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낙엽(春風落葉)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춘풍낙엽(春風落葉)

0 개 1,184 오소영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  

 

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 

 

파아란 새순에게 밀려난 꽃잎들이 훌훌히 떨어져 바람에 나부낀다. 앙탈하듯 어미품을 떠나는 작은 꽃잎 꽃잎들. 보기에 애처롭다. 갑자기 뭔지모를 슬픔같은게 가슴을 조여온다. 

 

저 꽃잎이 마지막 가는 곳은 어딜까? 혼자서 방황하듯 떠다니다 사라지는 그 정체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늘 그렇듯 청청한 신록의 나무만 오래도록 보겠지. 

 

올사람도 없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폴’할아버지가 왠일일까? 

 

그가 난해한 표정으로 서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얼른 설명이 안되는 모양이다. 그 분도 나도 똑같이 답답하다. 한참을 망서리던 그가 목에다 손을 대고 ‘안나’이름을 부르며 하늘을 가리켰다. 아내 ‘안나’가 죽었다고 알리는 말이었다. 

 

“안돼, 안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 고 줄줄 흘러내렸다. 눈을 가리고 마냥 울었다. 노인이 괜찮다고 말했다. 주객이 바뀌어 버렸다. 그가 날 조용조용히 달래 놓고 천천히 돌아서 갔다. 

 

내가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잘 모르겠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표정만으로도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주고 받은 말 한마디 맘껏 전달 못했어도 우리는 돈독한 이웃 정으로 살았던게 틀림없다. 

 

그 집안에는 한국 민속풍의 작은 인형들이 몇점 걸려 있다. 영국풍의 실내장식과 별스러운 조화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자랑으로 아는것 같았다. 우리 집에도 물론 그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며 유럽풍 인형이 낯설지않게 놓여 있다. 열 다섯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눠진 따뜻한 온정의 표시였다. 부지런하고 자상한 남편과 늘 화사한 웃음으로 행복이 넘치는 부부였다. 

 

21924e485f2f6c562412866222fc84d0_1540370016_7185.png
 

수년전에 다녀가신 언니의 안부를 나보다 더 궁금해서 자주 물어주기도 한다. 아내 ‘안나’가 병을 얻은지는 이년 좀 넘었다. 

 

어느날, 부부가 외출에서 돌아오며 마주친 내게 말했다. 

 

“안나가 암에 걸렸어...” 

그는 무슨 자랑이라도 하듯 가볍게 손가락 두개를 세웠다. 이 년밖에 못산다는 말인가보다.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놀랜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크게 충격을 받았을텐데... 그런게 영국사람의 자존심일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것 같았다. 

 

몇년전 옆집의 ‘로즈’할머니가 죽었을 때도 그랬었다. 잠시 여행 떠난 사람 말하듯이 아주 가볍게... 살만큼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 일은 너무나 타당한 이치이기에 흔들림없이 조용히 그렇게 보내는 것일까? 

 

그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았다. 병수발을 자식들 한번 안 부르고 오직 혼자서 열심히 해냈다. 최근에는 급하게 휠체어를 끌고 아내를 병원으로 실어날랐다. 

 

살아있을 때 정성을 다하고 떠난뒤에 미련은 없는가보다. 인생을 바르게 살아내려면 그게 옳은 답이라고 생각되었다. 

 

‘안나’가 없는 집은 여전히 평온할 뿐이다. 남편이 가꾸는 뜨락에는 색깔 맞춰 심은 작은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웃고 있다. 아침 일찍 먹거리를 사서 들고오는‘폴’의 발걸음은 여전히 씩씩하다. 슬픔같은건 그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다.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뒷모습에서 억지로 외로움 같은 걸 찾아내는 내가 더 슬픈가. 

 

한쌍의 잉꼬처럼 항상 둘이서 외출하던 그들의 그림이 먼 옛일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남편을 대하던 예쁜 할머니. 그녀가 나와 동갑내기라는게 또 맘에 걸린다. 행복에 겨워서 남편의 멋진 배웅까지 받으려고 먼저 떠났을까? 

