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겨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아버지의 겨울

0 개 1,261 오소영

a7a37213e822d253fa38847935c251e2_1537863680_4114.jpg
 

친정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살던 시절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어머니가 병이 나셨나?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무슨 일인지 약간의 긴장을 하면서 달려갔다.

 

함께 살던 아들들 가족 분가시키고 두분만 오롯이 남아 사는 헐헐한 집이었다. 어머니가 역시 안 보였다. 그럴리 없는 일이지만 혹시 부부 다툼이라도 있었던걸까? 아버지의 표정부터 살폈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나를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네 어머니는 장에 가셨다. 이리 좀 들어와 봐!”

장난끼가 보이는 눈빛으로 한발 먼저 들어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장농서랍 깊은 곳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를 한참 찾는 아버지. 긴장이 풀리고 맥이 빠지려는 찰나 아버지의 손에는 빳빳한 고액지폐 몇장이 들려 있었다. 비상금을 털어 딸에게 용돈을 주시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잠시 설레었다.

 

“이 돈 가지고 가서 왜 그거있지...”그게뭔지 한참을 주춤거린후 생각난듯이“여자들 들고다니는 빽... 핸 드 백...그거 하나 사다주렴... 아무도 모르게...비밀이다..”

 

눈이 동그랗게 놀래서 바라보는 딸을 등떠밀어 내쫓듯 돌려세웠다.“네 어머니 선물이니까 알아서 잘 골라봐”

 

의구심 가득한 딸을 안심시켜야하는 아버지의 구차스러운 변명섞인 부탁이었다.

 

그럼 그렇지. 마누라 바보로 칭해도 좋을 아버지. 지금으로 말하자면 깜짝 이벤트를 하시겠다는 뜻이었다. 딸의 눈치를 알아차린 아버지께서 민망한듯 얼른 얼굴을 돌렸다.

 

그 날 어머니가 한번도 손에 들어본 적 없는 고급 핸드백을 당당하게 사 들고 왔음은 물론이다. 어떤 방법으로 이벤트를 했는지는 두분만의 비밀로 물어보지 못했다.

 

어렸을 적엔 몰랐었는데 결혼해서 살다보니까 아버지는 대단한 애처가였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늘상 마누라 덕에 산다고 어머니를 추켜세웠다.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지대높은 집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어머니의 모습이 골목에 보이면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저기봐라 호박같이 둥글둥글한 네 엄마가 오시잖니 골목이 화안하다”아버지가 어머니를 호칭하는 호박같이 둥글다는 표현은 복있는 마누라란 뜻이었다.

 

당신은 복 붙은데가 없는 인상이지만 엄마 얼굴엔 잔뜩 복이 붙어있다고 은근히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랑조랑 육남매 건강하게 잘 키우고 따뜻한 가정 일구는게 전부 아내의 덕이라고 공을 돌리는 아버지였다. 그럼에도 아버지 사업이 잘 풀리던 호시절 어머니가 늘 하는 불만은 있었다.

 

모든 여자들이 그렇듯이 돈만 갖다주지 말고 뭔가를 직접 사서 들고 오기를 많이 원했던 어머니였다.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아버지는 그게 안되어서 칭찬을 못 받았다. 뭐라고 군말 안할테니 맘대로 사라는 소신이었다.

 

내가 알기로 어머니는 그 소원을 풀지 못했다. 6.25전쟁이 휩쓸고 간 몰락과 잡아둘 수 없는 세월은 저만치 흘러가버렸다. 이젠 그런걸 탐할 나이도 지났다고 접어둔 모양이었다. 얼마나 긴 세월을 가슴에 품고 살아오셨을까? 역시나 아버지의 아내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느 여름날 두 분이 나드리를 간다고 나섰다. 얌전하게 푸새손질한 눈이 부시게 새하얀 모시옷을 입은 아버지. 자랑스럽게 남편을 앞세우고 뒤따르는 어머니의 손에 예의 그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우와... 핸드백 멋지다. 언제 샀어요?”

 

모르는척 호들갑을 떠는 딸에게 이번에는 어머니가 민망해 했다. 소녀처럼 살짝 볼이 달아오른 어머니. 비둘기 한쌍처럼 길을 나서던 두 분. 지금도 그 화사한 그림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우래옥’에 가서 냉면 먹고 남산에 올라가 놀다 왔다며 스냅사진을 내밀던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 겨울인생이 참으로 따뜻했던 부부였다.

 

이지적으로 냉정한 인상이었지만 인정많고 너그러운 아버지는 우스갯 소리도 잘 해서 식구들을 자주 웃겼다. 누군가 밥에서 돌을 씹었다고 투덜대면 그런것 삼켜둬야 무거워서 바람에 날라가지 않는다고 웃음으로 달래주었다.

