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낙엽(春風落葉)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춘풍낙엽(春風落葉)

0 개 1,175 오소영

양지에 나서도 한기를 느끼는 봄바람. 품 속을 파고드는 첩의 바람이 두려운 9 월. 벚꽃 화사하게 피었는가 싶더니 아쉽다.  

 

세상구경 급해서 밀고 나오는 것일까? 

 

파아란 새순에게 밀려난 꽃잎들이 훌훌히 떨어져 바람에 나부낀다. 앙탈하듯 어미품을 떠나는 작은 꽃잎 꽃잎들. 보기에 애처롭다. 갑자기 뭔지모를 슬픔같은게 가슴을 조여온다. 

 

저 꽃잎이 마지막 가는 곳은 어딜까? 혼자서 방황하듯 떠다니다 사라지는 그 정체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늘 그렇듯 청청한 신록의 나무만 오래도록 보겠지. 

 

올사람도 없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폴’할아버지가 왠일일까? 

 

그가 난해한 표정으로 서있다.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얼른 설명이 안되는 모양이다. 그 분도 나도 똑같이 답답하다. 한참을 망서리던 그가 목에다 손을 대고 ‘안나’이름을 부르며 하늘을 가리켰다. 아내 ‘안나’가 죽었다고 알리는 말이었다. 

 

“안돼, 안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 고 줄줄 흘러내렸다. 눈을 가리고 마냥 울었다. 노인이 괜찮다고 말했다. 주객이 바뀌어 버렸다. 그가 날 조용조용히 달래 놓고 천천히 돌아서 갔다. 

 

내가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잘 모르겠다. 15년이라는 긴 세월 표정만으로도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주고 받은 말 한마디 맘껏 전달 못했어도 우리는 돈독한 이웃 정으로 살았던게 틀림없다. 

 

그 집안에는 한국 민속풍의 작은 인형들이 몇점 걸려 있다. 영국풍의 실내장식과 별스러운 조화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자랑으로 아는것 같았다. 우리 집에도 물론 그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며 유럽풍 인형이 낯설지않게 놓여 있다. 열 다섯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눠진 따뜻한 온정의 표시였다. 부지런하고 자상한 남편과 늘 화사한 웃음으로 행복이 넘치는 부부였다. 

 

21924e485f2f6c562412866222fc84d0_1540370016_7185.png
 

수년전에 다녀가신 언니의 안부를 나보다 더 궁금해서 자주 물어주기도 한다. 아내 ‘안나’가 병을 얻은지는 이년 좀 넘었다. 

 

어느날, 부부가 외출에서 돌아오며 마주친 내게 말했다. 

 

“안나가 암에 걸렸어...” 

그는 무슨 자랑이라도 하듯 가볍게 손가락 두개를 세웠다. 이 년밖에 못산다는 말인가보다.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놀랜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크게 충격을 받았을텐데... 그런게 영국사람의 자존심일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것 같았다. 

 

몇년전 옆집의 ‘로즈’할머니가 죽었을 때도 그랬었다. 잠시 여행 떠난 사람 말하듯이 아주 가볍게... 살만큼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 일은 너무나 타당한 이치이기에 흔들림없이 조용히 그렇게 보내는 것일까? 

 

그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았다. 병수발을 자식들 한번 안 부르고 오직 혼자서 열심히 해냈다. 최근에는 급하게 휠체어를 끌고 아내를 병원으로 실어날랐다. 

 

살아있을 때 정성을 다하고 떠난뒤에 미련은 없는가보다. 인생을 바르게 살아내려면 그게 옳은 답이라고 생각되었다. 

 

‘안나’가 없는 집은 여전히 평온할 뿐이다. 남편이 가꾸는 뜨락에는 색깔 맞춰 심은 작은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웃고 있다. 아침 일찍 먹거리를 사서 들고오는‘폴’의 발걸음은 여전히 씩씩하다. 슬픔같은건 그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다.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뒷모습에서 억지로 외로움 같은 걸 찾아내는 내가 더 슬픈가. 

