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낙엽 밟히는 그리움을 걷다

0 개 1,567 오소영

c263e314846590fcd7f13b13294c2281_1527055135_2446.png 

 

사계절이 뚜렷하진 않지만 언제 바꼈는지 바뀌는 건 틀림없다. 밤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 아직도 여름인줄 알았는데 성큼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하늘 끝에 닿았던 나무의 푸른 잎새가 듬성듬성 숱 없는 여인들 머리처럼 엉성해서 서글프다. 발끝에 부서지는 마른 잎을 밟으며 이 가을을 맞이한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공원의 벤취가 낙엽이불을 덮고 졸고 있는 것처럼 한가롭다. 쓸쓸하지만 그 벤취에 앉아보고싶어 손바닥으로 마른잎을 쓸어냈다. 바람에 휩쓸려가는 낙엽을 따라 내 마음도 묻어간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붉은 나뭇잎 하나가 언제 내려앉았는지 사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다. 가기 싫어 쳐졌더냐? 다리아퍼 쉬었더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손에 집어 들었다. 혼자 있는 내가 외로워 보여 친구하려 했을까? 

 

연두빛 나풀나풀 어린잎을 자랑하던 때가 얼마 전이었다. 붉은옷 갈아입고 어느새 일생 다했다고 어딘지도 모를 마지막 갈 곳을 찾아 떠나가는 그 마른잎 하나가 나를 닮은것 같아 연민스러웠다. 왠지 그냥 버리면 안될 것 같아 손안에 꼭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모레면 내 사랑 언니가 하늘나라 가신지 일주년이 되는 날이다. 

 

가슴깊이 묻어두었던 사무친 그리움이 화산처럼 폭발하는 요즈음이다. 아이처럼 조카에게 그리움을 호소했던 며칠 전이었다. 핸드폰에 사진 한장이 들어왔다. 

 

아!--  열여덟살 하얗고 복성스러운 처녀때의 언니였다. 

 

“기왕이면 어머님 제일 예쁜 사진을 보내드려야죠..”

 

그 옛날 일본비단 하오리 천으로 만든 한복을 곱게입은 아가씨였다. 그래 생각난다. 엄마와 숙모 여동생까지 여자들만의 가족 사진을 찍던 날이었다. 선볼때 써야한다며 언니만 따로 독사진을 찍어 주었던 그것이었다. 

 

종로쪽 단골 포목점에서 천을 떠다가 엄마가 손수 만들어 입힌 새 옷 자랑삼아 찍은 가족사진을 생각해냈다. 

 

그 사진속 언니의 저고리 무늬가 손가락을 쫘악 편 것처럼 단풍잎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손에 쥐고 온 단풍잎 하나가 언니가 보낸 전령처럼 생각되었다. 마냥 애잔하고 슬펐다. 

 

언니 얼굴을 본게 언제였더라. 아득하다. 정말 아득하게 너무 멀리왔다. 점점 더 멀리 멀리 가버려 먼지처럼 부서지는 영상. 열여덟살 언니가 조금은 낯설게 내 눈앞에 화사하기만 했다. 

 

언니와 헤어졌던 마지막 때도 낙엽을 밟았지. 설악산 고운 단풍철을 그만 놓쳐버렸다. 내장산 단풍을 보라고 관광티켓을 손에 쥐어준 딸 내외. 

 

나 잘 살겠다고 떨치고 온 이 어미보다 그들에겐 이모가 더 살가운 어머니였다. 서둘러 단풍여행 관광열차를 탔다. 느긋한 마음으로 오래 잊고살았던 고국의 산야를 감상하며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려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어이없이 깨져버렸다. 

 

분위기가 술렁술렁 하다싶더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바탕 놀자는 판국임을 알았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며 춤추고... 신나서 난리인데 너무 어리둥절 했다. 

 

마치 바로 세상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을 보는 것 처럼 난장판 아수라장이었다. 

 

현실에 찌들어 살다가 하루쯤 나사 풀고 놀아보자는 사람들에게 허용된 공간이었다. 내일을 바쁘게 또 살아가려니 재충전의 기회로 필요한 기회 였을까? 나중에 알고보니 칸마다 전부 그런게 아니고 한편에 한량만 따로 마련된 공간이라고 들었다. 그걸 미리 알지 못했던 우리가 그들 옆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저렇게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도 있네.” 