 

“얘들아 나 지금 뒷간(화장실)에 가고싶다 근데 추워서 나가기가 싫거든. 내대신 갈사람...?”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놀던 긴 겨울밤. 갑자기 아버지가 툭 내뱉은 한마디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천국을 만든다.

 

꼬맹이 막내동생만이 무슨 영문이지를 몰라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게 또 웃겨서 웃고... 항상 웃음 꽃 피는 봄날같이 따뜻한 가정. 다복한 집안이라고 이웃들이 부러워 했다.

 

그렇다고 부부싸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직선적인 아버지가 어머니의 심기를 먼저 건드려 시작되는 언쟁이었다.

 

평생 울궈먹는 어머니의 한풀이가 흘러나오기 시작이다. 어리디 어린 나이에 이 집에 시집와서 모진 시집살이에 어린 시동생이 어쩌고 저쩌고...이 때부터 아버지는 말을 잃은 벙어리가 되고 천천히 돌아간 몸은 어느새 완전히 뒤를 보고있다. 혼자서 맥이 빠진 어머니가 조용해지면 그 때 바로앉아 한 말씀 하신다.

 

“이제 다 끝났수? 속이 시원하겠네... 얘들아 네 엄마 냉수 한그릇 떠다드려라!”

 

혹 취기라도 있는 날이면 발소리도 안들리게 방으로 직행을 했다. 아버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밤이 그런때 였다.

 

평범한 집안의 자손이었지만 참으로 반듯한 인품으로 사셨던 아버지.

가끔씩 친정에서 자고 오는 밤이 있다. 추운 겨울 비워 두었던 방이 혹시라도 추울까봐 어둠속을 들어와 봐주는 사람도 아버지였다. 바람들까봐 이불깃을 올려주고 벽에 걸린 옷가지들까지 내려 더 눌러 덮어주고 조용히 나가시는 자상한 아버지.

 

철이 들어서일까? 아버지가 방을 나가고나면 왠지 그렇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들만 내세우는 어머니보다 언제나 칭찬으로 대해주는 자상한 아버지가 더욱 정이 깊은 딸이었다.

 

요즘은 황혼 이혼이니 졸혼이니 해서 나이든 부부들이 갈라서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예전에야 여자들이 무조건 참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남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된 것 아닐까? 동등한 고학력. 고능력 시대이니 위아래가 있을 수 없나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간다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주변에서 늙어가는 남자들의 삶을 보면 안타깝다. 세태파악을 못하고 아직도 옛날 남자를 고집하는 사람들. 그들의 겨울은 늘상 외롭고 춥기 마련이다.

 

아내사랑에 부족함이 없었던 아버지의 겨울은 춥지않았다. 늘 포근하고 따뜻했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의 아들들도 한결같이 애처가들이어서 가정이 원만하다. 그들 인생에도 꽃샘추위가 있었을것이다. 폭풍우인들 왜 없었을까?

 

모든 시련을 잘 견뎌내고 맞은 겨울인생들. 아버지의 겨울처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금 계획

댓글 0 | 조회 844 | 2024.02.14
세금 계획은 비즈니스 재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법적으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 미리 계획을 세워 세금을 지불해야 할… 더보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15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빈 시간에

댓글 0 | 조회 327 | 2024.02.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으며아름다움이 넘쳐나슬픔 되어 옵니다쇼생크감옥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이중창을 들으며나도 자유한 존재가 되고파혹시 내게 … 더보기

리커넥트 2024 정신건강 프로젝트 소개

댓글 0 | 조회 338 | 2024.02.14
리커넥트 사회단체란?Reconnect는 무관심에 도전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비영리 자선 단체입니다. 2016년에 설립되었고 사회적인 이슈인… 더보기

자신을 위한 용서

댓글 0 | 조회 244 | 2024.02.14
요즘 SNS를 통해 보여지는 개개인이나 가정들은 늘 행복하고 부족함없고 삶을 즐기고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과거보다 더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 더보기

헛 수고? 첫 수고!

댓글 0 | 조회 179 | 2024.02.14
자.. 이제 마지막... 이거 하나만 더하면....휴우.. 조심 조심.. 이제... 완성... 완성이다!! 완성이다!! 드디어 해냈다!!‘리샤르 플로’씨는 가늘게… 더보기

허벅지가 날씬하고 유연해지는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277 | 2024.02.14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골반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선천적으로 하체가 상체보다 좀더 발달한 체형 등 다양한 이유로 하체 비만을 걱정하고 고민하시는… 더보기

핵심만 파고드는 파트너쉽 영주권 가이드

댓글 0 | 조회 1,074 | 2024.02.13
애초에 영주권을 목적으로 교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사랑하고 영원을 약속한 사이에서 파트너쉽을 통한 영주권 신청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 더보기

