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박종배
정석현
정동희
한일수
정윤성
크리스티나 리
Shean Shim
송영림
김준
엔젤라 김
오클랜드 문학회
박현득
박명윤
김영안
Mina Yang
써니 림
여디디야
강명화
새움터
수선재
휴람
마리리
김임수
이윤수
조성현
박기태
유영준
성태용
김철환
피터 황
Jane Jo
조석증
신지수
오즈커리어
Jessica Phuang
김수동
최성길
동진
이동온
김지향
이현숙
한 얼
박승욱경관
빡 늘
CruisePro
봉원곤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오소영 0 555 2018.05.23 17:59

c263e314846590fcd7f13b13294c2281_1527055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나무의 푸른 잎새가 듬성듬성 숱 없는 여인들 머리처럼 엉성해서 서글프다. 발끝에 부서지는 마른 잎을 밟으며 이 가을을 맞이한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공원의 벤취가 낙엽이불을 덮고 졸고 있는 것처럼 한가롭다. 쓸쓸하지만 그 벤취에 앉아보고싶어 손바닥으로 마른잎을 쓸어냈다. 바람에 휩쓸려가는 낙엽을 따라 내 마음도 묻어간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붉은 나뭇잎 하나가 언제 내려앉았는지 사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다. 가기 싫어 쳐졌더냐? 다리아퍼 쉬었더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손에 집어 들었다. 혼자 있는 내가 외로워 보여 친구하려 했을까? 

 

연두빛 나풀나풀 어린잎을 자랑하던 때가 얼마 전이었다. 붉은옷 갈아입고 어느새 일생 다했다고 어딘지도 모를 마지막 갈 곳을 찾아 떠나가는 그 마른잎 하나가 나를 닮은것 같아 연민스러웠다. 왠지 그냥 버리면 안될 것 같아 손안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모레면 내 사랑 언니가 하늘나라 가신지 일주년이 되는 날이다. 

 

가슴깊이 묻어두었던 사무친 그리움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요즈음이다. 아이처럼 조카에게 그리움을 호소했던 며칠 전이었다. 핸드폰에 사진 한장이 들어왔다. 

 

아!--  열여덟살 하얗고 복성스러운 처녀때의 언니였다. 

 

“기왕이면 어머님 제일 예쁜 사진을 보내드려야죠..”

 

그 옛날 일본비단 하오리 천으로 만든 한복을 곱게입은 아가씨였다. 그래 생각난다. 엄마와 숙모 여동생까지 여자들만의 가족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선볼때 써야한다며 언니만 따로 독사진을 찍어 주었던 그것이었다. 

 

종로쪽 단골 포목점에서 천을 떠다가 엄마가 손수 만들어 입힌 새 옷 자랑삼아 찍은 가족사진을 생각해냈다. 

 

그 사진속 언니의 저고리 무늬가 손가락을 쫘악 편 것처럼 단풍잎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손에 쥐고 온 단풍잎 하나가 언니가 보낸 전령처럼 생각되었다. 마냥 애잔하고 슬펐다. 

 

언니 얼굴을 본게 언제였더라. 아득하다. 정말 아득하게 너무 멀리왔다. 점점 더 멀리 멀리 가버려 먼지처럼 부서지는 영상. 열여덟살 언니가 조금은 낯설게 내 눈앞에 화사하기만 했다. 

 

언니와 헤어졌던 마지막 때도 낙엽을 밟았지. 설악산 고운 단풍철을 그만 놓쳐버렸다. 내장산 단풍을 보라고 관광티켓을 손에 쥐어준 딸 내외. 

 

나 잘 살겠다고 떨치고 온 이 어미보다 그들에겐 이모가 더 살가운 어머니였다. 서둘러 단풍여행 관광열차를 탔다. 느긋한 마음으로 오래 잊고살았던 고국의 산야를 감상하며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려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어이없이 깨져버렸다. 

 

분위기가 술렁술렁 하다싶더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바탕 놀자는 판국임을 알았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추고... 신나서 난리인데 너무 어리둥절 했다. 

 

마치 바로 세상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을 보는 것 처럼 난장판 아수라장이었다. 

 

현실에 찌들어 살다가 하루쯤 나사 풀고 놀아보자는 사람들에게 허용된 공간이었다. 내일을 바쁘게 또 살아가려니 재충전의 기회로 필요한 기회 였을까? 나중에 알고보니 칸마다 전부 그런게 아니고 한편에 한량만 따로 마련된 공간이라고 들었다. 그걸 미리 알지 못했던 우리가 그들 옆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저렇게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도 있네.” 

 

별세계 사람처럼 조용히 웃던 내 언니. 층층 시하에 시집살이로만 살아온 형편이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언니가 늘 어머니같이 푸근해서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설악산을 떠난 단풍이 연착을 하는지 내장산은 아직 붉게 물들지 않았다. 앞으로 삼 사일 후면 구경이 좋을꺼란 말을 들으며 많이 아쉬었다.