 

한쌍의 잉꼬처럼 항상 둘이서 외출하던 그들의 그림이 먼 옛일처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남편을 대하던 예쁜 할머니. 그녀가 나와 동갑내기라는게 또 맘에 걸린다. 행복에 겨워서 남편의 멋진 배웅까지 받으려고 먼저 떠났을까? 

 

하얀 버짐을 얼굴가득 담고서도 휠체어에 실려 밝게 웃어 주던 ‘안나’할머니.

 

“베리 콜드...” 

날씨가 추운데 너는 괜찮으냐고 걱정을 해 준다. 죽기 바로 며칠전의 일이었다. 

 

백옥처럼 눈이 부신 레이스커텐이 빨랫줄에서 춤을 춘다. 

 

부지런한 ‘폴’이 또 창문을 벗겨놨다. 아내의 병중에도 늘 하던 부지런이었지만 지금은 그 부지런이 청승처럼 보인다. 아내의 뒷바라지가 없어 심심해서일까? 아니면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중의 하나일까? 

 

장례식에도 참석못한 내게 어느날인가 아내를 마지막 보냈던 날의 카드를 전해주었다. 열다섯살 어린 소녀의 귀여움이 묻어나는 사진이 앞면가득. 뒷면에 죽은이의 최근 모습이 담겨있다. 우리 한인들 장례식에선 한번도 본 적없는 품위있는 카드였다. 떠나보내는 이의 정중함이 한가득 느 껴졌다. 그 카드 안에 띄운 노랫말이 또한 너무도 감동이 었다.

 

21924e485f2f6c562412866222fc84d0_1540370035_833.png
  

1964년 영국 가수‘실라 블랙’이 불러서 유럽전역에 대 히트를 했다는  유명한 노래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그들 영국인 부부가 아닌가. 그 둘만의 어떤 특별한 추억이 꼭 담겨 있을것만 같다. 봄바람에 낙엽되어 훌훌히 떠나간 ‘안나’는 지금 어디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2024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분석 결과 리뷰

댓글 0 | 조회 401 | 1일전
2024학번 수험생들은 2020년부터 약 3년 여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며 고등학교 3년 대부분을 보냈던 코로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극단적으… 더보기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

댓글 0 | 조회 431 | 2일전
뉴질랜드의 투자 기회를 높이는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Active Investor Plus Visa) 비자 소개중요한 발전으로,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가 … 더보기

매일 아침 10분 모닝 요가

댓글 0 | 조회 184 | 2일전
아침마다 침대에서 나오기 힘드신 분들, 특히 눈은 떠져도 몸이 말을 듣질 않아 한참을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리게 되는 분들을 위한 영상입니다. 굳이 매트를 찾아 깔… 더보기

장 건강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345 | 2일전
저는 한의사도 아니고 기능의학자도 아니며 자연치료사도 아니다. 다만 자연치료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는 그들이 지향하는 치료 방향에 공감을 하며 그들… 더보기

가을논에서

댓글 0 | 조회 119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한적한 양구 벼 베낸 논에공 하나 들고 들어가논물 막았던 돌멩이로 골대 만들고혼자 이리저리 차며 논다지나던 논 주인일까뭐하슈어릴 적 생각이 … 더보기

참으로 좋은 삶, 늦복에 있네

댓글 0 | 조회 136 | 3일전
처음 영정사진을 찍었을 때가 육십대 후반 칠순을 목전에 두었을 즈음이다.친구들이 앞다투어 몰려가는데 나는 사실 가고싶지 않았다. 마음은 아직도 새파란 청춘인데 영… 더보기

우화루에 꽃비 내리는 날

댓글 0 | 조회 57 | 3일전
완주 화암사와 파주 보광사의 목어“이곳에도 부처님이 오실까요?” 가까스로 길을 물어 절에 다다랐을 때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무심코 새어나온 물음. 완주 불명산 시루… 더보기

