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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하
옛날 할아버지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부터 쓸었다.
매일 쓸지만 어느새 또 어지럽다.
오랜만에 집 청소를 한다.
잠시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한다.
빗자루로 쓰레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과
진공청소기로 쓰레기를 안으로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먼저 밖으로 배척하는 것은
오랜 시간 빗자루만 자꾸 닳고 부러질 뿐
예전의 낡은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일단 먼지 한 점 남김없이
모두 내 품속으로 흡수해
다시 뱉어내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첫 번째 방법과는 달리 아주 시끄러웠지만
방도 마당도 깨끗했다.
그런데 너무 지나치게 깨끗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듯
방바닥은 내 신경이 비칠 만큼 아찔했고
마당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만큼 패였다.
싹쓸이는 너무 황량해 고립을 자초했다.
게다가 먼지깔때기를 자주 갈지 않으면
자기 내부가 쓰레기로 넘쳐
스스로 악취를 풍기며 썩거나 질식했다.
다시 청소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전히 새로운 쓰레기들이 쌓인다.
밖에서 들어오는 것들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들
또 수시로 안팎을 넘나들어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
눈만 뜨면 방과 마당을 쓰는 자들이여
눈을 감아도 세상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자들이여
먼저 자기 안의 깔때기부터 조심하라.
먼저 자신의 빗자루부터 썩지 않았는지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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