 

별세계 사람처럼 조용히 웃던 내 언니. 층층 시하에 시집살이로만 살아온 형편이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언니가 늘 어머니같이 푸근해서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설악산을 떠난 단풍이 연착을 하는지 내장산은 아직 붉게 물들지 않았다. 앞으로 삼 사일 후면 구경이 좋을꺼란 말을 들으며 많이 아쉬었다.

 

“너무 일찍왔어 미안해 어쩐대.” 

“언니가 단풍이 왜 미안헌데? 시간이 촉박한 나 때문이지.” 

 

우리는 그 날 중간지점 어느 산자락 앞에서 잠시 내렸다. 내장산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줄 빨강 꽃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꿩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와....우”모두가 함성을 지르며 산 속으로 흩어졌다. 산 전체가 빨갛게 술에 취해 있었다. 너그럽게 웃으며 넓은 품안에 모두를 품어 주었다. 이 아름다운 강산에 내가 살았었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무수히 발에 밟히는 마른잎들이 사그락거리며 우리 자매의 대화에 끼어 들어 추억에 수를 놓아주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그림자가 길다. 저녁짓는 연기일까? 아늑한 산 속에 숨어 앉은 파랑색 지붕에서 하얀 실타래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너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속에 우리가 서 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언니와 나.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조화가 너무 황홀했다. 이 행복한 순간에 갑자기 가슴에 무언가가 치미는가 싶더니 울컥 설음이 복바쳤다. 이제 떠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다음을 기약하고 떠나기엔 남은 세월이 너무 짧다. 언니와 나는 서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끈끈하게 혈육의 정이 묻어나는 눈물이었다. 

 

이 동생이 고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언니는 새처럼 몸이 가벼워진다고 들었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시간에 언니는 가락동에서 안산까지 달려오신다. 

 

지하철을 두 세번이나 바꿔 타신다던가. 팔십 노인이 복잡한 인파에 부대끼면서 집으로 오신다. 

 

내가 좋아하는 배추 겉절이 무쳐서 싸들고 한달음에 오시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내 언니같은 자매는 없는것 같아 늘상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인 나. 

 

이제 고국행 나드리가 시들하다. 그 쪽 발걸음이 무뎌진 것은 반겨주던 언니가 안 계시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일 것이다. 어느 산 외로운 곳에서 나무와의 영원한 벗으로 고이 잠들어 계신 내 언니. 

 

여기 낙엽길을 홀로 걸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같다’라는 노래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오는 듯 하다.

 

내 유언서에서 특정 가족을 제외시킬 수 있을까요?

댓글 0 | 조회 1,566 | 2023.06.14
어떤 이유로든지 유언서에서 특정 가족들을 제외하고자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할 경우, 그 제외된 가족은 유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법원은 제외… 더보기

조지 오웰을 찾아 - 나는 왜 쓰는가

댓글 0 | 조회 540 | 2023.06.14
나는 지난 5-6년간 많은 글을 써 왔다. 전공인 인권법 관련 글은 물론 그것을 넘어 다양한 내용의 대중적인 글을 썼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전공 관련 글은 의무… 더보기

작은 행복, 작은 공부

댓글 0 | 조회 511 | 2023.06.14
한 동안 수필계를 평정했던 한 단어가 있습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단어는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씨가 한 수필집을 저술하며 … 더보기

못할 것도 없지!

댓글 0 | 조회 576 | 2023.06.14
지금 나는 타카푸나 비치에서 글을 적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볼을 어루만지고, 건물 위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따스한 햇살을 뿜어대고 있다.… 더보기

옆 바람 불때의 피치 샷

댓글 0 | 조회 445 | 2023.06.14
바람의 세기를 고려하라.피치샷은 볼을 띄워 붙여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샷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단단한 하체를 … 더보기

리커넥트에서 진행된 “Bridging the Gap” 워크샵

댓글 0 | 조회 441 | 2023.06.14
지난 6월 3일 토요일, Ellen Melville Centre에서 “Bridging the Gap” 워크샵이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남북 분단은 1945년 8월 … 더보기

ProCare와 Asian Family Services의 공식적인 파트너쉽

댓글 0 | 조회 781 | 2023.06.13
의료 공급업체인 ProCare와 아시아 건강 및 커뮤니티 기관인 Asian Family Services는 아시아 커뮤니티의 웰빙 향상을 위한 상호간의 전략적 목표… 더보기

하체 운동하며 뱃살까지 빠지는 최고의 운동

댓글 0 | 조회 1,082 | 2023.06.13
오늘은 척추 건강과 자세 교정에 좋은 동작이자 누워서 할수 있는 대표적인 하체운동인 ‘브릿지 자세’를 배워볼 건데요, 하체 근력이 약하거나 무릎이 아파 평소에 서… 더보기