 

하얀 버짐을 얼굴가득 담고서도 휠체어에 실려 밝게 웃어 주던 ‘안나’할머니.

 

“베리 콜드...” 

날씨가 추운데 너는 괜찮으냐고 걱정을 해 준다. 죽기 바로 며칠전의 일이었다. 

 

백옥처럼 눈이 부신 레이스커텐이 빨랫줄에서 춤을 춘다. 

 

부지런한 ‘폴’이 또 창문을 벗겨놨다. 아내의 병중에도 늘 하던 부지런이었지만 지금은 그 부지런이 청승처럼 보인다. 아내의 뒷바라지가 없어 심심해서일까? 아니면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중의 하나일까? 

 

장례식에도 참석못한 내게 어느날인가 아내를 마지막 보냈던 날의 카드를 전해주었다. 열다섯살 어린 소녀의 귀여움이 묻어나는 사진이 앞면가득. 뒷면에 죽은이의 최근 모습이 담겨있다. 우리 한인들 장례식에선 한번도 본 적없는 품위있는 카드였다. 떠나보내는 이의 정중함이 한가득 느 껴졌다. 그 카드 안에 띄운 노랫말이 또한 너무도 감동이 었다.

 

21924e485f2f6c562412866222fc84d0_1540370035_833.png
  

1964년 영국 가수‘실라 블랙’이 불러서 유럽전역에 대 히트를 했다는  유명한 노래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 영국인 부부가 아닌가. 그 둘만의 어떤 특별한 추억이 꼭 담겨 있을것만 같다. 봄바람에 낙엽되어 훌훌히 떠나간 ‘안나’는 지금 어디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2028 대입개편 시안은 해외고 출신에게 유리할까?

댓글 0 | 조회 1,236 | 2023.10.11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에서는 대입제도는 미래인재 양성에 기인하면서, 학생-학부모-고교-대학모두 예측 가능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보기

사회에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리커넥트 - 9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752 | 2023.10.11
1.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지난 9월 13일, 리커넥트는 “Discover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엡섬에 있는 Elizabeth … 더보기

배가 차가운 거 같아요!

댓글 0 | 조회 820 | 2023.10.11
예전에는 나이 든 어른이나 ‘무릎이 시리다’, ‘등에서 찬바람이 난다’, ‘배가 차다’고 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과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경… 더보기

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768 | 2023.10.11
봉화 축서사 참선 템플스테이깨달은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템플스테이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축서사에 다녀와서 어떻게 살 것인가.궁금하지 않은가?우선 마음의 … 더보기

사회적 타살의 일상성

댓글 0 | 조회 508 | 2023.10.11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려는 이들이 늘 집중 공격하는 것은 농업 집단화나 숙청 때와 같은 대규모 국가폭력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스탈린주의를 변호할 수는 없다. 혁… 더보기

시골다방

댓글 0 | 조회 548 | 2023.10.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몰래처음 가 본 다방에서가져다 주는 커피에눈도 마주치지 못하고설탕만 많이 넣어 마셨다만나자 소심하게 말하고는다방 구석에… 더보기

뱃살이 고민이신가요?

댓글 0 | 조회 564 | 2023.10.11
왠만하면 잘 빠지지 않는 아랫배 쏙 들어가는 초보자 5분 복근운동. 선선해진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식욕이 더 좋아져 먹는 양을 조절하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많은데… 더보기

한민족의 미래

댓글 0 | 조회 537 | 2023.10.10
한민족은 한반도와 해외 여러 지역에 살면서 한인(Korean)으로서의 공통적 혈통과 문화를 공유(共有)하거나 공유한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계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보기

不惑의 秋夕

댓글 0 | 조회 449 | 2023.10.10
시인 천 상병침묵은 번갯불 같다며,아는 사람은 떠들지 않고떠드는 자는 무식이라고老子께서 말했다.그런 말씀의 뜻도 모르고나는 너무 덤볐고,시끄러웠다.혼자의 추석이오… 더보기

신기술이민의 불변조항 살펴보기

댓글 0 | 조회 1,228 | 2023.10.10
새롭게 단장한 기술이민법이 지난 10월 9일을 기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18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모으고 모아야 한다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단 6점만 따게 되면 언… 더보기