 

“너무 일찍왔어 미안해 어쩐대.” 

“언니가 단풍이 왜 미안헌데? 시간이 촉박한 나 때문이지.” 

 

우리는 그 날 중간지점 어느 산자락 앞에서 잠시 내렸다. 내장산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줄 빨강 꽃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꿩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와....우”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산 속으로 흩어졌다. 산 전체가 빨갛게 술에 취해 있었다. 너그럽게 웃으며 넓은 품안에 모두를 품어 주었다. 이 아름다운 강산에 내가 살았었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무수히 발에 밟히는 마른잎들이 사그락거리며 우리 자매의 대화에 끼어 들어 추억에 수를 놓아주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그림자가 길다. 저녁짓는 연기일까? 아늑한 산 속에 숨어 앉은 파랑색 지붕에서 하얀 실타래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너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속에 우리가 서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언니와 나.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조화가 너무 황홀했다. 이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가슴에 무언가가 치미는가 싶더니 울컥 설음이 복바쳤다.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다음을 기약하고 떠나기엔 남은 세월이 너무 짧다. 언니와 나는 서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끈끈하게 혈육의 정이 묻어나는 눈물이었다. 

 

이 동생이 고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언니는 새처럼 몸이 가벼워진다고 들었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시간에 언니는 가락동에서 안산까지 달려오신다. 

 

지하철을 두 세번이나 바꿔 타신다던가. 팔십 노인이 복잡한 인파에 부대끼면서 집으로 오신다. 

 

내가 좋아하는 배추 겉절이 무쳐서 싸들고 한달음에 오시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내 언니같은 자매는 없는것 같아 늘상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인 나. 

 

이제 고국행 나드리가 시들하다. 그 쪽 발걸음이 무뎌진 것은 반겨주던 언니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일 것이다. 어느 산 외로운 곳에서 나무와의 영원한 벗으로 고이 잠들어 계신 내 언니. 

 

여기 낙엽길을 홀로 걸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같다’라는 노래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오는 듯 하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플러스 광고

(주)웰컴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북섬여행, 남섬여행, 패키지여행, 호주여행, 피지여행, 맞춤여행, 자유여행, 단체여행, 개별여행, 배낭여행, 현지여행, 호텔예약, 투어예약, 관광지 예약, 코치예약, 버스패스, 한 T. 09 302 7777
Global Lead Logistics International /지엘아이해운(주)
이사짐,운송,한국구매대행,포워딩,무역,상업화물,개인화물,한국배송 T. 09-410-3181
하나커뮤니케이션즈 - 비니지스 인터넷, 전화, VoIP, 클라우드 PBX, B2B, B2C
웹 호스팅, 도메인 등록 및 보안서버 구축, 넷카페24, netcafe24, 하나커뮤니케이션즈, 하나, 커뮤니케이션즈 T. 0800 567326

햇살 좋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선택

댓글 0 | 조회 311 | 2018.08.08
눈부신 햇살에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침 숙면을 방해하는 자연광이 불편하신 분들도 있다. 주거형태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은 뉴질랜드는 평균 방 3-4… 더보기

부동산 시장의 흥망성쇠

댓글 0 | 조회 1,102 | 2018.08.08
요즘 부동산에 관해 여러 메시지가 혼재해 있습니다. 일부는 침체기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하고, 일부는 앞으로 부동산 호황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분명히 최근 몇 년간 많은… 더보기

양로원과 retirement village 선택 전에 알아야 할 것은?

댓글 0 | 조회 778 | 2018.08.08
뉴질랜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로원(rest home)등 요양시설 보다는 기본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자택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배우자의 도움을 받거나, 가족원들과 함께 하는 것… 더보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댓글 0 | 조회 342 | 2018.08.08
여기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운전을 하며 다니기에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일이 흔하진 않다. 가끔 오클랜드 시내로 나가야할 일이 생기면서 교통 체증과 주차 문제를 고려…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바라보는 광복 73년

댓글 0 | 조회 313 | 2018.08.07
광복 73년의 역사는 한-뉴 관계의 역사와 오버랩 된다. 한국전쟁, 국교수립, 이민/유학/관광, FTA 체결로 양국 간 교류는 더욱 활성화 되고……​뉴질랜드에 처음 상륙한 한국인이… 더보기

숫자로 알아보는 이민법 (방문비자편)

댓글 0 | 조회 1,225 | 2018.08.07
모든 언어는 숫자와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숫자도 언어의 일부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우리네 삶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숫자. 예컨대, … 더보기

[포토 스케치] 겨울밤 '별비'

댓글 0 | 조회 307 | 2018.08.07
겨울밤 '별비'

생착률 높은 지방이식

댓글 0 | 조회 424 | 2018.08.04
미의 기준에서 입체감 있는 얼굴형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피부의 탄력도 감소하지만 얼굴의 볼륨감도 사라지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로 인해 콤플렉… 더보기

인생주기와 생로병사(生老病死)