사건의 지평선 그 너머

댓글 0 | 조회 337 | 2024.02.13
충주 석종사 참선 템플스테이‘5분만 바라봐’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어쩌면 우리 삶의 곳곳에 놓인 블랙홀들과경계 언저리에서 아슬아슬 살아가는 삶그러나 언제고 꼭 … 더보기

사랑은 싸우는 것

댓글 0 | 조회 396 | 2024.02.13
시인 안 도현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이 세상 어디에선가나와 같이 후회하… 더보기

씨줄과 날줄

댓글 0 | 조회 406 | 2024.02.13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 더보기

단전호흡의 요령

댓글 0 | 조회 394 | 2024.02.13
단전호흡 할 때의 요령은 `단전 외의 부분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직 단전만 있는데 `단전이 중심이다’라고 생각하세요.◆ 호흡을 하면서 어떤 의념을 같… 더보기

평양문화어와 한류

댓글 0 | 조회 297 | 2024.02.13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라고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아무리 돌풍이… 더보기

골절(骨折, Bone Fracture)

댓글 0 | 조회 326 | 2024.02.10
필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재까지 두 번 골절(骨折) 사고를 당했다. 지난 1997년 봄에 왼쪽 다리에 골절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왼쪽 손가락에 골절을… 더보기

비자카드 말고, 비자 그게 궁금하다

댓글 0 | 조회 573 | 2024.01.31
대한민국 영토가 아닌 타국가에 체류하고자 하는 한국여권 소지자라면 뉴질랜드가 되었든, 호주가 되었든 간에 체류기간 동안에는 그 어떤 비자(VISA)라도 소지하고 … 더보기

관료주의의 무능, 권력자의 광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 - <서울의 봄>이 상기시키…

댓글 0 | 조회 316 | 2024.01.31
공허한 권력의 실체이 영화 후반부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로 시작하고 싶다. 반란 성공이 확실해지고 수괴 전두광 장군(황정민)은 일행과 함께 본부로 돌아가려다 혼자… 더보기

청룡의 기상으로 카이로스를 잡자

댓글 0 | 조회 264 | 2024.01.31
2024년 1월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벌써 2월이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지 않은가! 기대 되는 2월이지만, 2월 또한 빨리 뛰어갈 것이며, 한 해 또한 초스피드… 더보기

월경불순

댓글 0 | 조회 419 | 2024.01.31
여성에게 순조로운 월경은 건강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표시다. 가임기의 여성은 정상적인 경우 24~35일 간격… 더보기

재시행된 Trial Period이 고용주에게 미치는 영향

댓글 0 | 조회 694 | 2024.01.31
2023년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신규 규정을 시행했으며, 이에는 고용 법률 개정도 포함되었습니다. 12월 23일, 대부분의 뉴질랜드인들이 해변으로 향하고 몇 잔의… 더보기

지혜의 숲에서 꿈꾸는 바다

댓글 0 | 조회 203 | 2024.01.31
유학생 두 사람이 찾은 오대산 숲과 월정사 템플스테이월정사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는 품 너른 나무 같다.절 앞에 즐비한 전나무에 기대어 쉬기도 하고 그 나무들이… 더보기

한강철교를 지나며

댓글 0 | 조회 273 | 2024.01.3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저녁 무렵전철 차장 밖으로해가 넘어갑니다아내가 물어옵니다‘당신 첫사랑가끔 생각 나?’아내는 저녁 여의도가 보이면그 남자가 궁금하답니다나는 그… 더보기

지워지지않는 이름, 그녀 ‘레베카’

댓글 0 | 조회 932 | 2024.01.30
내게 북유럽 패키지 여행은 아무래도 ‘러시아’가 핵심이었다.동행하자는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내 귓전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정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여기는 지… 더보기

시작

댓글 0 | 조회 290 | 2024.01.30
모터웨이를 달리던 중 이었습니다. 빠듯한 시간에 속도를 맞추느라 사알짝 과속 언저리까지 넘나들며 운전을 하던 중이었지요. 그런데 앞 서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투… 더보기

매일 이 두동작을 했을 때 찾아오는 놀라운 변화

댓글 0 | 조회 634 | 2024.01.30
운동 시간이 길거나 강도가 세다고 해서 꼭 효과가 좋은 건 아닙니다. 특히 운동 초보자들이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무리해서 강행했을 때에는 부상이나 중도 포기 등… 더보기

학생의 육아출산 수당 수급

댓글 0 | 조회 1,003 | 2024.01.30
뉴질랜드에서 육아출산 수당 수급 자격은 출산휴가및고용법에 따라 결정됩니다. 출산휴가및고용법은 피고용인 또는 자영업자가 출산일 전 52주 중 어느 26주 동안 최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