왕초보를 위한 워크비자 입문서

댓글 0 | 조회 448 | 3일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노동을 하기 위한 최적의 비자는 단연코 워크비자(work visa)입니다. 워크비자가 아니더라도 세금(PAYE)을 납부하면서 당당하게 근무하… 더보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댓글 0 | 조회 128 | 3일전
시인 이 해인먼 하늘노을지는 그 위에다가그간 안녕이라는 말보다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자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바람보다, 구름… 더보기

호흡이 안 되는 이유

댓글 0 | 조회 332 | 3일전
호흡이 안 되는 것은 대개 불안해서입니다. 초조하고 근심걱정이 많으면 가슴 부위에 기운이 뭉칩니다. 잡념이 많으면 호흡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지요. 숨 쉴 때만이라… 더보기

직원의 번아웃

댓글 0 | 조회 762 | 3일전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량, 충분하지 않은 보상, 붕괴된 일과 사생활의 균형,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하는 육체와 정신의 붕괴 현상을 말합니다. 피고용인이 번아웃에 빠… 더보기

체질이 궁금하세요?

댓글 0 | 조회 258 | 3일전
서양의학의 발전에 가려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던 한의학이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이것은 서양의학이 환자 자신이 느끼는 증세보… 더보기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228 | 3일전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때에 누가 자기 혈액의 백혈구(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켜 도로 주입하면 치유와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해서 그걸 해 보았다. … 더보기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

댓글 0 | 조회 893 | 7일전
지난주 아내와 함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1층 소재 메가박스에서 영화 <소풍>(러닝타임 114분)을 관람했다. 지난 2월 7일 개봉한 <소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264 | 2024.03.13
리커넥트는 다가오는 4월을 시작으로, 정신건강이라는 주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웰빙을 향상하는 목표로 Henderson High School에서 “Care to…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185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두니 한 절기는 반 달(15일) 만에 돌아온다. 절기의 시작은 입춘(立春)이고 올해는 2월 4일이다. 입춘이 지나고 15일(… 더보기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364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 더보기

한 사람을 사랑했네

댓글 0 | 조회 355 | 2024.03.13
시인 이 정하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슬픔과 그리움은내 인생 전체를 … 더보기

우선순위가 있는 삶

댓글 0 | 조회 275 | 2024.03.13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갈등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보면서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더보기

호미로 일군 미각 혁명, 망경산사

댓글 0 | 조회 185 | 2024.03.13
사찰음식 초짜의 사찰 탐방기무던히 잘만 달리던 소나타가 비탈길을 만나 고속의 알피엠(rpm)으로 헐떡이더니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연이은 굽잇길에 휘청였다. 좌회… 더보기

욕실 리모델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댓글 0 | 조회 527 | 2024.03.13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 중 하나인 욕실을 새롭게 꾸미려고 할 때, 그 설렘이란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어… 더보기

입만 벌려도 턱이 너무 아파요 ㅠ ㅠ

댓글 0 | 조회 355 | 2024.03.13
말을 하거나 음식을 씹는 행위를 제외하고도 하루 중 우리의 턱관절은 침을 삼키기 위해 잠을 잘 때에는 1분에 1번, 잠을 자지 않을 때에는 1분에 2번 움직인다.… 더보기

기업 감사(audit)를 준비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398 | 2024.03.12
특정 규모의 기업들에게는 정기 감사는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감사를 위해 최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재무를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감사 준비는 철저해야 하며… 더보기

하체 집중 케어 요가

댓글 0 | 조회 374 | 2024.03.12
볼록한 앞벅지 1cm 얇아지는 운동과 스트레치“유독 앞벅지 살이 툭 튀어나와 고민이에요 ㅠㅠ”“이상하게 엉밑살(엉덩이 밑의 군살)에 살이 잘 안빠져요..”제 유튜… 더보기

남자의 마음

댓글 0 | 조회 297 | 2024.03.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비가 그친 강물에마음 설레고 싶어홀로 강가를 걷다가심하게 넘어진 날약 발라주던 아내가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교회에 있어야 할 시간에땡땡이쳐 받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