 | 2024.02.27
시인 신 달자​1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땅은 나의 아버지하산하는 길에발이 오그라 들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저리게 황망하다자갈에 … 더보기

사랑은 싸우는 것

댓글 0 | 조회 394 | 2024.02.13
시인 안 도현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이 세상 어디에선가나와 같이 후회하… 더보기

서울복음 2

댓글 0 | 조회 441 | 2024.01.30
시인 정 호승너희는 너희에게 상처 준 자를 용서하라.한 송이 눈송이 타는 가슴으로마른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으로너희는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게 감사하라.감사가 없는… 더보기

새해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댓글 0 | 조회 249 | 2024.01.17
시인 정 진하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라간절한 소원을 밤마다 외쳐라지치면 지칠수록 더 크게 외쳐라더 큰 용기와 더 큰 꿈을 가져라가야될 인연의 길이 엇갈렸다… 더보기

행복해진다는 것

댓글 0 | 조회 573 | 2023.12.21
시인 헤르만 헤세인생에 주어진 의무는다른 아무것도 없다네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그런데도그 온갖 도덕온갖 계명을 갖고서도사람… 더보기

하동

댓글 0 | 조회 405 | 2023.12.13
시인 이 시영하동쯤이면 딱 좋을 것 같아. 화개장터 넘어 악양면 평사리나 아, 거기 우리 착한 남준이가 살지. 어쩌다 전화 걸면 주인은 없고 흘러 나오던 목소리.… 더보기

우화의 강

댓글 0 | 조회 259 | 2023.11.29
시인 마 종기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친구의 웃음소리… 더보기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댓글 0 | 조회 315 | 2023.11.14
시인 유하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그대가 오리라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 더보기

저절로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 없다

댓글 0 | 조회 426 | 2023.10.25
시인 이 승하- 아내에게또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군저절로 태어나는 것은 이 우주에 없지살비듬 하나가 방바닥에 떨어져 먼지가 되기까지새 살이 죽은 살을 밀… 더보기

不惑의 秋夕

댓글 0 | 조회 455 | 2023.10.10
시인 천 상병침묵은 번갯불 같다며,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老子께서 말했다.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나는 너무 덤볐고,시끄러웠다.혼자의 추석이오… 더보기

귀가

댓글 0 | 조회 320 | 2023.09.27
시인 도 종환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총총히 돌아서 갔다그들은 모두 낯선 … 더보기

동두천 1

댓글 0 | 조회 498 | 2023.09.12
시인 김명인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그래 어둠 속에서번쩍이는 신호등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내 급한 생각으로는 대체로 우리들도 어디론가가고 있는 중이… 더보기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댓글 0 | 조회 668 | 2023.08.23
시인 김 광규4 · 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어리석게도 우리… 더보기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댓글 0 | 조회 553 | 2023.08.08
시인 : 김 승희가장 낮은 곳에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더보기

알레그로

댓글 0 | 조회 414 | 2023.07.25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머암울한 하루가 가고 하이든을 연주한다손에 따스함이 느껴진다건반들은 흔쾌하고, 망치들은 경쾌하다소리는 푸르고 생기있고 차분하다자유는 존재한… 더보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댓글 0 | 조회 529 | 2023.07.11
시인: 포구르 파로흐자드나의 작은 밤 안에, 아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나의 작은 밤 안에적막한 두려움이 있어들어 보라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나… 더보기

공터의 마음

댓글 0 | 조회 506 | 2023.06.28
시인 함 민복내 살고 있는 곳에 공터가 있어비가 오고, 토마토가 왔다가고서리가 오고, 고등어가 왔다가고눈이 오고, 번개탄이 왔다가고꽃소식이 오고, 물미역이 왔다가… 더보기

혼자 웃는 사람

댓글 0 | 조회 653 | 2023.06.13
시인 : 정 병근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그는 자다가 깨어난 사람거짓말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그는 죽었다가 살아났다팔뚝에는 날카로운 것이 지나간 자국이 있… 더보기

말을 찾아서

댓글 0 | 조회 550 | 2023.05.24
시인: 쉼보르스카용솟음치는 말로 표현하고 싶었다있는 그대로, 생생하게,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말을 골랐다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 보지만어느 것도 마땅찮… 더보기

우리가 어느 별에서

댓글 0 | 조회 598 | 2023.05.10
시인 정 호승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 더보기

새벽 편지

댓글 0 | 조회 488 | 2023.04.25
시인 곽 재구새벽에 깨어나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