댓글 0 | 조회 379 | 2018.08.04
“나는 이제 생로병(生老病)은 다 거쳤고 사(死)만 남은 사람이다.” 이는 운정(雲庭) 김종필(金鍾泌) 전 국무총리가 노환(老患)으로 병석에 누워있으면서 한 말이다. 그는 이 세상… 더보기

[포토 스케치] 기대, 설레임 그리고 환희 (3)

댓글 0 | 조회 246 | 2018.07.30
My Taranaki▲ 기대, 설레임 그리고 환희

아기장수 이야기 2편

댓글 0 | 조회 200 | 2018.07.28
아기장수 이야기들아기장수 이야기는 광포설화인 만큼 여러 가지의 각편들이 전국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나 큰 줄기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날개 달린 아기장수의… 더보기

러너

댓글 0 | 조회 389 | 2018.07.27
어제 한 학생이 홍조 띈 기쁜 얼굴로 학원 문을 들어섰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마지못해(?) 학원문을 여는것을 생각해보면 웬만큼 좋은 일이 있지 않고서야 저렇게 입꼬리가 귀에 걸릴 … 더보기

40년 만의 사랑 고백

댓글 0 | 조회 425 | 2018.07.27
성 백군한 시간 반이면 되는 산책길 다이아몬드 헤드를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 걸렸다 길가 오푼마켓에서 곁눈질하고 오다가다 스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일일이 간섭하고 쉼터에서 잠시… 더보기

전공선택-수의학과

댓글 0 | 조회 915 | 2018.07.27
자원봉사이든 인턴십이든 동물 병원 같은데서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한다. 이것은 수의과 학교 입학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말 이 분야가 학생의 적성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더보기

포르노‘스너프(snuff)’는 실제로 존재할까?

댓글 0 | 조회 2,476 | 2018.07.26
포르노영화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비난받는 장르는 ‘스너프’(snuff) 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성행위와 함께 강간이나 살인을 허구적인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행하기 때문이다. … 더보기

바른자세

댓글 0 | 조회 427 | 2018.07.26
“이제 바른 자세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바른 자세란 옆에서 봤을때, 발목 복숭아뼈, 무릎옆 중앙, 고관절중앙, 어깨, 귀가 모두 수직선상에 위치를 할때 이상적으로 정렬이 되었다고… 더보기

먹어 치우기

댓글 0 | 조회 398 | 2018.07.26
사과 한 상자를 사면 그 중에서 상한 것부터 계속 드시는 분이 있고 좋은 것부터 드시는 분이 있어요. 성격 차이죠.저는 항상 제일 좋고 맛있게 생긴 것부터 먹어요. 왜냐하면 어차피… 더보기

새로 바뀌는 골프룰

댓글 0 | 조회 1,210 | 2018.07.26
세계 골프 규칙을 제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골프 규칙을 13일 발표했다.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 규칙… 더보기

Tax Working Group (Ⅰ)

댓글 0 | 조회 420 | 2018.07.26
올해 연초에 노동당의 공약이었던 Tax Working Group (이하 ‘TWG’) 이 발족되었다. 지난 노동당 정부시 부수상과 재무 부장관을 역임한 Michael Cullen이 … 더보기

월드컵축제의 어두운 이면,“스포츠도박”

댓글 0 | 조회 415 | 2018.07.26
2018 FIFA 월드컵이 한달여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주 막을 내렸다. 결승에서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꺾고 20년만에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아시아 대표 4개국도 나름 … 더보기

100% 현금으로도 집 못사는 처지

댓글 0 | 조회 1,877 | 2018.07.26
가까운 미래에 현금으로도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다. 이건 분명 가상 현실이나 실현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를 포함한 글로벌 미래의 실제 상황이 될 … 더보기

Mezzei Restaurant

댓글 0 | 조회 310 | 2018.07.26
Mezzei Restaurant 레스트랑은 오클랜드 시티에 위치한 서양요리 전문점이다. 뉴질랜드의 천연 바다와 육류 재료를 잘 살려서 특색있게 요리를 선보인다. 총 60석 규모의 … 더보기

고용재판에서의 녹음파일 또는 녹취록 증거 채택 여부

댓글 0 | 조회 392 | 2018.07.25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요즘 피고용인들이 고용주와의 대화를 녹음하여 증거로 제시하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경우 녹음파일 또는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는… 더보기

출산 후 살이 쪘어요!!

댓글 0 | 조회 436 | 2018.07.25
산모들 고민 거리 중 하나가 출산 후 부기가 쉽게 빠지질 않아 원하지 않은 비만으로 진행되는 경우이다. 이것을 ‘산후부종”이라 하는데, 정상적인 산모의 경우는 산후 100일 내에 … 더보기

최근 서점에는 CEO시리즈가 범람하고 있는데...

댓글 0 | 조회 223 | 2018.07.25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든 누구에게나 공통된 사실이다. 매 순간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필연적이다. 변화는 수 많은 정보들을 신속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