가즈아, SMC기술이민

댓글 0 | 조회 2,052 | 2023.06.13
뉴질랜드에 영구적으로 체류하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 또는 시민권 증서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영주권을 손에 넣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더보기

혼자 웃는 사람

댓글 0 | 조회 633 | 2023.06.13
시인 : 정 병근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그는 자다가 깨어난 사람거짓말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그는 죽었다가 살아났다팔뚝에는 날카로운 것이 지나간 자국이 있… 더보기

학교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Volunteering Opportunities)을 잘…

댓글 0 | 조회 605 | 2023.06.13
먼저 봉사활동의 이점을 살펴보면, 작게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나아가 리더십 경험을 쌓고 또한 새로운 취미를 찾는 것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더보기

줌바 댄스와 함께

댓글 0 | 조회 793 | 2023.06.13
시간 속에서 존재하다가 사라진 무용은 그 흔적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다만 원시인들이 동굴 벽화 속에 묘사한 모습들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원시인들은 자… 더보기

배출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댓글 0 | 조회 857 | 2023.06.13
탁기는 매일 배출해 주지 않으면 몸과 마음에 쌓입니다. 매일 쌓이는 탁기만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해소하지 못해서 계속 쌓여 온 것들, 해결… 더보기

출제자의 의도

댓글 0 | 조회 530 | 2023.06.13
영어는 문장을 다 들어야 한국어로 통역을 할 수 있다.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는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너무나 빠르게 … 더보기

장수의 비결

댓글 0 | 조회 920 | 2023.06.10
조선일보가 설문조사기관(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우리나라 20-60대 성인 남녀 5023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50.1%가 ‘100세까… 더보기

혹평 받는 노동당의 새로운 ECE 정책

댓글 0 | 조회 2,359 | 2023.05.29
2세 이상 아이들에게 20시간의 어린이집 무료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노동당의 새로운 정책에 대해 실제 유아교육 분야 종사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대다수 유아교육 … 더보기

빚지지 말고 빛이 되어 살자

댓글 0 | 조회 1,246 | 2023.05.24
오클랜드에 온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빛과 같은 속도로 지나갔지만, 무지개를 타고 논 기분이다. 첫 한 주는 둘째네 집에서 지냈고, 그 다음 주부터는 동생 집… 더보기

대통령은 ‘대통령의 말’을 해야 한다

댓글 0 | 조회 1,606 | 2023.05.24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일본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은 윤 대통령의 방미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더보기

내 비자만 늦는 이유

댓글 0 | 조회 1,827 | 2023.05.24
뉴질랜드 체류에 필수불가결한 것은 바로 Visa입니다. 영주권도 비자이며 워크비자도 비자이고 무비자 입국해도 입국일로부터 비지터 비자 소지자 신분이 되는 것이죠.… 더보기

말을 찾아서

댓글 0 | 조회 532 | 2023.05.24
시인: 쉼보르스카용솟음치는 말로 표현하고 싶었다있는 그대로, 생생하게,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말을 골랐다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 보지만어느 것도 마땅찮… 더보기

오롯이 홀로 만난 아름다운 이 여행

댓글 0 | 조회 722 | 2023.05.24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하라.그것은 그대의 잊혀진 신비와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켈트족의 격언이 전하는 삶의 신비는 먼 곳에 있지 않다.자칫 … 더보기

비즈니스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3가지 클라우드 회계 팁

댓글 0 | 조회 691 | 2023.05.24
회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성공적이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운영에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나 신제품 개발 등 시간을 보내야 할 때, 회… 더보기

과외활동의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28 | 2023.05.24
이번 호에는, 훌륭하고 균형 잡힌 과외활동을 위하여 그 시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방안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1. 먼저, 왜? 그 활동에 가입하는지 항상 스스로… 더보기

정수기 (2)

댓글 0 | 조회 633 | 2023.05.24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의 식수에 관한 글을 소개했는데요, 이번에는 현재 뉴질랜드 마켓에 나온 정수기에… 더보기

하루 5분 플랭크로 뱃살 걱정 끝 !

댓글 0 | 조회 755 | 2023.05.24
플랭크(PLANK)는 팔 어깨 등 상체 근력과 함께 코어의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뱃살 빼는 운동 중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복근 운동이기도 합니다.문… 더보기