동양인들을 위한 NGO의 행사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614 | 2023.10.10
정부에서는 많은 비영리 법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데 그 동안 동양인 커뮤니티들을 위한 지원들은 다른 인종그룹들에 비해 저조했었고 미비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지… 더보기

우즈벡 겉핥기

댓글 0 | 조회 474 | 2023.10.10
우즈베키스탄에 오면서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으려 일부러 알아보지 않고 왔다. 저녁에 공항에 내려 숙소로 오는데 상당히 놀랐다. 운전이 왜 이러지? 시내의 도로는 우… 더보기

재산 관계법(PRA) 과 다수의 파트너의 관계성

댓글 0 | 조회 647 | 2023.10.10
법원의 역할은 국회의 입법을 특정 사례에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필요한 경우 입법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나 이때 공백 채우기가 국회의 입법 역할을… 더보기

Study tips: 성공적인 학습 일정 만들기

댓글 0 | 조회 429 | 2023.10.10
“너무 바빠서 깜빡했다”라는 이유로 숙제를 제출하는 것을 잊어버린 경우가 자주 있습니까?아니면 공부하려고 앉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나요?만약 이런 문제… 더보기

인간의 본래 기능을 다 찾으려면

댓글 0 | 조회 371 | 2023.10.10
외경과 연결이 안 되었다고 해서 당장 죽거나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이 원래 가졌던 기능을 다 찾으려면 외경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다들 이… 더보기

‘박쥐 여인’의 경고

댓글 0 | 조회 1,131 | 2023.10.07
통계청(統計廳, Statistics Korea)이 발표한 ‘2022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022명으로 처음 1,000명을 … 더보기

귀에서 물이나 고름이 나오나요?

댓글 0 | 조회 1,258 | 2023.09.27
중이염은 크게 화농성과 삼출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은 병의 진행기간으로 보아 다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여기에서 설명할 화농성 중이염은 쉽게 말해… 더보기

그대, 지극히 적은 소수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482 | 2023.09.27
이제 2023년의 3번째 텀이 끝나고 연말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4번째 텀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학생들은 크게 두가지의 부류로 나뉘게… 더보기

직원과 계약직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댓글 0 | 조회 1,214 | 2023.09.27
직원과 계약직을 둘다 고용하시는 중이신가요? 그들은 다르게 급여를 받고 세금이 부과됩니다.당사자가 무엇이라고 부르던, 그 설명은 결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근로자의… 더보기

​제7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수상소감 - 메도무라 슌

댓글 0 | 조회 380 | 2023.09.27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제게 수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정위원을 비롯한 문학상 관계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소설이… 더보기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도움이 되는 3가지 학습 전략

댓글 0 | 조회 451 | 2023.09.27
여러분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끊임없이 힘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공부를 하고 나서 그 공부한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해야 … 더보기

잘록한 허리 만들어주는 3가지 운동

댓글 0 | 조회 554 | 2023.09.27
먹는 걸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때론 넘치는 식욕이 조절이 안될 때가 있는데요, 특히 저녁은 조금 일찍 먹거나 적게 먹어야지 다짐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늦게 먹거나… 더보기

명쾌하게 이해되는 VISITOR비자

댓글 0 | 조회 1,112 | 2023.09.27
뉴질랜드 국적자가 한국에 입국하고자 하면 사전에 비자를 신청해서 받아야만 할까요? 반대로, 한국 국적자가 뉴질랜드에 입국하고자 한다면 비자가 필요할까요? 일반적으… 더보기

‘청어’ 신선한 열정, 멋지다

댓글 0 | 조회 559 | 2023.09.27
봄이 문 앞에서 서성대며 보챈다. 어서 반갑게 맞이해 달라고 . . .오늘아침 단장님 굿모닝 톡에도 봄소식이 묻어왔다. 고목에 새 순이 돋아나니 우리도 힘내자는 … 더보기

귀가

댓글 0 | 조회 314 | 2023.09.27
시인 도 종환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총총히 돌아서 갔다그들은 모두 낯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